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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가격 차별의 경제학

이상렬
뉴욕 특파원
최근 보스턴을 다녀왔다. 미국의 교통인프라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기차는 보스턴을 10여㎞ 정도 앞두고 멈춰 섰다.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안전하다고 하는 기차를 탔는데, 기차마저 쏟아지는 눈 속에 탈이 난 것이었다. 승객들은 기차에 세 시간이나 갇혀 있어야 했다. 불평이 터져나오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기차 요금은 132달러(약 14만5000원). 서비스에 비해선 과하게 여겨지는 요금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가격 체계였다. 기차 요금은 같은 구간인데도 시점에 따라 달라졌다. 평일과 주말이, 오전과 오후가 달랐다.



 다음번엔 버스를 탔다. 뉴욕에서 보스턴까지 13달러. 기차 요금의 10분의 1이었다. 버스 운전 기사는 도로가 막히자 다섯 시간 반을 쉬지 않고 달렸다.



 버스 요금 체계는 더 탄력적이다. 한 버스 회사의 경우 일요일 오후엔 평일의 세 배인 42달러까지 치솟는다. 주말을 뉴욕에서 보낸 뒤 보스턴으로 돌아가려는 사람이 몰리기 때문이다. 요금은 심지어 좌석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2층 버스의 경우 2층 맨 앞자리는 9달러가 더 비싸다. 일종의 ‘좋은 전망’ 비용인 셈이다. 예약을 빨리 할수록 요금은 저렴해진다. 두 달 전에 예약하면 평일 요금이 1~3달러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논란이 많은 우버(Uber)도 수요에 따라 고무줄처럼 요금이 변한다. 신년맞이 행사가 끝난 지난 1월 1일 새벽 뉴욕 맨해튼에서 우버 이용객이 평상시 요금의 여섯 배를 지불했다는 CNN 보도도 있다. 할증요금이 승객들에겐 불만의 대상이지만 우버 운전자를 거리로 불러내는 인센티브가 된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어디 교통 분야만 이럴까. 몇 년 새 부쩍 성장한 각종 여행 예약 사이트도 그런 사례다. 예약을 언제 하느냐에 따라 호텔 숙박료가 춤을 춘다. 하지만 호텔은 놀리는 방을 줄이고, 여행자들은 형편에 맞게 방을 구한다.



 이렇게 천차만별인 가격 시스템의 바탕엔 수요와 공급이 있다.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몰릴 때 요금이 뛰어오르고, 수요가 한산해지면 요금이 떨어진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 곱빼기와 가격 파괴, 둘 다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이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경제학 교과서에 지겹도록 등장하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현실에서 일어난다. 때로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일으키는 촉매로 작용한다. 우버가 좋은 사례다. 우버의 시장가치는 설립 6년 만에 45조원이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가격체계는 한 경제의 유연성의 척도다. 정부 개입이 심한 경제에선 가격 체계가 유연해지기 어렵다. 물가를 잡는답시고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 체계가 작동하지 못하면 혁신의 동기가 자라나기 어렵다. 가격을 시장에 맡길 때 경제의 활력도 살아난다. 물론 독과점이나 담합을 통한 가격 왜곡행위야 철저히 잡아야 하겠지만. 가격 차별화, 한국 경제는 어떤지 살펴볼 때가 됐다.



이상렬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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