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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10개 5000만원" … 로또 대입에 노후 주머니 털린다

45세가 넘으면 정리해고 대상이라는 이른바 ‘사오정’ 세대는 중고생 자녀에게 사교육비를 쏟아붓는다. 전영선(47·여·서울 서초구)씨는 “웬만한 대학 나와선 대기업 취업도 어려우니 좋은 대학 보내고 전문직종을 갖게 하려고 자녀에게 사교육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지방에서 경기도 용인으로 이사 온 조모(48·여)씨는 큰아들을 전국 단위 자사고에 진학시키려 중학교 때 수학·영어 과외를 시키고 국어·사회학원에 보내느라 월 180만원을 썼다. 올해 고2가 되는 둘째까지 합하면 많을 땐 월 300만원이 들었다. 조씨는 “남편 월급으로 감당이 안 돼 맞벌이를 시작했다. 아이들 지원을 최우선으로 여겨 노후대책은 한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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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50대 학부모가 반퇴 이후 노후를 위험에 빠뜨릴 정도로 사교육에 돈을 쏟아붓는 원인이 자녀나 부모의 이기심에 있을까.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영어학원에 딸을 데려다준 조모(52·여)씨는 사교육비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수시전형에서 대학이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 논술에 비교과 활동까지 준비가 쉽지 않은 데다 돈도 많이 든다”며 “시험 성적으로 그냥 대학에 가면 좋겠다. 이런 대입 수시모집은 없어졌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조씨는 딸의 사교육비로 매달 200만원 이상을 쓰고 있다.

 학부모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자녀에게 사교육비를 쓰는 배경엔 복잡하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현행 입시제도가 버티고 있다. 2015학년도 대입을 치른 이성우(19·인헌고 졸업)씨는 “대입제도가 매년 바뀌고 대학마다 평가방식이 다르다. 수시 6곳에 지원하는데 어디가 유리하고 불리한지 예측할 수 없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지현(20·서강대 2년)씨도 국회 수능 개선안 토론회에서 “논술전형으로 입학했는데 지문 내용과 답안 작성법 모두 고교에서 배운 걸로는 합격하지 못한다. 강남 학원엔 입학사정관을 지낸 강사들이 있는데, 학생부종합전형을 총체적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진영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장은 “수능 난이도 조정에 실패하고 어떻게 해야 합격하는지 알 수 없는 ‘로또 대입’을 만든 교육관료들과 학원이 교육의 중심에 있으면서 학부모의 삶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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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사정관제에 이어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대치동엔 컨설팅학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고3 자녀를 둔 이모(49·서울 강남구)씨는 “일반고에선 수시 대비 여건이 안 돼 컨설팅업체를 알아봤는데 5000만원을 내면 특기자전형 스펙 10개를 갖추게 해 주겠다더라”며 “고1부터 3년간 스펙을 관리해 주고 목표 대학 수시에 붙으면 3000만원을 성공보수로 달라는 업체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박현미(48·서울 서초구)씨는 “주변 월급쟁이 가정에선 마이너스통장을 안 쓰는 집이 없다. 자녀가 고교생이 되면 사교육비 대려고 아르바이트하는 엄마들도 많은데 노후 대비는 한가한 얘기”라고 되뇌었다.

 윤유진 성균관대 사교육중점연구소 교수는 “사교육비 때문에 노후 준비를 못한다는 걸 부모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좋은 직장과 그렇지 않은 직장의 수입 격차가 크니 사교육비를 어쩔 수 없는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과잉 사교육을 줄이려면 교육·고용 등을 아우르는 복합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대입제도부터 더 단순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과 학부모의 요구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 학생부 비교과는 학교마다 여건이 달라 공정하지 않고 왜 붙고 떨어졌는지 모르기 때문에 평가의 신뢰성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자녀가 고3이었던 권기용(51·서울 강남구)씨는 “논술은 불신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채점 결과를 알려줄 자신이 있는 대학만 치르게 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김성탁·김기환·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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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