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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후원금 2억으로 늘리고 지구당 부활시키자"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비판을 받더라도 의원들이 후원금 문제로 탈법을 한다면 제도적으로 이를 막아야 한다”며 “법으로 옥죄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사진 선관위]
“민주주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용희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는 “독재는 총칼만 있으면 되니 돈이 필요 없지만 민주주의는 다르다. 돈이 필요하다면 구린내 나는 돈 대신 떳떳하게 쓰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선관위가 24일 공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보면 돈줄을 풀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 속에 폐지된 구·시·군 지구당을 부활시키고, 현행 1억5000만원인 정치인 후원금 모금액도 2억원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법인과 단체가 선관위에 정치자금을 기탁하는 것도 허용하자고 나섰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만연한 지금, 선관위의 제안과 김 총장의 발언은 도발적이다. 김 총장을 경기도 과천 선관위 사무총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역 지구당 부활 주장은 조금 생뚱맞다. 명분이 뭔가.

 “돈 먹는 하마라며 지구당을 없앴다. 그러자 원외 지구당의 조직도 사라졌다. 후원회를 둘 수 없고, 당비도 쓸 수 없게 됐다. 그런데 현역 의원들은 여전히 후원금을 따로 걷는다. 기득권자에게만 유리한 불공정 게임이 돼 버렸다. 지역에는 정치가 소멸됐고 경쟁자도 없어진 셈이다. 각 정당이 전당대회를 할 때면 너도나도 지구당 부활을 공약한다. 원외위원장이 이때는 표가 있으니까. 그런데 끝나면 기득권에 막혀 흐지부지된다.”

 -필연적으로 돈이 든다. 유권자가 싫어할 텐데.

 “선거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엔 축의금·조의금을 일일이 내야 했고 합동연설회를 열면 수천만원씩 쓰는 ‘돈 천지’였다. 선거법을 정비하고 과태료를 물리면서 이런 구태가 많이 사라졌다. 서울 지역위원장들은 지역 사무실 운영에 한 달에 600만원 정도, 1년에 700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한 정당이 200개 정도 구·시·군 지구당을 운영한다면 1년에 140억원 정도 쓴다. 우리 경제가 그걸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허약하진 않다.”

 -법인과 단체의 정치 후원금을 허용하자는 주장도 논란이 예상된다.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인 걸 안다. 그러잖아도 기업 하기 힘든데, 더 부담하라는 거냐는 불만도 예상된다. 그런데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 제한하면서 편법기부가 횡행하고 있다. 옛 통합진보당이 대표적이다. 거대 노조원들이 조직적으로 의원 개개인에게 후원하면 의원들이 특별 당비 형태로 당에 돈을 낸 흔적들이 보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특정 집단이 과잉대표된다. 그렇다고 한 기업이 수십억원씩 내는 걸 허용하자는 게 아니고 1억원을 한도로 하자는 거다. 선관위에 기탁하면 이를 국고보조금 형태로 각 정당에 배분하면 된다.”

 -회계 관리는 어떻게 할 건가. ‘돈 천지’가 재연되는 것 아닌가.

 “국고보조금은 별도의 계좌로 관리하고,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이 있을 때는 7일 이내에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 공개하도록 했다. 용도를 어겼을 경우 국고 환수 금액을 현행 2배에서 5배로 늘렸다. 과거처럼 유권자들한테 돈을 갖다주는 구조도 아니다.”

 선관위가 이날 공개한 내용 중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惜敗率)제도 도입, 후보자 사퇴 제한 등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 획정을 ‘헌법 불합치’ 결정한 데 따른 후속조치의 성격이다. 지역구 246명과 비례대표 54명인 국회의원 비율을 2대 1로 재설정해 비례대표를 100명 안팎까지 늘리자는 내용도 들어 있다.

 -정치판을 아예 새로 짜자는 건가.

 “19대 총선을 앞두고 의석 1석을 늘리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하물며 지역구를 200석까지 줄이자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란 걸 안다. 그럼에도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의석 배분을 각 정당이 받은 득표 비율에 따라 정확히 나누자는 취지에서다. 한 정당이 30%를 득표하면 의석수도 30석이 되도록 하자는 거다. 30명 중 지역구에서 16명이 당선됐다면 비례 14명을 당선시키는 형태의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현행 소선거구제하에서는 사표(死標)가 많이 나오고, 당선자가 과잉대표된다. 석패율제, 즉 지역구 결합 비례대표제는 ‘이정현법’이나 ‘김부겸법’이라고 부르고 싶다. 해당 시·도에서 지역구 당선자가 거의 안 나오는, 이를테면 영남의 새정치민주연합이나 호남의 새누리당 후보들에게만 적용토록 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를 허용해 정치적으로 불리한 지역에 출마해도 당선자가 나와야 지역주의가 완화된다.”

 -후보자 사퇴 시한을 설정한 이유는.

 “야당 쪽에서 불편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 후보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의사가 선거에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점도 해소해야 한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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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