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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일본, 한국 한 계단 낮춰봐 … 양국 서로 자극 삼가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찾은 일본 정계의 거물 오자와 이치로 생활당 대표(오른쪽)가 24일 김 전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한·일, 일·한 의원연맹에서의 활동 등을 통해 40년 넘게 친분을 쌓았다. 오자와 대표는 지난해 9월 본지 인터뷰에서 김 전 총리를 ‘오래된 한국 정치인 친구’로 칭하며 “만날 때마다 바둑을 뒀는데 그쪽(JP)이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김종필(JP·89) 전 국무총리의 부인 박영옥 여사 빈소의 조문 행렬은 발인을 하루 앞둔 24일까지 이어졌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73) 일본 생활당 대표(중의원),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안철수 의원,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김황식 전 총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 등이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에 마련된 박 여사의 빈소를 다녀갔다. 오전 10시30분쯤 이곳에 도착한 JP는 “좀 쉬어야 한다”는 가족의 만류를 무릅쓰고 조문객 한 명이라도 더 직접 맞으려 애를 썼다.

 JP는 특히 오자와 대표가 온다는 소식에 오전부터 “(오자와 대표가) 오전 11시쯤 김포공항에 도착한다. 안내 잘 하라”고 당부했다. 자민당 출신인 오자와 대표는 47세에 최연소 자민당 간사장에 오른 일본 정계의 거물로 JP와는 40년 넘게 친분을 쌓아왔다. 지난해 9월 본지 인터뷰에선 JP를 ‘바둑을 함께 두는 오랜 정치인 친구’로 소개했다. JP를 위로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오자와 대표가 낮 12시40분 빈소에 도착하자 JP는 점심 식사 도중 접견실로 나와 그를 반갑게 맞았다. 오자와 대표에게 아내의 임종 순간을 설명하던 JP는 분위기가 숙연해지자 “생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죽고 나서 (아내의 영정 사진을) 보니까 꽤나 미인이다”라는 농담도 했다.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이어 이날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위로 서신도 도착했다. 서신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내조의 공으로 부군의 버팀목이 돼 오셨음을 돌이켜 볼 때 가장 사랑하는 분을 여의신 각하의 깊은 슬픔을 생각하면 위로의 말씀조차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JP는 빈소를 찾은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가만 살펴보면 (일본이 우리나라를) 어딘지 한 계단 낮춰 보고 있다. 아직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박근혜 대통령도 그런 공기를 왜 모르겠느냐”고 말했다. JP는 “양쪽에서 한 발자국씩 물러서 가지고 (한·일 관계를) 고쳐야 된다”며 “우리도 필요 이상으로 자꾸 일본을 자극하고 비판하는 것은 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JP는 “내가 보는 승자는 미워서 이놈 죽어라 하는 그 대상자가 죽는 것을 확인하고 그 사람보다 오래 사는 거라고 했는데 졸수(90세)가 돼가지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90이 되고 보니까 미워할 사람이 없다. 나름대로 살고 있으니까 그 입장이 있겠지”라고 말했다. 홍 회장이 “(박 여사는) 모든 정치인의 아내 중에서 가장 행복하신 부인이셨다고들 한다”고 하자 JP는 “64년 동안 같이 있으면서 한 번도 남편 보기 싫어한 적이 없다. 속이 상하면 자기가 먼저 소화를 하려고 했다”며 “왜 생전에 더 잘 해주지 못했나 싶다”고도 했다.

 오후 늦게 빈소를 찾은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JP에게 최근의 독일 방문 사실을 전하며 “메르켈 총리가 10년이 됐는데 아직도 독일 국민들의 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사랑받는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JP는 “내각책임제를 하면 정당이 책임지고 잘하면 국민들이 17년까지 지지를 해준다”며 “5년 단임제 가지고 뭘 좀 하라고 하는 건 무리한 소리”라고 말했다. 앞서 JP는 새정치연합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에게 “여야라는 게 국회 안에서는 싸우지만 밖에 나와서는 술도 나눠먹고 경사 때는 기쁘게 놀고, 예전에는 그랬는데 근래엔 여야 간에 저녁 먹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고 했고, 문 의원은 “그렇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유머 감각은 이날도 살아 있었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이 “제가 서울 중구에 처음 출마했을 때 일부러 유세장에도 와주셨는데 기억하느냐”고 묻자 JP는 “아이, 그때는 미인 좀 볼라고…”라고 받아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한 언론사 간부가 “저도 7년 전에 마누라 먼저 보냈다”고 하자 “7년 됐으니까 홀아비 마스터 하셨겠네”라고 말했고, 안택수 전 의원이 “올해 73세”라고 하자 “아직 청년이여”라며 껄껄 웃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조문한 일에 대해선 “얼마인지는 몰라도 (지지율이) 한 20~30% 올라갔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내각제 개헌이나 남북 통일에 관한 주제가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돌고 있는 데 대해 JP는 “그런 게 어디 있느냐. 그건 다른 경우다”라고 부인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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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