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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도 위험 운전기사, 오늘도 버스 몰고 달린다

지난달 말 저혈당 쇼크에 빠져 교통사고를 낸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모습. 고개를 뒤로 젖히더니(왼쪽) 이내 실신해 엎어졌다. 버스는 1t 트럭과 충돌해 트럭 운전사가 사망했다. [사진 창원중부경찰서]

#‘어지럼증이라도 느낀 듯 시내버스 기사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러더니 갑자기 운전대 쪽으로 엎어졌다. 버스는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1t 트럭과 정면충돌했다. 버스 기사는 무사했지만 트럭 운전사는 숨졌다. 버스 승객이 없어 인명 피해는 그 정도에 그쳤다.’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시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 시내버스 기사가 정신을 잃는 장면은 버스 폐쇄회로TV(CCTV)에 고스란히 잡혔다. 사고를 조사한 경찰은 당뇨병 환자인 운전기사 정모(38)씨가 저혈당 쇼크를 일으킨 것으로 결론지었다. 저혈당 쇼크란 혈중 포도당 농도가 떨어져 의식이 흐려지고 졸도까지 하는 증상이다. 경찰은 사망 사고를 낸 정씨에 대해 지난 2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해 4월 부산 김해공항 부근. 공항 진입로로 방향을 틀어야 할 공항리무진 버스가 엉뚱한 길로 내달렸다. 남성 승객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니 운전기사는 멍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운전대를 꼭 붙잡고 있었다. 완전히 정신을 잃지는 않은 듯, 횡단보도에 이르자 버스는 속도를 늦췄다. 순간 남성 승객이 차량 열쇠를 뽑아 버스를 세웠다. 병원 진단 결과 공항버스 기사는 뇌출혈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대중교통 운전기사들이 운전 중 정신을 잃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버스·택기 기사들이 저혈당 쇼크나 심장마비, 뇌출혈 등으로 의식을 잃어 사고가 난 경우가 2011~2013년 3년간 21건에 이른다. 통계가 잡히기 전인 2010년에는 기사가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바람에 마을버스가 콘크리트 벽을 들이받아 기사는 숨지고 승객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운전기사는 심장병을 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중교통은 아니지만 2012년 전남 광양에서는 심장병 환자이던 어린이집 버스 기사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버스가 가로수를 들이받는 일이 일어났다.

 정신을 잃어 사고를 일으킨 대중교통 운전기사들은 대부분 당뇨병이나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 제한 없이 기사로 취직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마약 복용자나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만 버스·택시 기사로의 취업을 제한할 뿐 질병에 관한 규정이 없어서다. 사고가 나면 다수의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중교통 운전자인데도 건강을 살피는 제도가 없는 것이다.

 대중교통 기사들이 취직할 때 받는 건강 관련 점검은 시력검사 등 운전면허를 따거나 갱신할 때 하는 신체검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창원시에서 트럭과 충돌해 사망 사고를 낸 정씨 역시 이런 검사를 거쳐 버스 기사가 됐다. 입사 후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에서 당뇨가 발견됐지만 젊은 데다가 약을 복용하면 된다는 이유로 계속 근무했다. 그러다 결국 사망 사고를 일으켰다. 서울대 의대 문민경(내분비외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 쇼크뿐 아니라 운전 중 급성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을 일으킬 확률도 일반인보다 2~5배 높다”며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운전은 특히 노동 강도가 높아 건강이 좋지 못한 운전자가 위험에 이를 수 있다. 1일 2교대 또는 격일제로 하루 9~17시간 운전을 하는 와중에 승객과 실랑이를 벌이고 용변까지 참아야 해 스트레스가 심하다. 젊고 건강한 사람도 이내 지칠 정도라는 게 버스 기사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최근에는 고령 버스·택시 기사들도 늘고 있다. 2012년 4만1741명이던 65세 이상 대중교통 운전자가 지난해에는 5만5683명으로 2년 새 33% 늘었다. 고령 운전자가 늘어난 점을 감안해 교통안전공단이 65세 이상 운전자는 정밀검사를 받도록 했지만 이마저도 시력·청력 같은 것일 뿐 질병 검진은 아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중교통은 시민 다수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며 “질병에 대한 채용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성욱·김윤호·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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