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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히려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방탄복을 입히다니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이번에 밝혀낸 불량 방탄복 비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군납비리에 익숙해진 눈으로도 충격적이다. 구속된 육군 전모(49) 대령은 특수전사령부 군수처장으로 근무하던 2010년 시험평가를 조작해 불량 방탄복 2000여 벌(13억원 상당)을 특전사 장병들에게 보급했다.

 문제가 된 방탄복은 시험운용 부대에서 이미 낙제점을 받은 것이었다. 북한군의 신형 개인화기인 AK-74 소총탄에 관통돼 방탄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방탄복은 “어깨보호대 때문에 사격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혼자 착용할 수 없다. 신속히 벗을 수 없어 긴급상황 발생 시 생존율이 낮다”는 부정평가까지 받았다.

 방탄복에 걸려 총을 쏠 수 없다면 오히려 방탄복이 착용자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특수전을 담당하는 특전사의 경우 방탄복을 벗어야 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큰데 그게 어렵다면 방탄복 탓에 오히려 목숨을 잃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 대령은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도 다른 부대의 시험운용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서류를 꾸몄다. 이는 단순한 납품비리가 아니라 전우에 대한 배신이며 국가에 대한 반역 행위다. 불량장비로 인한 전투력 손실은 전쟁에서의 패배, 궁극적으로 국가의 존망에 대한 중대 위협으로 확장될 수 있는 까닭이다.

 방위산업은 극도의 보안과 전문성, 막대한 비용규모 때문에 비리가 끼어들 여지가 많다. 특히 최근 해군과 공군의 전 수뇌부 구속 사태에서 보았듯 군 수뇌부가 비리의 정점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비리가 발생할 경우 당장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지라도 가장 위험한 순간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고야 만다. 최첨단 수상구조함이라 자랑하던 통영함이 세월호 침몰 때 꼼짝도 할 수 없었던 이유가 다른 게 아니었지 않나.

 방산 비리를 단순비리가 아닌 국가 안보를 해치는 위해 행위로 엄벌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군수품 선정을 군에만 맡길 게 아니라 국방과학연구소나 국방기술품질원 등 외부 전문기관에 분산해 2차, 3차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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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