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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김탁환 소설가

집채만 해진 삼중당 문고

공룡같이 기괴한 삼중당 문고

우주같이 신비로운 삼중당 문고

그러나 나 죽으면

시커먼 뱃대기 속에 든 바람 모두 빠져나가고

졸아드는 풍선같이 작아져

삼중당 문고만 한 관 속에 들어가

붉은 흙 뒤집어쓰고 평안한 무덤이 되겠지

- 장정일(1962~) ‘삼중당 문고’ 중에서

시의 경계 허무는 경쾌함
랩처럼 쏟아지는 독서예찬



1988년 봄, 장정일의 ‘삼중당 문고’를 만났다. 불온하고 자유로웠다. 삶의 곳곳에서 문고본을 꺼내 읽은 경험담이 랩처럼 흘러나왔다. 도시의 비루한 일상에 깨알 같은 문고본의 글씨들이 비트를 탔다. 시다운 것과 시답지 않은 것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이기도 했다. 확정된 진리를 교과서에서 배우지 않고, 간행목록표의 일련번호만큼 다채로운 문고본들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세상을 떠돌며 깨달음을 얻으려는 새로운 독서가의 면모가 그때 벌써 움텄던 걸까.

 경쾌하게 따라 읽다가 끝 부분에 와선 숙연해졌다. 얇은 문고본이라도 지식이 쌓이면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친 듯 부풀어 오르지만, 죽을 땐 결국 시커먼 뱃대기 속 바람이 빠져나가고 문고본만 한 관에 들어가 잠든다는 상상. 스물한 살의 나도 그처럼, 책을 펼치고 밑줄을 그어 정리하며, 질투를 감춘 채 떠들고, 책에 의지하여 보낸 가난한 시절의 회상을 내 책 첫머리에 담고, 끝내 죽어 책 속에서 영원히 쉬고 싶었다. 그 징글징글한 상상의 바닥을 더 자세히 훑기 위해 장정일에 관한 긴 글을 지었다. 내가 쓴 첫 문학비평이었다. 김탁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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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