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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인사청문회 거부는 야당의 직무유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현일훈
정치국제부문 기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사퇴가 국민적 요구이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길입니다.”

 24일 오후 국회기자실, 박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야당 소속 위원들은 “인사청문회장에서 ‘초임 말단 검사로서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해명할 기회를 얻는 게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 아니다”며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박 후보자가 1987년 검사 시절 서울대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에 참여한 이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잠시 뒤 등장한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의 주장은 달랐다. “87년 1월 14일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했고, 그는 1차 수사팀으로 참여해 경찰 조사 그대로 고문 관여자 2명을 기소했다. 말석이던 박 후보자는 한 달 후 정기인사에 따라 여주지청으로 전보됐다. 2개월 뒤 정의구현사제단이 ‘고문 관여 경찰관이 더 있다’고 폭로해 2차 수사가 개시됐고, 박 후보자는 다시 수사팀에 합류해 3명의 경찰을 추가 구속했다”는 것이다. 그는 “1차 수사팀에서 박 후보자는 임관된 지 3년도 안 된 신임검사로 부장·수석검사의 지시에 따라 지원했을 뿐”이라며 “이런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박 후보자가 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야당의 거부로 지난 11일 청문회가 무산된 뒤 여야의 주장은 24일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그러나 청문회가 열리지 않아 박 후보자 본인의 해명을 국민은 들을 수 없다.

 ‘청문회를 열어 줄 수 없다’는 야당의 주장을 순수하게 박 후보자의 ‘박종철 사건 수사팀 참여 경력’에서만 찾기는 어색하다. 박 후보자의 ‘윗선’ 검사들이 지나간 길 때문이다.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신창언 당시 서울지검 형사2부장은 검찰을 퇴직한 뒤 94년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수사검사였던 안상수 현 창원시장은 정치권에 입문해 한나라당 대표까지 역임했다. 3차 수사를 맡았던 강신욱 당시 대검 중수부 2과장도 국회 동의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말단 검사였던 박 후보자에게만 혹독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에선 “결국 야당 입맛에 맞는 인물을 데려와야 링 위로 올라오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답답해하고, 야당 내부에서도 “원내지도부 쪽에선 일단 청문회는 열고 검증해 보자는 기류도 꽤 있지만 일부 의원이 워낙 강경하다. 사정이 좀 복잡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문회는 ‘잘못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시시비비를 가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수단이다. 청문회를 열어 국민에게 판단의 기회를 주고 반대 의사는 본회의장에서 표로 던지면 된다. 인사청문회에서 매섭게 따지고 본회의에서도 이탈 표 없이 표 단속에 성공했던 이완구 청문회의 좋은 추억을 야당은 그새 잊어버린 걸까.

현일훈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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