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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감지기, 절망서 쏘아올린 희망의 불씨

사업 실패를 경험한 뒤 적외선 불꽃감지기 제조업체를 설립해 재기에 나선 유정무 대표. 손에 든 자사 제품은 기존 경쟁사 제품에 비해 화재식별 능력이 뛰어나 최근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신인섭 기자]

불황 탓에 기업 현장이 스산한 요즘, 쏟아지는 주문량을 맞추려 회사를 풀가동하는 중소기업인이 있다. 적외선 불꽃감지기 생산업체인 아이알티코리아의 유정무(60) 대표다. 지난 12일 성남시 중원구의 한 아파트형 공장에서 만난 유 대표는 “오늘 오전에도 20여대를 주문처에 배송했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지난달 말 제품을 처음 출고하고 설 연휴 전까지 100여대를 판매한데 이어 이번달 중 1000여대 제품 주문 계약이 예정되어 있다.

 작은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조립용 책상 위에 완제품이 되길 기다리는 부품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최근 3주간 매출은 5200만원 남짓. 적다면 적은 액수지만 사업 실패로 다시는 기업인으로서 재기할 수 없을 거라 절망하던 날들을 돌아보면 가뭄에 단비 같은 돈이다.

 삼성그룹 공채 24기 출신인 유 대표는 1990년대 중반 가전제품 대리점과 컴퓨터 부품사업에 뛰어들어 제법 잘나가는 ‘사장님’이 됐다. 그러나 2006년 전 재산을 털어 중국에서 시작한 전자부품 가공사업이 한국인 동업자와의 분쟁으로 법정 송사에 휘말려 무너졌다. 대규모 부채까지 짊어지면서 졸지에 ‘채무자’로 전락한 것이다. 목숨마저 끊으려던 깊은 절망의 순간, 가족들을 떠올리며 살아갈 한 조각의 남은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돌아온 한국에는 체납된 세금과 막대한 채무가 남아 있었다. 빚을 갚고 가족들을 부양하러 편의점 아르바이트, 대리기사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다시 사업으로 재기하고 싶었지만 채무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때 재기중소기업개발원에서 진행한 ‘힐링캠프’에 참가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심리치료와 명상 등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재기 의지에 불이 붙었다. 캠프에서 퇴소한 2013년 3월, 마침 재창업 기업가를 지원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사회 분위기도 재기기업인 지원에 힘을 실었다. 실낱 같은 희망을 본 기분이었다.

 유 대표는 관련 업체에 근무한 경험을 살려 2013년 6월 화재예방용 적외선 불꽃감지기 제조업에 도전했다. 정부기관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따내고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융자를 받아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기술력 확보를 위해 열영상카메라 제조업체 대표를 찾아가 최고기술경영자(CTO)로 회사에 영입했다.

 그러던 중 전국의 문화재와 공공시설에 설치된 불꽃감지기 2만대가 불량이라는 본지의 단독 보도(지난해 8월7일)가 나왔다. 아이알티코리아에는 큰 호재였다. 보도 후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실시한 승인 시험을 시제품이 통과하면서 품질력을 인정 받았다. 이후 불량제품의 교체수요가 고스란히 주문물량으로 쏟아졌다. 아이알티코리아는 불량 불꽃감지기에 대한 보상판매업체로도 자진 등록했다.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하는 조건이지만 동일 규격 제품의 교체 수요 9000대를 잠재적으로 확보해 홍보 효과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불량 불꽃감지기는 성능이 떨어져 담뱃불, 난로 등의 일상의 불꽃과 진짜 화재를 적외선 센서가 구분하지 못했다. 제품을 판 업체는 센서의 감도를 낮추는 식으로 관리해 문제가 됐다. 유 대표가 제조한 제품은 3개의 센서가 적외선 파장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내부 탑재된 소프트웨어가 고유의 알고리즘으로 에너지 변화량을 체크해 비화재성 불꽃은 배제한다. 가격도 경쟁사에 비해 3분의 1 수준, 크기도 3분의 1로 초소형이다.

 유 대표는 현재 추세와 판매 문의를 봤을 때 올해 50억원 이상 매출을 기대해본다. 중국 사업 경험을 살려 해외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글=박미소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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