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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타깃, 이젠 유럽


세계적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기업 사냥 표적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바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0일 독일 오토바이 장비 업체인 데틀레프 루이스 모토라트페어트리프스(Detlev Louis Motorradvertriebs·이하 루이스)를 4억 유로(약 5033억원)에 인수했다. 루이스는 주로 오토바이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곳으로 연간 매출액은 2억7000만 유로다. 현재 독일과 호주에 약 70개 매장을 갖고 있으며 전체 직원은 1600명이다.

 루이스는 미국 기업만 편식해 왔던 버핏의 유럽 투자 신호탄이다. 버핏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투자가 그동안 진행된 것에 비해 작지만 유럽 문을 연 일”이라고 자평했다. 유럽 투자를 확대할 생각을 내비친 것이다. 버핏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의미하는 ‘코끼리 사냥’을 하기에 유럽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봤다. 그는 “미국은 나의 첫사랑이지만 유럽에서도 많은 가능성이 있다”며 “수억 명에 달하는 유럽 인구는 소득도 높고 생산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최근 경기 침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버핏은 ‘미국 주식’만 사랑했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기업이 포진한 미국에 집중했던 버핏의 과거 투자 스타일을 보면 이번 유럽 기업 인수는 매우 획기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그 자체로 미국 증시 시가총액 3위의 대형 기업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수익의 85%를 미국에서 올리고 있다. 버핏이 장기 투자해 온 곳들도 코카콜라(지분율 9.1%), IBM(7.7%), 아메리칸익스프레스(14.9%), 월마트(1.8%)처럼 각 업종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코카콜라 지분은 버핏이 20년 넘게 보유 중이다. 코카콜라 초기 투자액 13억 달러는 현재 160억 달러로 불어나 있다.


 미국에서 유럽으로 관심을 돌리는 건 버핏뿐만이 아니다. 다른 미국 투자자들도 미국 주식에 대한 사랑을 줄이고 있다. 24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선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09년부터 4년 동안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약 4000억 달러가 빠져나갔지만 해외 주식형 펀드엔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특히 2013년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지난해 말까지 2100억 달러가 몰렸다.

박정우 연구원은 “올해 연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9억5000만 달러가 들어온 데 비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52억7000만 달러가 몰렸다”고 말했다.

 버핏의 유럽 투자를 두고 국내 증시 전문가는 “가치투자가인 버핏이 과열 논쟁이 가열된 미국 증시를 피해 유럽의 경기 회복과 성장성을 보고 장기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지난해 급격히 오른 데다 기업 실적이 시장 예상치보다 줄고 있어 투자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비해 양적완화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은 유럽으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이며, 이번 버핏의 투자가 촉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중론도 있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 증시는 유로화 약세·양적완화 등의 호재로 단기적으로 투자 기대감은 높지만 그리스 구제금융 등 투자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버핏의 투자가 대규모로 확대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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