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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정의 High-End Europe]
꿈 같은 베니스 카니발








한 겨울 추위에서 살짝 벗어난 2월 어느 밤. 이탈리아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의 오래된 카페 플로리안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플로리안은 1720년 개업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괴테, 바이런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곳이다.

비잔틴 풍 건물의 로맨틱한 샹들리에 아래, 플로리안의 단골이었던 카사노바나 부유한 귀족, 궁정 광대, 가수 등 당시 모습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플로리안을 가득 채운다. 다양한 포즈로 한껏 자신의 모습을 뽐내면 카메라 플래쉬는 폭죽처럼 수없이 터진다. 가면과 분장의 축제, 베니스 카니발의 한 장면이다.
 베니스 카니발(Venezia Carnival)은 1162년 아퀼레이아(Aquileia) 대주교와의 전쟁에서 베니스 공국이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1296년부터는 그리스도교의 사순절(四旬節) 축제로 진행됐다. 매년 부활절 전에 행해지는 40일 간의 사순절 기간이 시작되기 전, 축제는 10여일 동안 계속된다.

부활절 날짜에 맞추어진 축제이다 보니 날짜는 매년 달라진다. 올 해는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17일까지 열렸다. 예전부터 사순절에는 단식을 하고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는 교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 전에 고기도 먹고 마음껏 즐기고자 카니발을 만들었다.


카니발은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공화국의 공식 축제로 번성하였고 유럽 각국의 수많은 귀족과 부호들이 몇 날 몇 달 동안 방탕한 시간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곤 했다. 1797년 베니스가 프랑스의 나폴레옹에 패하면서 중단되었다가 약 200년만인 지난 1980년 재개됐다. 이탈리아 정부와 베니스 시민의 노력으로 카니발이 역사 문화 복원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탈리아 최고의 축제, 세계 10대 축제로 꼽히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의 카니발과 함께 세계 최고의 카니발로 꼽힌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주말 열리는 가장 행렬과 가면 경연대회이다. 이때가 아니라도 화려한 가면과 그에 어울리는 차림을 한 사람들은 시내 어디서나 마주치게 된다. 현지 주민은 물론 전세계 관광객들도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정성껏 차려 입는다.

카니발의 많은 가면들은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라는 즉흥극의 등장인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얼굴의 한 부분 또는 반만 가리는 가면이 많은데 이것은 가면극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많은 전문점에서 파는 아름다운 가면을 구입해 축제를 즐기거나 기념품으로 소장해도 좋다.


베니스 카니발 행사 중에는 13세기부터 이어져온 마리아 축제(Festa delle Maria)도 있다. 선발된 12명의 소녀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환호하는 군중과 함께 산마르코 광장까지 행진한다. 이 중 선택된 한 명이 다음해 카니발에 '천사' 역할을 하게 된다. 천사의 비행(Volo dell'Angelo)은 선택된 천사가 산 마르코 광장 종탑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데 평화를 상징한다.


이 행사 외에도 시내 곳곳에서는 다양한 무도회와 콘서트, 연극 공연, 크루즈, 전통 음식 체험, 불꽃 축제 등이 열린다. 무도회에는 물론 가면을 쓰고 성장을 하고 참여해야 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총독의 무도회를 재현한 '일 발로 델 도쥐(Il Ballo del Doge)'. 대운하에 접한 저택에 푸짐한 음식과 연주, 공연이 준비되고 마치 과거의 베니스로 되돌아간 듯한 사치스럽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부담스럽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한 번쯤 용기를 내보시길 권한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하룻밤이 펼쳐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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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