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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어른들의 색칠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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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안티 스트레스 도서로 자리잡은 색칠북. 지난해 시작된 색칠북의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20, 30대 여성 중심이던 고객층은 40대 이상 중장년으로 넓어지고 있다. 형태와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검은 바탕색 벗기다보면 야경 완성

도안을 따라 검정색 칠을 긁어내면 세계 유명
대도시의 멋진 야경이 펼쳐지는 ‘스크래치 나이트
뷰’. [사진 라고디자인]
지난 10일 강남 교보문고 핫트랙스 매장에서 만난 이도윤(25·서울 강남구)씨는 전 세계 유명 도시의 야경이 펼쳐지는 스크래치 그림 앞에서 넋을 놓고 있었다. 스크래치 그림은 어린 시절 알록달록 크레파스로 바탕색을 깔고 그 위를 검은색을 칠한 뒤 이쑤시개나 동전 등으로 긁어서 그림을 그리던 것에서 착안한 상품이다. 나무 펜으로 회색의 그림을 따라 검은 바탕색을 벗기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파리·뉴욕 등 세계적인 도시들의 야경이 펼쳐지는 일명 ‘스크래치 나이트뷰’가 완성되는 것이다. 스케치북 크기의 스크래치 나이트뷰는 지난해 12월 출시돼 20, 30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씨는 “어릴 적 생각도 나고, 색칠북을 하기에는 조금 낯간지러웠는데 스크래치 나이트뷰는 건축적인 의미가 있어 해보고 싶다”며 “완성되면 액자를 만들어서 방에 걸어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상품을 제작·판매 중인 ‘라고디자인’의 하성용 대표는 “이 상품은 지난해 11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출품하자마자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며 “엽서 형태의 스크래치 포스트카드와 스크래치 지도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색칠북의 인기와 함께 색연필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어린이용 저가 색연필이 아니라 유명 브랜드 고가 색연필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파버카스텔’ ‘스테들러’ 등이다. 파버카스텔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30% 이상 판매량이 늘면서 물량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반짝 베스트셀러 넘어 스테디셀러로”

도안을 따라 검정색 칠을 긁어내면 세계 유명
대도시의 멋진 야경이 펼쳐지는 ‘스크래치 나이트
뷰’. [사진 라고디자인]
색칠북을 찾는 남자들도 늘고 있다. 강남 교보문고 색칠북 코너에서 만난 한 20대 남자는 “색칠북이 요즘 아줌마들한테 그렇게 인기라는데, 근데 이상하게 나도 끌린다. 나도 아줌마인가”라며 멋쩍은 듯 색칠북을 뒤적이더니 일러스트 색칠북 한 권을 집어 들었다. 3세, 5세인 두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명륜(45·서울시 강남구)씨는 색칠북 『비밀의 정원』(클)과 『명화의 숲』(그여름)을 골랐다. “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색칠북을 사기 위해 마음 먹고 서점을 찾았다”며 “내가 고른 건 세밀하면서도 화려한 『비밀의 정원』, 아이들이 고른 건 명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보다 쉽게 그릴 수 있는 『명화의 숲』이다”라고 말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14년 8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색칠북 구매자들의 성별·연령대별 분포는 여성 20~30대가 35.53%, 30~40대 26.32%, 40~50대 14.05%의 순이었다. 남성 구매자의 비중도 상당했다. 20~30대 남성의 비중은 3.24%, 30~40대 남성은 5.24%, 40~50대는 5.31%였다.

 국내에서 색칠북이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비밀의 정원』이 출간되면서부터다. 출간 직후부터 베스트셀러 톱 10에 이름을 올리더니 12월부터는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교보문고 조영재 대리는 “취미·실용 도서가 이렇게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에 머무는 건 이례적”이라며 “반짝 인기 후 사라지는 베스트셀러가 아닌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최근 20쇄에 돌입했다. 그 이후 나온 색칠북이 100여 종이 넘는다.


국내 작가 색칠북도 속속 등장

해외에서 들여온 수입 색칠북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인기 국산 색칠북도 등장했다. 국내 작가의 작품인 『명화의 숲』은 해외 진출도 앞두고 있다. 여기엔 SNS가 배경이 됐다. 이 책의 독자들이 완성한 작품을 SNS에 공유했는데, 이를 본 대만의 한 출판사가 대만 현지 출간을 의뢰해 왔다. 다음 달 대만 시장에 출간될 예정이다.

색칠북의 인기에 색연필의 판매량도 늘었다. 지
난해 8월 이후 나온 색칠북의 종류가 100여 종에 이
른다. [사진 그여름]
『비밀의 정원』이 인기를 끌었던 배경에도 SNS가 있었다. 이 책의 출판사 ‘클’의 박정우 마케팅 팀장은 “트위터를 통해 유럽에서 색칠북이 인기라는 소식을 접하고 판권을 계약했다”며 “이 책의 국내 출간 소식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3000건 이상 리트윗됐다. 잘될 거란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감성을 일깨워준다는 색칠북이지만 색칠북의 인기를 만든건 SNS라는 첨단 미디어였던 거다. 요즘 색칠북에 빠져 지낸다는 김수진(40·서울 서초구)씨는 “운동은 싫어하고 그림에도 소질이 없어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었다”며 “도안에 맞춰 색만 칠해도 근사한 작품이 완성돼 성취감도 크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반응도 좋아 시간이 날 때마다 색칠북을 펼친다”고 말했다. 명화의 숲을 낸 출판사 그여름의 김이연 대표는 “색칠북을 완성한 사람들은 대부분 SNS를 통해 완성품을 공개한다. 그에 대한 댓글이 달리고 공유가 되면서 이 책에 대해 알게 되고 사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전했다. 이 출판사가 펴낸 『나의 소녀』 역시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이 SNS 인스타그램에 완성작을 올리면서부터 ‘태연 컬러링북’이라는 별명을 얻고 빠르게 순위에 진입했다.

본래 색칠북의 원조는 2012년 영국이다. 출판사 ‘마이클 오마라’가 자사의 디자이너들이 그린 그림들을 엮어 『크리에이티브 테라피』라는 안티 스트레스 색칠북을 내놓았던 게 시초다. 이 책은 지금까지도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의과대 미술치료대학원 김선현 교수는 “치유를 원하는 현대인들의 바람과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그림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잘 그려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선뜻 그리지 못했던 사람들도 부담 없이 그림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너무 복잡하고 세밀한 도면을 선택하면 완성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을 얻을 수 있으니 자신의 성향에 맞는 그림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자매체나 스마트폰은 편리함을 주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피로감도 크다”며 “색칠북은 짧은 시간에 휴식과 예술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江南通新 도안을 완성해 보내주세요

도안 예시
홈페이지 또는 지면에 있는 江南通新 색칠 도안을 완성해 주세요. 도안을 색칠하신 후 강남통신 페이스북 쪽지나, 강남통신 e메일(gangnam@joongang.co.kr)로 작품을 찍어서 보내주세요. 우편(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00 중앙일보사 9층 강남통신)으로 보내주셔도 됩니다. 강남통신 카카오 스토리(아이디 gangnamtongsin)에 사연과 함께 댓글도 남겨주세요. 우수작 30점을 선정해 색칠북이나 ‘스크래치 나이트뷰’를 선물로 드립니다. 선물은 ‘그여름’ 출판사의 『명화의 숲』 10권, ‘지식인하우스’의 『런던 컬러링 북』 『아이 러브 키튼 컬러링 북』 각 5권, ‘라고디자인’의 ‘스크래치 나이트뷰’ 10점 중에 하나입니다. (선택 불가, 1인 1종). 발표는 3월 11일 강남통신 홈페이지에 게재합니다.

김소엽 기자 lum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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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