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커버 스토리]오늘은 축구, 내일은 복싱, 모레는 …



“뻥~.” 김류오(도곡초 2)군이 찬 공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공을 받은 이채빈(언주초2)군이 발을 오른쪽·왼쪽으로 번갈아 움직이며 앞으로 나갔다. 앞을 막는 2~3명을 날렵한 동작으로 따돌린 이군은 오른쪽 다리를 뒤에서 앞으로 뻗어 멋지게 슛을 날렸다. 골대의 그물이 출렁거리자 “와~ 골인”하는 함성이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지난 14일 오후 3시 강남구 대치초 운동장에서 펼쳐진 FC강남주니어와 분당 베스트원스포츠클럽의 친선경기. 이날 대치초 운동장은 3~4개 팀이 구역을 나눠 사용하고 있었다. 대치초는 올해 운동장 대여 연간 계약이 꽉 차 있다. 학교 운동장을 이용하는 스포츠 클럽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초등학교 남학생 사이에 축구를 배우는 건 당연한 일이 됐다. 축구는 기본, 야구·농구·수영·스키 등은 선택이다. 최근에는 복싱·펜싱·클라이밍 등 분야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진화하고 있는 스포츠 사교육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글=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축구클럽리그 참여 10배(4년 사이) 늘고 … 클라이밍·펜싱 등 종목도 많아졌죠

스포츠 사교육 시대다. 20년 전만 해도 ‘운동한다’고 하면 축구공이나 농구공 하나 들고 동네 공터나 학교 운동장을 찾았지만, 이제는 비용을 지불하고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는 게 일반화됐다. 유재필 미래스포츠클럽 대표는 “이제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종목인 줄넘기까지 과외를 받고 있다”며 “강남 초등학교 한 반 정원 30명 중 3분의 2 이상은 학교 밖에서 운동을 배운다”고 했다.


“사설 축구클럽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유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클럽 수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스포츠클럽 증가는 공식적인 통계를 내기 어렵지만, 대한축구협회에서 관리하는 유소년 축구클럽리그에 참여하는 팀의 규모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축구클럽리그에 참여하는 팀은 2010년 94개에서 2013년 892개로 늘었고, 참가선수도 1510명에서 1만5313명으로 증가했다. 4년 사이에 10배 정도 성장한 거다.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미디어팀장은 “유소년클럽리그에 참여하는 축구클럽이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하면 사설 클럽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축구뿐 아니다. 야구와 농구는 물론, 아이스하키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많다. 특히 장비 구입에 많은 돈이 들어 ‘귀족 스포츠’라고 불렸던 아이스하키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도 높다. 2005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등록한 학생 수는 505명이었는데, 2014년에는 1447명으로 약 세 배 정도 증가했다. 오솔길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전임지도자는 “2000년대 초반에는 몇몇 초등학교에서 선수를 육성할 목적으로 아이스하키부를 운영했지만 이제는 취미로 아이스하키를 배우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스포츠 사교육 분야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다. 스포츠클럽 관계자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축구클럽 열풍이 분 게 시발점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4강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가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올렸다는 거다. 월드컵뿐 아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운동 종목은 대부분 사교육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 박원준 한국리틀야구연맹 홍보이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수상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의 성과가 유소년들의 야구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고 했고, 유재필 대표도 “김연아 선수 피겨스케이팅 경기나 손연재 선수의 리듬체조 경기 다음 날에는 학부모들로부터 ‘스케이트나 리듬체조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소개해 달라’는 문의가 쏟아졌다”고 회상했다.

대중의 관심과 함께 스포츠클럽도 점점 체계화·전문화되고 있다. 사설 클럽끼리 실력을 겨룰 수 있는 리그나 대회가 늘고 있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예전에는 축구선수 출신 강사에게 드리블·리프팅·트래핑·패스·슈팅 등 기본 기술을 배우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팀별로 다양한 리그나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범직 FC강남주니어 대표는 “현재 운영하는 팀만 40개가 넘는다”며 “클럽 내에서도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다양한 대회를 열 수 있고, 1년 동안 협회 등에서 개최하는 크고 작은 리그나 대회에 8번 이상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설 승마클럽은 물론 공·사립 초등학교에서도 방과후수
업으로 승마를 가르치는 곳이 많다. 몸의 균형을 맞추는데
도움이 돼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있다. [중앙포토]
한 종목만 가르치는 부모 거의 없어 분야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로 강남·서초·송파 등에 거주하는 학부모 15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하고 있는 운동 종목이 17종에 달했다. 축구·농구·야구·수영·스키·아이스하키·필라테스·복싱·클라이밍(실내암벽등반)·승마·줄넘기·스케이트·골프·요가·테니스·태권도·인라인스케이트 등이었다. 한 종목만 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아이 성장에 맞춰 2~3가지 종목을 동시에 시키거나 번갈아 가르쳤다.

사회성을 기를 목적으로 선택하는 게 축구·농구·야구 등 단체운동이다. 이런 경기는 룰이 엄격하고 혼자 힘으로는 절대로 상대팀을 이길 수 없어 협동심을 기르는데도 도움이 된다. 박신우 얼라이브스포츠클럽 대표는 “축구나 농구 경기에서 상대팀을 이기고 싶으면 자신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를 해야 골로 이어진다”며 “초반에는 혼자 공격해서 골을 넣으려고 욕심을 부리던 아이들도 한두 번 경험한 후에는 다른 사람과 협동해야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범직 대표가 팀 내에서 한 달씩 돌아가면서 주장을 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까불고 게임에 집중 안 하던 아이도 자신이 주장을 해본 후에는 태도가 돌변한다”며 “단체운동을 해본 경험이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나이스샷.” 한 초등학생이 방과후수업 시간에 교사의
도움을 받아 스윙연습을 하고 있다. 골프는 인내심을 기
르는 데 도움이 된다. [중앙포토]
최근에는 복싱을 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아들을 둔 주부 박모(45·경기도 죽전동)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아들에게 복싱을 시키고 있다. 탁구와 농구는 각각 주 1회 정도, 복싱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하도록 할 예정이다. “5학년에 올라가면서 기존에 주 3회씩 하던 엘리트 축구를 접고 취미반으로 돌리려했지만 적당한 팀을 찾을 수가 없었다. 복싱은 학원을 마친 늦은 시간에도 할 수 있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운숙(37·강남구 개포동)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하고 싶어서 복싱을 선택했다. 그는 “남자애들은 고학년이 될수록 힘으로 서열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아들이 순한 편이라 어렸을 때부터 자기 방어를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복싱을 시작한 후로 아들의 팔 힘이 세졌다”며 “학교에서 힘센 아이를 상대로 팔씨름에 이긴 후에는 부쩍 자신감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들은 한 달 전부터 주 2회 친구와 함께 서울 역삼동 한 클라이밍장에도 간다. 클라이밍을 이용하는 비용은 한 달에 14만원.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아이가 친구과 함께 놀면서 운동하는게 재밌다고 해서 시키는 중이다. “스포츠 교육에 한 달에 총 30만원 정도 지출하는데 아이의 체력이 좋아지고 성격도 밝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담력을 키우려고 클라이밍(실내암벽등반)을 배우는 학생
들도 많다. 강남의 한 클라이밍 연습장을 찾은 아이들이
인공 암벽을 등반하고 있다. [사진 클라임이모션]
필라테스·요가·승마 등은 여학생들 몸매 관리를 위한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김민아(39·강남구 삼성동)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첫째 딸이 돌 때부터 문화센터에서 대근육과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는 신체놀이를 시켰고, 이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방과후수업으로 요가와 필라테스를 배우게 하고 있다. 성장판을 자극시켜 키를 크게 하고 몸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서다. 김씨는 “여자 애들은 어렸을 때부터 몸매를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며 “승마가 몸매 관리에 좋다고 해서 가르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못 시키고 있다”고 했다.

펜싱학원을 찾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 대치동에서 펜싱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윤남진 대표는 “초중고등학생 회원은 30여 명”이라며 “흔한 축구나 농구보다 다른 아이들이 안 하는 독특한 운동을 시키고 싶거나 해외 유학을 염두에 둔 부모들이 펜싱학원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의 수강료는 월 25만~30만원 정도고 장비를 갖추려면 50만~200만원이 든다고 했다. 윤 대표는 “펜싱은 몸을 계속 움직이면서 정확한 지점을 정해서 그곳을 정확하게 찔러야 하기 때문에 체력과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운동”이라며 “10여 년 전에는 펜싱학원이 전혀 없었는데 현재 강남엔 이곳 대치동과 도곡동 2곳이 있고, 서울 다른 지역에도 몇 군데 더 있다”고 전했다.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펜싱을 배우
펜싱을 비롯해 아이스하키나 야구·골프는 장비가 많이 필요한 운동으로 꼽힌다. 아이스하키의 경우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려면 적게는 80만~100만원, 비싸면 150만원 정도가 든다. 초등학생의 경우 월 수강료는 20만~30만원 정도다. 오솔길 전임지도자는 “김연아 선수 덕분에 피겨나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등 겨울스포츠를 배우는 학생들이 늘었는데 이게 기록 종목이라 지루해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 중에 골이 많이 들어가고 재미있는 아이스하키로 넘어오는 학생들이 있다”고 전했다.

야구도 야구복과 야구배트·글러브·헬멧·장갑·가방 등을 장만하려면 100만원 이상이 들고 기타 부대비용도 만만치 않다. 올해 중학생이 되는 아들이 지난 2년간 한 사설 야구클럽에서 활약했다는 주부 박모(42·강남구 도곡동)씨는 “각종 장비와 여름·겨울 야구복를 모두 구입하는데 100만원 가까이 들었을 뿐 아니라 매달 회비 10만~30만원, 각종 야구대회와 합숙훈련 참가비로 꽤 많은 돈을 지출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식야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연식야구는 물렁한 공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에 맞아도 다칠 위험이 적다. 사단법인 한국연식야구연맹 김양경 회장은 “서울에 초·중·고교 연식야구클럽이 110여 개 있다”며 “장비 값이 정식 야구에 비해 훨씬 싸고 좁은 공간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연식야구 인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체육 동아리와 사설 클럽 병행

사실 스포츠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공교육에서도 2007년 체육동아리 형태의 스포츠클럽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실제로 방과후수업을 포함한 학교 스포츠클럽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 수는 2010년 37.1%에서 2014년 52.2%로 늘었다. 스포츠클럽은 같은 학교에서 체육활동에 취미를 가진 학생으로 구성·운영되는 스포츠동아리를 말한다.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과 조현준 장학사는 “2013년 이후부터는 동아리에 17시간 이상 활동한 학생만 통계를 내고 있다”며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학교 스포츠클럽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부모들은 여전히 사설 스포츠클럽을 병행한다.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 학원에 가는 시간을 뺀 나머지 자투리 시간에 운동을 시킬 수 있다는 게 엄마들이 사설 스포츠클럽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교육열과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강남 지역이 특히 그렇다. 초등학교 4학년·3학년 아들을 둔 정주희(40·강남구 대치동)씨는 “학원 하나 갔다가 뜨는 시간인 오후 7~8시 사이에 팀을 짜서 운동 시키는 게 더 편하다”고 했다. 딸 둘을 키우는 김모씨도 “일주일에 네 번, 하루에 2시간씩 다니는 영어학원 시간을 중심으로 나머지 발레·수영·필라테스 등 스케줄을 잡을 수밖에 없다”며 마음대로 시간을 고를 수 있는 사설 클럽을 찾게 된다고 했다.

이유는 또 있다. 친구 커뮤니티 형성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모임에서 아들 둔 엄마들이 반드시 하는 일 중 하나가 ‘축구팀 짜기’다. 이수영(41·강남구 도곡동)씨는 “팀을 짜면 친구들과 함께 축구도 배우고, 운동하면서 체력도 기르고, 뛰어놀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협동심도 기를 수 있어 일석사조(一石四鳥)”라고 말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나 부시 전 대통령,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스포츠 광이다. 이들이 학창시절 스포츠를 통해 리더십, 협동심, 체력을 키웠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학부모들은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우고 그 힘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정씨는 “일주일에 두 번 하던 농구를 한 번으로 줄였더니 아이가 더 피곤해 한다”며 “적어도 주 2회 이상은 땀 흘려 운동하고 몸을 움직여야 기초체력도 좋아지는 동시에 공부체력도 튼튼히 할 수 있다”고 했다. 강진희(38·강남구 개포동)씨도 두 아들이 축구·수영 등을 시작한 후 심폐력과 지구력이 좋아지는 걸 경험했다. 강씨는 “어느 순간 자연스레 책상 앞에 앉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했다.

전민희·정현진·심영주·조한대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관련 기사]
1인당 간이운동장 면적...강남구, 강서구 54분의 1도 안 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