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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 정치적 역할 중요… 당과 대통령 중재 맡아야

이완구 신임 총리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의 2기 내각이 새롭게 출범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후임 비서실장 인선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중앙SUNDAY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21일 향후 정국을 전망하는 전문가 긴급 대담을 마련했다. 본지 대담에 참여한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그동안 당정 간 소통 부재가 박근혜 정부의 큰 문제로 꼽혀왔다”며 “정치인 출신의 이 총리가 나서서 당정 간에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권 중반기를 맞은 박근혜 정부를 향해서도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더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행은 홍병기 중앙SUNDAY 정치에디터가 맡았다.

박근혜 정부 2년 '총리 인준 후 정국' 어떻게 전개되나

-이완구 총리가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총리로 임명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강원택=세월호 참사 이후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가 낙마하면서 국정운영 동력에 있어서 의구심이 많았는데 이번에 우여곡절 끝에 총리가 교체됐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정홍원 전 총리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겠지만 국민이 볼 때는 총리가 잘 안 보였고 역할도 많지 않았다.
▶이원종=누가 총리가 됐느냐는 것보다 일단 바뀌었다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대통령이 이완구 신임 총리를 믿고 힘을 실어줘서 그야말로 국민이 원하는 총리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강한 총리를 만들어주는 게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새 총리가 맡아야 할 역할과 과제는.
▶강=이완구 총리는 정치인 출신이다. 이전까지 박근혜 정부의 문제 중 하나로 꼽혔던 게 당정 간 소통 부재였다. 박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정치적 역할을 맡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총리라도 나서서 당정 간에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이 총리는 내각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책임도 있지만 대통령과 당 사이를 중재하는 정치적 역할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
▶이=책임총리를 자꾸 얘기하는데 책임 총리는 우리 헌정사에 딱 한 번 있었다. DJP 연합정권 때 공동정권의 지분으로 김종필 총리가 그랬다. 결국 총리가 할 일은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후임 실장 청와대 내 소통 가교 역할 시급
-김기춘 비서실장 사임으로 후임 실장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어떤 사람이 돼야 하나.
▶이=과거 김영삼 정부 때는 각 수석이 비서실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업무 보고는 대통령에게만 하는 것이고, 비서실장은 청와대 조직을 어떻게 조화 있게 꾸려나가느냐에 집중했다. 실장부터 수석, 비서관 모두 대통령 비서다. 계급의 위아래가 없다. 비서실장의 할 일은 수석들끼리 의사소통이 잘되도록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거다.
▶강=그동안 청와대 비서실이 제 기능을 못했고, 비서실장도 마찬가지였다. 김기춘 실장이 임명됐을 때 경험도 많고 대통령과 관계가 좋으니까 싫은 이야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역할을 못했다. 후임 실장은 소통의 가교 역할에 더욱 충실히 하기 위해 일단 지금보다 연배가 내려가는 게 좋다고 본다.
-청와대 비서진의 개편은 필요한가.
▶강=비서실의 역할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에게 어떤 정보가, 어떻게 들어가느냐가 정말 권력의 핵심이 되는 건데, 그걸 모르는 거다. 대면보고를 활성화하든가 비판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수시로 만나 얘기를 들어야 한다. 정보 채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바깥에서 보면 권력 코어(핵심) 안에서 단결이 잘되는 것 같지만 코어 안의 싸움이 더 심각하고 치열하다. 그게 통제가 안 되는데 누구를 갖다 놓은들 되겠나. 아무도 대통령과 만날 수 없으니 문고리 권력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우선 수석들하고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하는 게 필요하다.
-4개 부처 개각에 대한 평가는.
▶이=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책임 중 제일 큰 게 적절한 일에 적절한 사람을 써야 한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우선 이번에 장관이 왜 바뀌었는지에 대한 이유나 설명이 필요하다. 국민도 그 이유를 알아야 된다.
▶강=당쪽 사람들이 내각에 많이 들어간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지금은 위기 국면이다. 뭔가 돌파하려면 집권세력 내의 모든 세력이 강하게 결집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위기감을 갖고 있고, 이를 돌파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닌가 판단된다.
-정부는 친박근혜계가, 당은 비박근혜계 세력이 장악했다. 당정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강=당분간은 당정 간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당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걸 관리조차 하지 않는다면 점점 가속화될 거다. 당정이 계속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결국 당정 간에 정무적 관계, 소통이 중요하다.
▶이=대통령이 마음을 열면 아무 문제가 없다. 당을 관리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권력의 주체로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이 적어도 당을 나와 한 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명분 있는 어젠다 제시해야
-박근혜 정부가 3년차에 접어들었다. 증세 없는 복지, 공무원연금 개혁 등 당면한 현안이 많다.
▶이=어떤 정책이든 간에 특정 국민에겐 이득이 되고 누구에겐 굉장한 부담이 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 대통령의 리더십이라는 게 그걸 선택해서 협조를 구하는 거다. 유일한 지원군은 국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합당한 명분을 제시해서 국민이 협조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야 한다.
▶강=정치는 명분 아래에서 이뤄지는 것인데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명분이 없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도 임기 중반 이후 ‘중도실용’ ‘동반성장’이란 어젠다를 들고 나와 지지도가 회복됐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이를 묶어낼 수 있는 철학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
-올 한 해 동안 반드시 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강=가시적 정책의 성과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거다. 모든 힘을 다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관철해낸다든지,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돌파구가 나와야 한다. 이 정부가 시작했던 것들이 실제 성과로 나오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
▶이=우선 대통령이 힘을 가지고 수단을 빨리 활용해야 한다. YS 정부 때도 임기 중반기 이후 공무원들이 복지부동(伏地不動)하다가 내지부동(內地不動)의 단계까지 나갔다. 땅속에 몸을 묻고 아예 움직이지도 않는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빨리 일을 할 수 있는 수단인 공무원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개헌, 정치적 프로젝트로 끌고 가선 안 돼
-정치권에서는 올해 안에 원 포인트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개헌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강=정치권에서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개헌이 논의되고 있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민이 개헌에 공감하지 않는 거 같다. 옷이 불편하긴 한데, 꼭 버리고 새로 갈아입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다. 지금은 단기간에 정치적 프로젝트를 억지로 끌고 갈 게 아니라, 지금 단계에선 국민적 차원에서 토론이나 논의를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
▶이=박 대통령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개헌보다 국민이 눈을 번쩍 뜰 만한 어젠다를 내놔야 한다. 개헌은 시대가 변화하고 국가 상황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계속 논의돼야 할 문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헌법이 아홉 번 바뀌었는데 두 번이 국민이 만든 헌법이고, 나머지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필요에 의해 개헌을 했다. 이제는 국민 속의 개헌을 했으면 좋겠다.
-향후 정국의 관전 포인트는.
▶강=지난 2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편하게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약한 야당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 등장 이후에 야당은 다른 형태의 야당이 됐다. 더군다나 내년과 내후년에 큰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후 정국은 2016년과 2017년을 향한 긴 여정의 출발점이다. 대통령으로선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예전보다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거 같다.
▶이=앞으로 3년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선 자기 주변의 참모나 각료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폭넓은 신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 속에는 야당도 포함돼 있다. 그렇지 않고는 3년의 임기를 고달프게 보내고, 그 고달픔이 결국 국민에겐 고통으로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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