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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생수 대신 개인 물병… 석유 300만 배럴 감축 실험

페트병으로 인한 환경 문제는 모든 국가의 공통 과제입니다. 환경을 중시하는 캐나다는 어떨까요? 캐나다 학생연합(Canadian Federation of Students)은 ‘수돗물 마시기 운동(back the tap: 수도꼭지로 돌아가기)’을 전개합니다. 이들은 매년 20억L의 페트병 생수가 캐나다에서 소비된다고 주장합니다. 페트병의 생산과 운송에는 300만 배럴의 석유가 쓰인답니다. 페트병으로 낭비되는 에너지(페트병 물 1L/3.4MJ: 열량 단위)도 문제지만 재활용 비율은 지역별로 편차(33~75%)가 심합니다. 수돗물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거리가 10㎞ 미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값이 비싼 일부 페트병 생수는 지구의 절반을 돌아 배달되기도 합니다. 페트병 생수 가격은 수돗물보다 500배에서 심한 경우 1만 배까지 비싸다는군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캐나다도 페트병 물보다 수돗물에 대한 규제와 관리 원칙이 훨씬 까다롭습니다. 수돗물은 정기적으로 다단계 검사를 받게 됩니다. 2000년 이후 캐나다 식품검사소(CFIA: Canada Food Inspection Agency)는 49개 페트병 물 브랜드 중 29건에 대해 회수조치를 취했습니다.

캐나다판 ‘LOUD’ 현장을 가다


이런 문제 인식 속에서 캐나다 주요 대학들은 2010년부터 페트병 청정구역 만들기에 앞장서 왔습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페트병을 쓰지 말자는 운동입니다. 페트병 청정구역이 되려면 단계별로 수돗물의 새로운 음용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1단계(bottled water free day)로 페트병 물 소비하지 않는 날을 정하고 하루라도 실천해 보는 것입니다. 2단계(bottled water free zone)는 구역 내 식수대, 식수 보충(refill) 장치를 알려 주고 개인 물병 갖기를 권장합니다. 3단계(Say No to bottled water)는 한시적 페트병 생수 판매 금지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LOUD는 외국에서도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이루는 현장을 소개합니다. 한국에서도 교훈으로 삼자는 취지입니다.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에서 페트병 생수 청정구역(bottled water free zone) 만들기 노력을 엿봤습니다. 이곳이 페트병 물 청정구역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작은 변화는 분명히 관찰됩니다.
지난 12일 이 학교 웨스트 몰 스윙 스페이스 건물의 한 강의실. 50여 명에 달하는 수강생 대부분이 각양각색의 개인 물병을 가져왔습니다. 큰 물통을 두 개나 챙긴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 학교 학생들의 개인 물병 사용비율 조사(UBC, 2013년 517명 학생 대상) 자료를 보니 전체 학생의 83% 정도가 개인용 물병을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학교 구성원들은 집을 나서면서 챙겨야 할 세 가지 필수품이 열쇠·휴대전화·물병이란 점을 상기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학기 한국에서 제 강의를 수강했던 총 78명의 학생 중 개인 물병을 소지한 학생은 5명이었습니다. 국내 수돗물 음용비율 5.3%(수돗물홍보협의회, 2013)와 비슷한 수치더군요.


UBC는 2013년 1월부터 페트병 청정구역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학생 주거 후생 서비스, 캠퍼스 쓰레기 저감계획 등을 주도하는 다섯 개 단체가 협력해 추진합니다. 지난 10일 학생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전시회(sustainability fair)에서 캠퍼스 공동체 기획 담당인 미카엘 피터슨은 “페트병 물 청정구역 만들기의 중요한 가교 역할을 워터필즈(WaterFillz)라는 식수 보충장치가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워터필즈 전면의 디지털 숫자는 물을 공급한 횟수이자 페트병 하나를 아꼈다는 의미랍니다. 2010년 설치 후 1년간 평균 이용횟수는 12만 번을 기록했습니다. 학생회관에 있는 장치가 5년 전에 가장 먼저 설치된 것인데 누적된 횟수가 무려 101만8401(10일 오전 11시20분)로 표시돼 있습니다. 일과 시간 중 과연 몇 명이나 이용할까요? 정확히 3시간 후 확인해 보니 101만8674(오후 2시20분)로 바뀌었더군요. 시간당 87명, 분당 1.5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초기 투자비용은 대당 800만원 정도이며 여과된 물이라는 점도 논란거리였답니다. 그런데 5년을 운영해 본 결과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품질 좋은 수돗물을 자랑하는 밴쿠버 지역에서 왜 여과기능(filtered)을 갖춘 식수 공급장치가 필요했을까요? 캠페인의 대상인 6만7000여 재학생 중 8500명 정도가 유학생이어서입니다. 이 학교 환경자원 지속가능성연구소(IRES) 저스틴 리치 연구원은 “워터필즈는 다양한 국가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많은 캠퍼스 특성 때문에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교 수돗물도 안전하지만 유학생들의 경우 수돗물에 대한 선입견이 상대적으로 많답니다. 이들에게 여과된 물은 단계별 행동 개선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란 의미죠. 이 학교에서 과학을 전공하는 미셸은 “캠퍼스 어디서든 시원한 물을 받아 마실 수 있는데 돈을 내고 페트병 물을 마시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으로 생각된다”고 했습니다.
학교와 기업, 학생 자치기구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협업(collaboration)에 인색하지 않았습니다.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활동을 공유하는 이 학교 소셜미디어 게시물에는 항상 ‘#Ripple EffectUBC’라는 해시태그가 붙습니다. 큰 변화를 위한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활동들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습니다.
작은 외침 LOUD도 곧 개강할 대학교에 제안합니다. 2015학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식수대 위치가 표기된 캠퍼스 지도가 그려진 물병을 나눠 주면 어떨까요? 그래서 만들어 봤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도 모든 건물의 전 층에 식수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페트병은 쓰레기통에 넘칩니다. 이제 우리도 페트병 없는 캠퍼스를 만드는 작은 노력을 합시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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