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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은 뛰어가는데 아직 걸음마도 못 떼

일본 도쿄에 있는 인터넷 은행 세븐(Seven)의 자동화기기(ATM). 인터넷 은행이라도 고객들이 현금 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ATM이 있어야 한다. 365일 24시간 운영된다. [블룸버그]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1월 올해 첫 현장 시찰지로 광둥(廣東)성 선전(深<5733>)에 있는 중국 최초의 인터넷은행 웨이중(微衆)은행(영문명 We Bank)을 찾았다.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기업인 텐센트(Tencent)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은행으로 지난해 12월 영업을 시작했다. 리 총리는 직원들에게 “당신들은 개척자”라고 격려하고 인터넷 금융기업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했다.
지난달 말 정부의 금융산업 규제완화 방침 발표 후 시중에 ‘국내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다음카카오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다음카카오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지금은 전자지갑 송금서비스(뱅크월렛카카오)와 간편결제 서비스(카카오페이)에 집중할 뿐이며 인터넷은행 설립은 정부와 시장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인터넷은행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핀테크의 핵심 인터넷 은행 어디까지 왔나

리커창 총리의 웨이중은행 방문과 다음카카오의 인터넷은행 추진 부인은 한국 인터넷은행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핀테크 육성 분위기에 힘입어 인터넷은행 논의는 활발하지만 실제 진전되는 것은 아직 거의 없다. 네이버·다음카카오와 같은 인터넷업체, KT·SKT·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와 은행, 카드사가 최근 핀테크의 이름 아래 줄줄이 내놓은 서비스와 전략적 제휴는 대부분이 모바일 결제·송금 서비스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해 주요 금융사와 인터넷 업체는 정부와 시장의 움직임을 살피는 수준이다. 우리은행·기업은행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정도다.

[업계는 서로 눈치 보기]
우리은행은 경영연구소를 중심으로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스마트뱅킹 서비스 통합브랜드인 ‘IBK원뱅킹’을 내놓고 이를 인터넷 전문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도다. 우리는 제대로 된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1995년 최초의 인터넷은행 SFNB가 설립된 이래 현재 20여 개 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6개의 은행이 활동한다. 중국에는 텐센트의 웨이중은행이 있고 구글과 페이스북은 유럽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6월까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인터넷은행이 만들어지고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자본금 규모, 실제 영업의 성공 여부가 인터넷은행 활성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은산(銀産)분리는 찬반이 날카롭게 맞선다. 정치적으로도 민감하다. 현재 은행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의 4%(의결권 기준)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말한다. 낙후된 한국의 금융산업을 육성하고 인터넷 전문은행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분을 제한하면 대주주가 될 수 없는데 삼성전자·현대자동차·네이버 등 대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진출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주장이다.
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인 건국대 오정근(경제학) 특임 교수는 “은산분리 완화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의 핵심”이라며 “우리의 금융 경쟁력은 세계 80위 수준으로 대기업의 참여가 없으면 인터넷은행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금융의 삼성전자’는 확실한 주인을 만들어줘야 나온다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자금유용 등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화될 가능성이 크며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동양종금 사태에서 보듯 오히려 필요한 금융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자본에 인터넷 전문은행을 허용하는 것은 은산분리 원칙을 깨는 것이란 주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은 “핀테크는 핀(Fin·금융)에 테크(Tech)가 붙은 것이지 테크에 핀이 붙는 것이 아니다”라며 “인터넷 전문은행을 비롯한 핀테크 산업은 육성해야 하지만 금산분리 완화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최소 자본금 요건은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 여부를 결정짓는 또 다른 주요 잣대다.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중소 ICT, 핀테크 업체들은 자본금 기준을 기존 은행보다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시중은행의 최저 자본금은 1000억원, 지방은행은 250억원이다.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 최저 자본금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중간인 500억원으로 할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1000억원을 고수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핀테크 포럼 박소영(페이게이트 대표) 의장은 “인터넷 전문은행은 중소서민 자금 대출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기준을 기존 은행보다 크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6월까지 방안 마련하겠다”
명지대 문종진(경영학) 교수는 “인터넷은행의 최저 자본이 1000억원이 되면 중소 IT기업의 진출이 어려운 만큼 인터넷은행 육성을 위해서는 온라인 은행과 오프라인 은행의 규제 기준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은산분리 원칙과의 조화방안 ▶현재의 엄격한 대면확인 원칙의 완화방안 ▶업무범위 ▶자본금 규모 등을 6월까지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했을 때 실제 영업에 성공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의 변형으로 볼 수 있는데, 앞으로 출범할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점포 없이 인터넷을 영업망으로 활용한다. 점포운영비나 인건비가 적게 들어 일반은행보다 금리를 더 얹어주고 대출 금리를 낮출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장점을 실현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마케팅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해주는 자금 중개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 4~5년이 걸리며 설립 초기 인프라 구축에 6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봤다.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과 유사한 범위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비(非)대면 뱅킹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여기에 최소 300억원이 소요되고 오프라인 지점망이 없는 상태에서 고객이 불편함 없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ATM과 콜센터를 갖추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을 합치면 600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인터넷은행의 신규 고객 유치비용(1인당 225 달러)을 고려할 때 10만 명의 고객을 기준으로 마케팅 비용에 230억원이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이 연구소 김종현 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금·대출 경쟁력뿐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상품 개발, 새로운 방식의 신용평가 시스템 등 기존 은행과 다른 혁신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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