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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맞은 JP "대통령 가끔 찾아뵈세요 … 다 외로운 자리"

김종필 전 총리(오른쪽)가 22일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조문을 받고 있다. [김상선 기자]


김종필(JP·89) 전 국무총리의 부인 박영옥 여사 빈소가 마련된 22일 서울아산병원은 한국 현대 정치사의 축소판 같았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이홍구·이한동 전 국무총리, 김용환 전 의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과거 한국정치를 이끌었고 현재 이끌고 있는 여야 리더들이 조문객이었다. ‘정치 9단’ JP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이들을 맞이했다.

여야 거물 정치인 조문행렬
"대통령은 어떤 인격입디까" 묻고
"결단력 있고 판단력 있고" 자답
"이완구 총리에게 부탁 하나 했어
대통령은 여성이라 섬세할 텐데
비판 말고 조용히 건의하라고"



◆JP와 김기춘



 사의를 표한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10시40분쯤 빈소를 찾아 박 대통령의 애도의 뜻을 전했다.



 ▶JP=“(박 대통령을) 가끔 찾아가 뵙고 외롭지 않게 해주세요.”



 ▶김기춘=“예 알겠습니다.”



 ▶JP=“다 외로운 자리요. (실장 재임 기간이) 2년2월인가요?”



 ▶김기춘=“1년7개월입니다.”



 ▶JP=“그래요? 흐흠…(박 대통령은) 어떤 인격입디까.”



 ▶김기춘=“제가 감히…. 최선을 다해서 잘 모시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만 잘 못….”



 ▶JP=“ 아버지·어머니 성격 좋은 것 반반씩 차지해서 결단력도 있고 판단력도 있고.”



 ▶김기춘=“나라 생각밖에 없는 분이시니까….”



◆JP와 MB(오후 3시7분)



 ▶MB=“오래 입원하셨다고요.”



 ▶JP=“시간이 되니까 불려가는 걸 어떡합니까. 어제 숨 거둘 때 내 그랬어요. 아주 머지않아 나도 갈 테니까 외로워 말고 가라고.”



 이 전 대통령은 눈물을 글썽였다.



 ▶JP=“장지를 끝내놓으니까 이런 돌변상황 맞이해도 내가 당황하지 않지요.”



 JP가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에게 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는 말을 소개하자 MB가 덕담을 했다.



 ▶MB=“총리님 기억력이 참 좋으십니다. 대단하십니다, 대단하셔.”



 ▶JP=“난 내각책임제 주장하다 망한 사람이지만 결국 그 제도가 좋은 것 같아요. 5년에 뭐를 합니까. 대처가 영국에 툭하면 데모하고 파업하는 거 고쳤잖아요. 그런데 뭐 한 사람도 동의하는 사람이 없어.”



 한 배석자가 “이완구 총리 잘할 것 같냐”고 질문하며 화제를 돌렸다.



 ▶JP=“이완구 총리에게 하나 부탁했어. 가끔 ‘대통령한테 직언하겠다, 비판하겠다’ 이런 얘기하는데 그 소리 이제 일절 입에 담지 말라고. 박 대통령께서 여성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게 섬세하실 텐데 그런 얘기를 하길래 ‘그만하라, 이제 입을 다물고 할 말이 있으면 조용히 가서 건의드려라. 그리고 밖에 나와 내가 이런 얘기를 대통령한테 했다고 자랑하지 마라’고. 그렇게 한다고 했는데 모르지 뭐.”



◆JP와 문재인(오후 3시46분)



 문재인 대표는 충청 출신 양승조 사무총장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JP=“웬일이십니까.”



 ▶문재인=“아유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JP=“누구나 한번은 겪는 일이지요 뭐.”



 ▶문재인=“현대사에 큰일을 겪으셨습니다.”



 ▶JP=“그때 한 일을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없어요. 내 일찍이 정치인은 ‘허업(虛業)’이라 그랬어. 열매를 맺어놓으면 국민이 따먹지 정치인이 먹는 거 하나도 없어요. 묘비에 그런 감회를 써놨는데 언제 한번 시간 있으면 보세요. 이제 점점 더 바빠지시죠.”



 ▶문재인=“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JP=“대통령 단임제론 큰일 못해요. 내각책임제라야 잘하면 17년도 해요. 왜 그런 생각들 못하는지 몰라. 난 그거 떠들다가 망한 사람이지만 후회는 없어. 언젠가 그 제도 따를 테니까.”



◆JP와 김무성(오후 4시35분)



 ▶김무성=“열심히 하는데 국민들 마음 편하게 못해줘 송구스럽습니다.”



 ▶JP=“아까 문 의원 다녀갔는데 각오가 대단해요.”



 ▶김무성=(웃음)



 ▶JP=“정상은 외롭고 괴롭고 어디 갖다 붙일 데 없는 그런 고독한 자리인데 박 대통령 잘 좀 도와 드리십시오. 도와 드리면 반대급부가 있을 거요. (김 대표가) 아주 걸음걸이부터 언사 구사하는 태도도 내 유심히 들여다봅니다만 여유가 있어서 좋아요. 여유가 있어. 대여당의 지휘자니까, 그런 여유가 있어야지.”



 이날 JP는 조문객이 “20세기 세계 지도자 중 괜찮은 사람을 꼽아 달라”는 질문을 받고 두 명을 지목했다. 한 명은 영국의 처칠 총리, 또 한 명은 의외로 호찌민(胡志明)이었다. 보수주의자인 JP는 “호찌민은 공산주의자지만 참 위대한 사람입니다. 미국을 이겨 통일을 이룩했으니 그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어딨어요. 나머지는 뭐 다 비슷해요”라고 말했다.



글=현일훈·김경희 기자 hyun.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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