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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이슬람도 국가도 아닌 '이슬람국가'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이슬람국가(IS)의 만행에 세계인들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서방과 일본의 무고한 인질에 대한 공개 참수에 이어 생포한 요르단 조종사를 산 채로 화형에 처하는 참극이 이어졌고, 리비아에 거점을 둔 IS 하부조직이 무슬림 여성을 차별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집트 콥트 기독교인 21명을 납치해 무더기로 참수하는 비극도 벌어졌다. 한층 더 야만스러운 것은 IS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이러한 만행의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이 이름과 달리 이슬람적이지 못할뿐더러 국가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간 이들은 지하드(성전)를 통한 7세기 신정국가 칼리프 시스템의 재건을 목표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이슬람은 유일신, 신구약과 코란이라는 성전, 아담에서 모세, 아브라함, 예수와 마호메트로 이어지는 예언자, 천사, 최후의 심판과 내세를 믿는 보편 종교다. 이슬람에서 지고의 가치는 ‘자비(라흐만)롭고 자애(라힘)로운’ 유일신 알라에 대한 절대 복종을 통해 영혼의 평화(살람)를 얻는 것이다. 자비와 자애, 평화라는 이슬람의 기본 모토를 거부하는 IS는 반(反)이슬람적일 수밖에 없다.



 비록 국가를 참칭하고 있지만 IS는 어느 모로 보나 국가가 아니다.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 일부를 장악해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다지만 국제사회 어느 누구도 이들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무고한 사람들을 인질로 붙잡아 몸값을 요구하고 생포한 포로를 국제법에 의거해 대우하지 않는 이들을 어떻게 국가라 부를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들이 이상으로 내세운 7세기 칼리프 신정체제와도 거리가 멀다. 예언자 마호메트가 서거한 후 등장한 칼리프 시스템은 군사적 규율과 절제, 슈라(합의체)를 통한 지도자 선출이라는 민주적 절차, 그리고 경제적 풍요와 평등이 넘치던 시대였다. 특히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이야말로 세를 펼쳐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칼리프 시대가 복고적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이상향으로 간주되곤 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IS는 칼리프 시대의 통치철학은 물론 이슬람 법(샤리아) 체계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동을 일삼아 왔다.



 IS가 지하드를 명분 삼아 다른 무슬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이슬람에는 ‘지하드 아크바르(큰 성전)’와 ‘지하드 아슈가르(작은 성전)’라는 두 종류의 성전이 있다. 신앙심을 돈독히 하고 이슬람을 널리 포교하는 것이 전자이고, 이슬람 공동체인 움마가 외부의 침공을 받았을 때 그에 대항해 싸우는 것이 후자다. 굳이 따지자면 IS가 표방하는 것이 작은 지하드에 해당하겠지만 그 과정이 이슬람의 명성에 해를 끼치고 세계 포교에 장애가 된다면 당연히 정당화될 수 없는 게 기본 원리다.



 세계인들의 희망과 달리 IS를 단기간에 퇴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의 세력은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고, 군사행동 같은 물리적 응징만으로는 발본색원이 어렵다. IS 세력은 시리아·리비아·이라크·예멘 등 ‘실패한 국가들’의 처참한 사회적 토양에 뿌리박고 있다. 따라서 해결의 실마리는 이들 실패 국가가 얼마나 빨리 정상국가로 거듭나 스스로 효과적인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IS에 가담하는 젊은이 대부분은 정치·경제·사회적 차별과 불평등, 폭력적 억압의 희생자들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병폐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서방의 직접적 군사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 섣부른 개입은 IS에 ‘21세기 십자군에 맞서는 지하드’라는 명분을 쥐여주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IS는 한층 위세당당해질 것이고, 동조세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새뮤얼 헌팅턴이 경고했던 서방과 이슬람 사이의 문명 충돌이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국제사회가 고민해야 할 대응방식은 IS의 돈줄을 차단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한편 지원군으로서의 군사적 행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결국 열쇠는 아랍과 이슬람권의 손에 있다. 이슬람 교계 최고 권위기관인 이집트 알아즈하르의 지도자 아흐마드 알타이브는 IS를 ‘하나님과 예언자의 적’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16억에 달하는 이슬람 인구 중 IS 같은 복고주의 과격파 무슬림의 수는 0.01%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랍과 이슬람권의 지도자들이 IS를 고립, 고사시킬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 사회가 빚어낸 IS라는 괴물을 스스로 제거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책 역시 이들에 대한 설득과 독려에 집중하는 일일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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