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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의 독, 말린 옻에서 류머티스 관절염 완치의 길 찾는다

경희대한방병원 이재동 교수가 한방진료실에서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봉독약침·뜸 치료를 하고 있다. 봉독약침은 어혈로 인한 통증·염증 제거에 효과적이다.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마치 호랑이가 물어뜯는 것처럼 온몸이 아프다” “관절을 구부리고 펴는 것이 어렵고 여기저기 저린다” “척추가 뻣뻣해진다”. 『동의보감』과 같은 전통 한의서에 언급된 ‘류머티스 관절염’ 증상이다. 선조들은 이를 ‘백호역절풍(白虎歷節風)’ ‘기비(肌痺)’ ‘척강(脊强)’이라고 표현했다. 만성 염증성 질환인 류머티스 관절염은 아직까지 난치성 질환으로 꼽힌다. 원인이 불명확하고 완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 한의학의 노하우와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류머티스 관절염 완치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곳이 있다. 환자 체질에 따른 맞춤형 진단·치료로 류머티스라는 난제의 해답을 풀어가는 경희대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다.

[한의학의 재발견] 경희대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봉독약침 주사로 통증·염증 완화
건칠단 복용으로 탁한 피 제거
일주일 입원시켜 환자 체질 개선"



지난 9일 경희대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한방진료실에서 40대 주부 김미영(가명)씨의 봉독약침 치료가 한창이다. 벌의 독에서 추출·정제한 ‘봉독약침액’이 주사기를 통해 김씨의 손 부위 경혈에 주입됐다. 봉독약침은 피부 표면을 가볍게 자극하는 방식으로 수십 차례 경혈로 흘러들었다. 김씨는 6개월 전부터 손에 통증을 느꼈다. 양손 손가락 마디가 아프고 열이 났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한 시간 이상 관절이 뻣뻣한 상태로 유지됐다. 류머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은 김씨는 항류머티스제와 소염진통제를 꾸준히 복용했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약 부작용이 나타나 전신이 붓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김씨는 더 이상 약을 복용하기 어려워 양·한방 협진으로 류머티스를 치료하는 경희대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를 찾은 것이다. 김씨는 “봉독약침 치료를 받은 후 아침에 관절이 굳는 증상이 줄었고 손가락 관절 기능이 호전됐다”고 말했다.



어혈이 관절 활액막에 붙어 염증·통증 유발



류머티스 관절염이란 몸의 면역세포에 이상이 생겨 관절·뼈·근육·인대 등에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중년 여성의 적’이라 불릴 정도로 여성 발병률이 남성보다 3배가량 높다. 최근에는 20대 환자도 증가 추세다. 경희대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이재동(침구과) 교수는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의 삶의 질은 평균 0.68로 암환자 0.76, 뇌졸중 0.72보다 낮을 정도로 고통과 불편이 심하다”고 말했다.



 한방에서는 류머티스 관절염의 원인으로 ‘어혈(순환장애로 인한 맑지 않은 피)’을 지목한다. 이재동 교수는 “어혈이 관절을 감싸고 있는 얇은 활액막에 달라붙어 염증을 유발한다”며 “염증으로 인해 관절이 붓고 관절뼈가 부식되면서 관절의 변형·통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류머티스의 ‘류마(Rheuma)’가 ‘몸속 여기저기에 독소가 흐른다’는 의미인 것처럼 어혈이 여러 조직에 엉겨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남동우 교수는 “어혈이 관절활액막에 붙으면 류머티스 관절염, 척추 인대에 붙으면 강직성 척추염, 근육섬유에 붙으면 섬유근통”이라며 “한방에서는 이를 통틀어 ‘류머티스 질환(류머티스류)’으로 묶어 치료한다”고 말했다. 관절이 노화해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아침에 일어났을 때 관절이 뻣뻣해지거나 통증이 나타난다.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의 핵심은 어혈 제거다. 몸속의 피를 맑게 해야 염증과 통증이 사라지고 관절의 변형을 막는다. 이 교수는 “양방 치료는 소염진통제·스테로이드제·면역조절제로 즉각적인 통증·염증 제거를 우선으로 한다면, 한방치료는 어혈을 제거하는 동시에 어혈을 생성하는 체질적·생활환경적 원인을 찾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양방치료 병행하며 원인치료



이를 위해 경희대한방병원에서 적용하는 치료법은 크게 세 가지다. 바로 봉독약침과 한약제제 건칠단, 일주일 입원 프로그램이다.



봉독이라고 하면 흔히 벌을 직접 몸에 쏘이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요즘에는 주사제 형태로 유효한 성분만을 추출해 사용한다. 이 교수는 “벌의 독에는 아파민·멜리틴과 같은 40여 가지 유익한 성분이 들어 있어 통증 개선과 염증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희대병원의 2001, 2003, 2009년 연구를 통해 봉독의 항염증 효과가 확인됐다. 염증세포에 봉독을 처리했을 때 염증 관련 유전자 129개의 활동이 억제됐다. 2001년 통증 분야 국제학술지인 ‘PAIN’은 봉독약침을 혈 자리에 주입하면 관절염의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도 줄인다는 연구결과를 게재한 바 있다.



봉독으로 국소적인 통증과 염증을 잡았다면 한약제제 ‘건칠단’으로 탁해진 피를 제거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옻나무를 말린 건칠은 간·비위에 작용해 어혈을 없애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피를 맑게 한다. 이 교수는 “예로부터 옻은 어혈·염증 제거의 으뜸 한약재로 꼽혔지만 독성이 있어 임상에서 사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량한약, 부작용 없이 장기 투약 가능



이에 경희대한방병원 연구팀은 옻에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인 우루시올을 제거하는 특허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복용하기 쉬운 캡슐 형태의 한약제제 건칠단을 개발했다. 실제 류머티스 동물 모델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현재 임상에서 널리 쓰이는 항류머티스제 ‘메토트렉세이트’와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 항염증 효과는 물론, 면역 조절과 관절 변형 억제 효과가 두드러졌다. 이 교수는 “건칠단은 양약에 비해 부작용이 적어 안전하게 장기 투여할 수 있으며 양약의 복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어혈의 재발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소화기나 순환기·비뇨생식기 기능의 문제, 자율신경의 불균형, 산후조리 부주의, 식습관 등 어혈이 생길 수 있는 원인은 다양하다”며 “체질적인 문제나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희대한방병원은 ‘일주일 입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환자별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며 체질 개선을 돕는다. 입원 기간 동안 ‘한방절식요법’이 진행된다. 섭취 열량을 600kcal로 제한하고 발효 한약만을 복용해야 한다. 체내 독소가 배출되고 장내 미생물이 균형을 이룬다. 더불어 ‘기공요법’을 통해 심신 이완과 기혈 조화를 돕고, ‘뜸치료’로 염증을 억제하는 동시에 자가치유력을 높인다. 이 교수는 “전신의 기능이 좋아지지 않으면 절대로 피가 맑아질 수 없다”며 “류머티스 관절염은 국소질환이 아닌 전신질환으로 보고 치료해야 완치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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