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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세 GE는 전구 → 헬스케어 … 119세 두산은 맥주 → 중공업





생존의 조건은 변화 또 변화
“바뀌지 않는 기업은 100% 죽는다”
한 우물 파기보다 사업 다각화
중소기업도 해외시장 진출 필요
환경에 대응할 인적자산 있어야













장수 기업의 첫째 조건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능력’이다. 기존 주력 분야에서 혁신적인 신제품을 끊임없이 내놓아야 하고, 소비자 트렌드와 기술 변화에 맞춰 새로 열리는 블루오션을 개척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우물을 파더라도 진화해야 한다. 1889년 설립된 일본 닌텐도(任天堂)가 장수의 조건에서 진화 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당초 ‘하나후다(花札)’로 불리는 화투를 만들던 닌텐도는 가정용 게임기를 만들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해왔다. 하지만 2010년을 고비로 스마트폰에 밀리면서 닌텐도의 명성도 떨어지고 있다. 오락이라는 ‘기업 DNA’를 유지하고 있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진화가 필요해진 셈이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 역시 기업 이름은 그대로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회사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전기조명회사에서 비롯됐다. 이후 주력 사업 부문이 조명에서 발전, 수(水)처리, 엔진, 헬스케어처럼 다각화를 통해 끊임없이 확장됐다. 그러나 안 되는 사업, 한물 간 사업은 과감하게 버렸다. GE는 지난해 100년 전통을 가진 백색가전 부문을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에 매각했다. 그 덕분에 1896년 다우존스산업지수 출범 당시 포함된 기업들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상장 기업이 됐다.



 오래된 글로벌 기업의 대명사인 듀폰 역시 주력사업이 끊임없이 변화했다. 듀폰은 1802년 설립 당시 화약 제조 업체였지만 이제는 생명공학·식량산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같이 변화했기 때문에 200년 넘게 장수할 수 있었다. 멈춤 없는 변화는 역대 최고경영자의 입버릇이었다. 찰스 홀리데이 전 회장은 “변화를 시도하면 60~70% 확률로 살아남지만,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100% 죽는다”고 누차 강조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은 것은 안전·건강·환경·윤리·인간존중 같은 핵심가치를 지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종을 바꿔도 축적된 지식과 기술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국내 장수기업도 다르지 않다. 올해 119년을 이어 온 두산은 화장품 제조 회사로 출발해 지금은 세계적인 중공업 회사가 됐다. 외환위기 전만 해도 두산의 간판 사업은 원래 맥주였다. OB맥주를 기반으로 소주(처음처럼) 사업에도 뛰어들었으나 중장비·인프라지원사업(ISB, 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에 집중하기 위해 주류 사업에서 손을 뗐다. 성장 동력이 약화된 부분은 버리고 경쟁력이 있는 쪽으로 핵심사업의 축을 전환한 것이다. 충분한 검토 없이 무리해서 사업을 확장하다 기업을 위기에 빠뜨려서는 안 되겠지만 전략적인 사업 다각화는 장수기업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기업의 사업 다각화를 ‘문어발식 경영’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작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늘리고 총수 일가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부작용을 지적한 것이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이 끊임없이 강화됐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했다. 그러나 기업은 신규 사업에 나서지 않으면 성장을 멈추고 고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 총수들이 늘 강조하는 것도 변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해 ‘GS최고경영자(CEO) 전략회의’에서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인식하고 100년 이상 장수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장수 조건은 해외 진출이다. 글로벌화의 확산으로 시장이 넓어지면서 우물 안에 머물러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어서다. 글로벌 장수기업은 예외없이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세계적인 기업이 된 것도 시장을 해외로 넓힌 게 결정적인 원동력이다. 이뿐 아니라 지금은 중소기업도 글로벌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중소기업 역시 해외의 중소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다.



 장수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보유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경영 환경의 변화에 잘 대응하려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자산의 역량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GE의 크로톤빌은 체계적 인재양성 시스템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기업의 성장과 장수는 결국 우수한 인재 확보를 통해 가능해진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같은 글로벌 기업의 리더들이 인재 유치와 육성을 강조해 온 것도 유능한 인재가 기업 경영의 원천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가 회사 임원들에게 “당신보다 똑똑한 사람을 뽑는 게 인적자원관리(HRM)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명 경영도 필수적이다. 두산이 모태기업인 박승직상점을 1925년 주식회사로 바꾸면서 가장 중점을 둔 변화는 회계처리를 근대화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참여시키고 감사위원회를 별도로 두는 것도 모두 경영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다. 외환위기 때 대우를 비롯해 16개 그룹이 해체된 것도 하나 같이 과도한 부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투명 경영은 장수기업의 핵심 조건이 된다. 포천500 기업 대다수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SR)를 작성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0년대로 들어서 국내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쓰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투명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샤오미(小米)·레노버에 잇따라 좇기는 것은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지점에서 세계적 경영 구루였던 피터 드러커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이유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는 혁신과 블루오션 개척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의미다.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총아들인 구글·애플·MS가 초국적 기업이 된 것도 연구·개발(R&D) 및 인수·합병(M&A)을 통해 끊임없이 핵심기술을 흡수해 성장한 덕분이다.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겸 유명 경영컨설턴트 짐 콜린스가 “핵심사업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야 위대한 기업이 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동호 선임기자



사진 설명

장수기업의 비결은 끊임없는 변화다. 사진 ① 1752년 세워진 미국 화장품 기업 캐스웰매시. 사진 ② 1795년 술 제조업체 간판을 건 짐빔. 1967년 배우 숀 코너리를 광고 모델로 채용했다. 사진 ③ 1786년 창간된 미국 신문 피츠버그포스트 가제트. 사진 ④ 2014년 포춘 톱10 기업에 선정된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78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사진 ⑤ 1870년 출발한 미국의 에너지 업체 엑손모빌. 사진 ⑥ 1802년 화학 제조업체로 출발한 듀폰은 자동차 경주 ‘나스카’의 스폰서로 나서기도 한다. 사진 ⑦ 1637년 일어난 일본의 청주 제조업체 겟케이칸(月桂冠).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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