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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곳 중 7곳 창업 5년 내 문 닫았다

69세.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자산총액 기준으로 분류한 국내 상위 10대 그룹의 평균 연령이다. 올해 119세가 된 두산그룹이 최장수를 기록했고 삼성그룹이 오래 살아서 기쁘다는 희수(喜壽·77세)가 됐다. 대한항공이 간판인 한진그룹(70세)이 그 뒤를 이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10대 그룹의 평균 나이(69세)를 기록했다. 최근 실적 악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10대 그룹 가운데는 최연소(43세)다. 어느덧 한국에도 장수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두산 이외에 어느 기업이 먼저 100세를 기록할지는 예측 불허다. 도중에 어떤 위기가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장수 못하는 한국 기업
최근엔 팬택·웅진·STX …
줄줄이 위기 상황 내몰려
한국, 100년 넘은 기업 2개
일본, 200년 이상 3000개

 대기업이 아닌 보통 기업들의 길은 더욱 험난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의 5년 생존율은 30.2%에 그쳤다. 기업을 일으켜도 열 곳 가운데 일곱은 5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 기업의 수는 더욱 줄어든다. 살아남는 기업도 장수기업을 꿈꾸기보다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다. 현재의 생존이 앞으로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삼성·현대와 함께 대한민국 1위 기업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대우가 한순간 공중분해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999년 대우가 해체됐을 때 나이는 32세에 불과했다. 4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초대형 그룹의 몰락은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렵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당시 정부 경제관료들의 ‘기획 해체’가 대우를 죽였다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이유다. 관료들이 재차 반박하면서 진실게임처럼 됐지만 불변의 사실이 하나 있다. 대우 그룹 자체가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점이다.



 모든 기업의 일차 목표는 생존이다. 영속적 생명을 갖는 ‘계속기업’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전제하지만 사고를 당하거나 수명을 다하면 소멸한다. 경영 부실과 실적 악화 같은 내부 문제가 원인이 되기도 하고 기술 진보를 비롯한 급격한 산업환경 변화와 경제위기 같은 외부적 충격에 문을 닫기도 한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하는 이유다. 잘나가던 기업도 한순간의 실수나 방심으로 위기에 직면한다. 지난해 잘못된 주문 단 한 건으로 영업인가 취소 처분을 받은 한맥증권은 지난 16일 결국 파산 선고를 받았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30대 그룹 가운데 16개 그룹이 해체됐다. 은행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상제한서’로 불리던 국내 5대 은행(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의 몰락이 살아 있는 증거다.





 위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한때 잘나갔던 팬택·웅진·STX가 줄줄이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소속 기업 일부는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할 수 있겠지만 그룹 차원의 부활은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 이런 풍파를 견뎌내는 기업만이 장수기업이 된다. 한국은행이 2008년 4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년 이상 된 기업은 5586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3146개사로 가장 많았고 독일 837개사, 네덜란드 222개사, 프랑스 196개사에 달했다. 국내에선 100년 이상 된 기업으로 두산(1896년)과 동화약품(1897년) 두 곳만이 이름을 올렸다.



 기업이 장수하는 데는 정형화된 공식이 없다. 어느 기업은 한 우물을 파서 잘되는가 하면 하던 일을 버리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살아남는 기업도 많다. 한 우물을 파서 오래 생존한 기업으로는 1428년간 생존했던 세계 최고(最古) 기업 일본의 곤고구미(金剛組)가 대표적이다. 한반도에서 건너간 백제인 유중광 가문이 578년 창업한 곤고구미는 사원 건축에 매진해 15세기를 생존했다. 하지만 2006년 결국 일감이 떨어지고 부채가 누적되면서 도산했다. 이를 인수한 건설사가 그 이름을 살려 쓰고 있지만 곤고구미 역시 시대 변화의 물결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갈수록 생존이 어려워지면서 기업의 노력도 치열해지고 있다.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과 달리 지속 가능성이 관건으로 떠오르면서다. 국내에서도 지속가능성보고서(SR)를 쓰는 기업이 2003년 3개사에서 2013년까지 126개사로 급증한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그만큼 생존하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황의 시기에는 변화와 혁신이 없으면 생존이 더욱 어려워진다”며 “본업의 경쟁력을 최고로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진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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