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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투자가 짐 로저스 "한국, DMZ 개방해 남북경협 해라"





[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세계 3대 투자가 짐 로저스
대북관계, 안보보다 경협에 집중해야
돈 찍어내는 양적완화, 부작용 생길 것
그리스 부채 줄여주고 새 출발해야
저평가된 농업 분야 투자 가치 높아

전설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73)는 요즘 한반도 통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세계경제가 침체 양상을 보이는 지금,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가진 곳은 지구상에 북한뿐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중앙SUNDAY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값싸지만 좋은 교육을 받은 북한의 노동력, 한국의 자본과 기술, 모두 8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를 모두 갖춘 곳은 지구상에 한반도밖에 없다”며 “정치ㆍ안보적인 고려는 좀 접어두고 남북 경제협력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비무장지대(DMZ)를 개방해 경제협력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북한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외국 투자가들의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신은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 뭐, 한 푼도 남김없이 다 쏟아붓겠다는 건 아니지만 상당한 액수를 투자하려고 한다. 최근 남북 협력의 분위기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쳤고,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 가능성에 대해 계속 얘기하고 있다. 적어도 양쪽의 말만 들어보면 매달, 매 분기마다 통일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 말만 하지 말고 실행에 옮겼으면 좋겠다.



나는 한국이 DMZ를 개방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했으면 한다. DMZ에 사업을 벌여 투자를 유치하면 투자자들은 북한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 부담이 덜하다고 느낄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지 말고 더 여유있는 자세로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막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북한도 한국과의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 이런 남북경협은 빨리 이뤄지면 빨리 이뤄질수록 남북한과 남북한 국민, 그리고 세계경제에 큰 이득이 될 것이다.”



-DMZ에 가 본 적이 있나.

“2007년에 북한 쪽에서 방문한 적이 있다. 끝없이 펼쳐진 DMZ의 자연경관을 보고 느닷없이 여기 땅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DMZ에 땅을 사두면 반드시 땅값이 오를 것이고, 그 땅에서 자라는 곡물 가격도 함께 오를 것이다. 한반도 고성장 신화의 전초 기지가 될 것이다. ”



-세계경제 얘기를 해보자. 미국만 ‘나 홀로’ 성장을 하고 있다. 미국에 투자할 건가.

“아니다. 나는 중국이나 한국 같은 아시아 시장에 투자할 거다. 미국의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그 숫자들은 다 인위적이고 돈을 마구 찍어낸 결과다. 지금 이득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겐 좋은 일이지만 그런 인위적인 호황은 곧 끝날 것이다. 나는 미국처럼 이미 다 오른 시장보다는 중국ㆍ러시아 같은 저평가된 시장에 투자할 것이다.”



-당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해 중앙은행의 정책에 비판적인 것 같다.

“나중에 역사를 되돌아보면 양적완화라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일본도 양적완화를 하고 있는데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다. 국가 채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돈 찍어내고 환율을 인위적으로 내리는 것이 아무 부작용없이 실물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 역사가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내실있는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나.



“1990년대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복지 과잉 등의 문제로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도산했다. 이때 정부는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데 개입하지 않았다. 이렇게 시장이 스스로 정리를 하니까 그 후 20년간 번영이 찾아왔다. 반면 1990년대 일본은 정부가 끊임없이 개입하고 기업도 일본 방식을 고집했다. 그랬더니 잃어버린 20년이 찾아왔다. 이제 와서 잃어버린 30년을 피해보려고 (양적완화 같은) 이상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데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유일한 방법은 시스템 스스로 청소를 하게 하는 것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도산하게 하고, 새 출발을 하게 해야 한다. 아무도 손해 보지 않고 정부가 지원해서 경제가 살아난 적은 한 번도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골드먼삭스 같은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도 다 망했어야 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겨우 살려놓으니까 자기네만 잘 살고 있고 일반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 내실있는 경제가 아닌 것이다.”



-그리스 채무가 세계경제의 골칫거리다.



“그리스의 채무를 낮춰(write-down) 주는 길밖에 없지 않겠나. 그리스는 빚을 다 갚을 능력이 없다. 최근 200년 안에 몇 번이나 도산했던 나라다. 추가 금융지원을 하면 나중에 또 빚을 지고 와서 탕감해 달라고 할 것이다. 채무를 낮춰주고 개혁을 하라고 채근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해야 한다. 파산한 기업과 금융회사에는 무능한 관료가 아니라 능력있는 경영인들을 앉혀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나라에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주면 안 된다.”



-스페인 같은 나라에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대안이 뭔가. 계속 이 문제를 끌고 가는 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빨리 도산하게 하는 게 오히려 좋은 선례를 남길 것이다. 사실 유로존이라는 게 말이 안 되는 실험이다. 경제가 핵심인데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만들어 놨다. 근본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 유로존의 취지 자체는 훌륭하지만 그 집행은 최악이다. 브뤼셀의 관료들이 큰 문제다. 미국 달러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유로존 개혁이 본격적으로 이뤄져서 건전한 통화가 되길 바란다.”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스와 달리 러시아는 채무가 많은 나라가 아니다. 러시아가 디폴트 한다면 그건 정치적인 것이지 경제적인 결정은 아닐 것이다. 서방의 경제제재 때문에 기업이나 은행이 파산할 수는 있어도 디폴트는 다른 문제다. 나는 계속 러시아에 투자하겠다.”



-중국의 성장률 저하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은 성장률이 좀 떨어져야 한다. 계속 고성장을 하면 인플레이션이나 부동산 버블 문제가 악화할 것이다. 중국에 그림자 금융 등의 문제가 있는 건 정상적인 일이다. 20세기 초 미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할 때 대공황이 있었고 그 전엔 남과 북으로 갈라져 내전도 치렀다. 부패가 만연했고 비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기업도 많았다. 그래도 20세기 내내 경제 대국으로 번영했다. 오히려 우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은 중국이 짧은 기간 안에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도 여태껏 큰 문제는 없었다는 점이다. 문제가 더 생기는 게 정치ㆍ경제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투자 대상국이다.”



-당신은 상품(commodities) 거래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그렇다. 농업이 미래다! 지난 세기 글로벌 금융산업이 많은 이익을 거뒀지만 앞으로 변할 것이다. 미국 농업 종사자의 평균 나이가 58세다. 일본은 66세다. 이들이 다 늙어 죽으면 누가 곡물을 생산할 것인가. 모든 것은 적정한 가격에 적정한 방식으로 생산되기 마련이다. 글로벌 수요에 비해 농업은 굉장히 저평가돼 있다. 금융 계통에 취직하는 젊은이가 농업으로 진출하는 젊은이보다 20배 가량 많다고 한다. 이런 것이 모두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나는 앞으로 농업에 투자하려고 한다. 어떤 곡물에 투자할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농업에 관심이 있다. 설탕만 해도 지난 40년간 가격이 75% 이상 떨어졌다. 수요에 비해 너무 싸다. 반드시 오르게 돼 있다.”



-싱가포르에 살아보니 어떤가.



=뉴욕에서 집 팔고 이사 온 지 8년이 돼 간다. 더 일찍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급부상하는 중국에 관심이 있어서 아시아로 이주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중국에 가보니 너무 더럽고 공기도 나빴다. 물론 중국은 문화가 있고 경제발전이 매우 기대되는 곳이다. 하지만 너무 지저분하다. 누가 오란 것도 아니고 내 스스로 왔는데 굳이 지저분한 곳에서 살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음식에도 이상한 재료를 넣고 물이 깨끗한지도 믿을 수 없다고 들었다. 싱가포르에선 중국의 문화를 느끼면서도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ㆍ행정ㆍ교육 시스템을 접할 수 있어 너무 좋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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