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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억 투자받은 20대 '로봇 괴짜'. 지방 촹커 교육의 힘

로봇을 조립하고 있는 청년 촹커 쉬츠헝. 원저우 실험중학을 졸업한 그가 설립한 센스타임의 안면 인식 시스템은 샤오미·삼성 등 다국적 정보기술 기업들이 탐내는 기술이다. [사진 원저우왕]

제2의 쉬츠헝을 꿈꾸는 원저우 실험중학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열린 제1회 원저우 청소년 촹커 문화제에서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시연하는 장면. [사진 원저우왕]
상하이에서 차로 5시간 거리인 원저우(溫州)시. 이곳에 있는 원저우 실험중학에는 20㎡(약 6평) 남짓한 교실 하나가 있다. 칠판도, 교탁도 없다. 대신 교실 뒤쪽엔 3D 프린터, 로봇 설계 모형,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갖춰져 있다. 2012년부터 이곳은 ‘촹커(創客) 교육’의 현장이다.

 원저우 실험중학에선 촹커 청소년을 위한 독특한 과목들이 많이 개설됐다. ‘로봇’, 프로그래밍 언어인 ‘PHP 편집’, ‘전자 제작’ 등이 그 예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분야를 아예 학교 정규 수업 과정으로 만든 것이다. 원저우 촹커 교실은 10대 천재 로봇 개발자가 등장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히어로’를 연상시킨다. 로봇이 좋아 개발에 매진하던 괴짜 주인공이 마침내 로봇을 만들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이야기가 현재 중국에서 태동하는 촹커 스토리와 닮았기 때문이다.

 원저우가 자랑하는 대표적 촹커는 쉬츠헝(徐持衡)이다. 20대인 쉬츠헝은 이미 미국에서 1000만 달러(약 109억원)의 벤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센스타임(Sense Time)’의 공동 창업자다. 지난해 6월 그는 동료들과 함께 안면 인식 시스템을 만들었다. 쉬츠헝이 만든 시스템의 안면 식별률은 99%에 달했다. 페이스북이 개발한 안면 인식 시스템 딥페이스의 식별률(97%)을 웃돌면서 해외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현지 언론인 원저우왕(溫州網)은 “화웨이·샤오미·삼성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쉬츠헝의 기술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센스타임은 이미 60여 개 다국적 회사와 합작하고 있다.

 쉬츠헝은 어린 시절부터 촹커의 ‘싹’을 보였다. 교장 선생님을 졸라 로봇 과목을 만들 정도로 극성이었다. 로봇 설계와 프로그래밍에 푹 빠졌던 그는 “몇 줄의 수식을 입력하면 로봇을 뛰게 만들 수 있어 좋았다” 고 말했다.

 쉬츠헝은 제3회 국제 로보컵(로봇 축구) 대회에서 2위에 입상했다. 수상 경력 덕에 명문 칭화대에도 합격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원저우에서 열린 제1회 청소년 촹커 문화제에 연사로 초청됐다. 쉬츠헝은 “칭화대 컴퓨터학과 입학이 결정되고 난 뒤 무엇을 했느냐”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자 “촹커로 살았지요(當創客)”라고 답했다.

  중국 대도시에서 불기 시작한 촹커 교육 열풍은 이미 원저우·구이저우(貴州) 등 지방 도시들에까지 번져 가고 있다. 원저우는 2013년 중앙정부에 국가 스마트시티 시범구역으로 신청하면서 학생들의 촹커 교육을 강화하고 나섰다. 원저우는 지난해 50개의 디지털 캠퍼스와 100개의 스마트 교실을 세웠다. 촹커 교육을 보다 잘하기 위해 원저우시에 있는 모든 중학교·초등학교(유아원 포함) 교사는 50시간 이상 기술 교육을 받았다. 중국 언론들은 “촹커 교육에 있어서는 원저우를 본받을 만하다”며 모범 사례로 평가했다.

 촹커 교육 열기가 뜨거운 곳은 원저우뿐만이 아니다. 구이저우성 구이양(貴陽)시 정부에 따르면 구이저우는 중국 전역에서 가장 큰 창업 인큐베이터인 ‘구이저우 촹커쿵젠(創客空間)’을 세우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지난 9일 전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인 구이저우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촹커’에 있다고 본 것이다.

특별취재팀 베이징=최형규·예영준 특파원, 서울=신경진·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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