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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저커버그를 … 대학생 촹커 80만 명 키운다

칭화X랩 찾은 저커버그 지난해 10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왼쪽)가 ‘칭화X랩’을 방문해 첸잉이(錢潁一)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원장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 칭화X랩]

칭화X랩에서 창업 현장의 문제 해결 방법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모습. [사진 칭화X랩]
중국 전역에 퍼진 촹커(創客·혁신 창업가) 열기의 이면에는 창업 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위치한 칭화(淸華) 사이언스파크 내 ‘칭화X랩’은 창업 교육의 대표적 사례다. 칭화X랩의 ‘X’는 미지의 대상을 탐구해 혁신을 추구한다는 뜻과 다양한 학문이 교차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은 칭화대 출신이면 재학생과 졸업생 구분 없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500㎡(약 151평)의 공간에서 매년 진행되는 창업 프로젝트만 200개다. ‘이틀에 하나’꼴로 창업 아이템이 생겨나는 셈이다.

 칭화X랩은 철저한 교육을 통해 창업가들을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오둥후이(毛東輝) 칭화X랩 소장은 “단순히 혁신 제조 기술이 있다 해서 창업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창업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을 먼저 고취하고 창업의 구체적 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도 창업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칭화X랩에서 창업 희망자는 교수와 벤처 투자가 등에게 일대일 창업 교육·상담을 받는다. 학교에 상주하는 칭화X랩 창업 멘토만 60명이 넘는다. 특허·법률자문·재무회계 등 분야별 멘토진도 탄탄하다. 온라인 창업 교육도 있다. ‘어떻게 벤처 투자가와 협상할까’ ‘비즈니스와 법’ 등의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칭화X랩을 방문해 특별 강연을 했다. 미 하버드대 재학 시절 창업했던 저커버그 본인의 경험을 칭화X랩에서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함이었다. 저커버그는 “창업자는 자신의 사명을 믿고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들을 격려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칭화X랩에서 탄생한 3D 프린팅 기업이 제작한 자신의 두상 조형물을 선물받았다.

 올해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학 창업 교육에 힘을 싣는 원년(元年)이다. 중국 교육부는 최근 중국 각 대학에 ‘2015년 전국 대학 졸업생 취업과 창업에 관한 통지’를 보냈다. 탄력적인 학제를 도입해 재학생 휴학 창업을 허용하고, 대학 내 창업 전문 교과 과정을 개설하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또 성공한 창업자 등 기업가를 겸임 교수로 초빙해 학생들의 창업을 멘토링하고, 창업 관련 경연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중국 정부는 앞으로 4년 내에 ‘80만 대학생 창업’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성공한 창업가들 역시 촹커 교육에 적극적이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는 지난달 26일 본사가 있는 항저우(杭州)에 창업사관학교를 세우고 초대 학장을 맡기로 했다. 마윈은 지난 1일 홍콩 창업가 양성을 위해 10억 홍콩달러(약 1400억원)도 쾌척했다.

 중국판 TED로 불리는 유미왕(優米網)은 중국 창업 멘토 12인을 선정해 이들의 온라인 강연(편당 20분)을 무료로 제공한다. 마윈뿐 아니라 중국판 아마존인 JD닷컴의 류창둥(劉强東) 창업주, 중국 ‘IT 대부’ 류촨즈(柳傳志) 레노버 CEO 등이 연사로 나섰다. 일반 TED 강의가 인문학 위주라면 중국판 TED는 창업에 초점을 맞춘다. 유미왕 CEO인 왕리펀(王利芬)은 예비 창업가를 떡잎부터 키워내는 창업 서바이벌 프로그램 ‘잉짜이중궈(<8D62>在中國·중국에서 승리하라)’를 만들었다. 교실 속 창업이 아닌 살아 숨쉬는 창업 교육의 일환이다.

 왜 중국 정부와 민간은 창업 교육에 열심일까. 가장 큰 이유는 취업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지만 매년 노동시장에는 신규 대졸자 750만 명이 쏟아진다. 이들에게 새로이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창업이라고 본 것이다.

 촹커들은 경제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 중관춘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중관춘 내 기업의 연 매출은 2조5700억 위안(약 440조원)이었다. 베이징 경제의 20%를 중관춘이 담당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베이징 신보(晨報)는 “굴뚝 없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중심인 스타트업은 환경 오염 없이 경제를 이끄는 녹색 성장의 일등공신”이라며 촹커를 높이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촹커 교육이 중국의 교육까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해 중국교육보는 “촹커가 부드럽게 교육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혁신은 과거엔 서구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젠 중국 촹커가 ‘혁신의 맛’을 알게 됐다. 자유롭게 창업하고 실패했다 다시 일어서는 촹커들이 성적 지상주의였던 중국 교육 풍토마저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창업 교육의 특징은 ‘창업은 배움의 과정이니까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창업하다 망하면 다시 일어서기가 어려운 구조지만 중국에서는 촹커의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고 초기 실패를 오히려 장려하기도 한다. 대학생이 창업했다가 도산하면 학생과 관련자들이 모여 그간의 창업 활동을 평가하고 경우에 따라 부채 일부 혹은 전액을 감면해주는 경우도 있다.

 쉬훙타이(許宏泰·35) 테크랙트(Techract)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칭화대 졸업 후 2003년 창업 실패를 맛본 뒤 두 번째 창업에 성공한 ‘오뚝이 촹커’다. 구인구직 스타트업에 실패하고 나서 온라인 영어 교육업체를 다시 세워 재기에 성공했다. 쉬훙타이는 “창업 아이템이 사업성이 있으면 베이징의 경우 100만 위안(약 1억7500만원)까지 지원받는다”며 “그래서 실패했어도 두 번째 창업을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피패드의 마타오(馬濤·40) 대표 역시 창업 재수생이다. 2006년 칭화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하고 회사를 차렸다가 실패한 뒤 재기를 위해 모교의 X랩을 찾았다. 그는 “벤처 투자가 중에는 실패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을 더 높이 사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촹커(創客)=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제조업자를 의미하는 신조어. 영어 ‘메이커(Maker)’의 중국식 번역이다. 롱테일 이론을 창안한 크리스 앤더슨의 저서 『메이커스』(2012)에서 유래했다.

특별취재팀 베이징=최형규·예영준 특파원, 서울=신경진·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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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