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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차 많아진 평양거리, 기름딱지 받는 주유소 늘어

평양시내의 주유소에서 여성 주유원이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북한은 우수한 인력을 주유원으로 선발해 석유 착복을 방지하고 있다. [중앙포토]

중국 회사가 북한에 주유소를 설립한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한국 정유회사들이 북한 진출을 모색하다가 5·24대북제재조치로 발이 묶인 사이에 말입니다. 북한에 웬 주유소냐고요? 북한에도 주유소가 있습니다. 북한말로 ‘연유공급소’라고 부르지요. 북한 주유소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주로 휘발유(연유)와 디젤유를 판매합니다. 최근 들어 북한에 자동차가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통계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평양역 주변의 택시를 보면 실감할 수 있지요.

 평양택시는 대동강운수사업소가 운영해 이름 자체가 ‘대동강’입니다. 차 위엔 ‘TAXI’라고 적혀 있죠. 현재 평양에 운행 중인 택시는 400여 대라고 합니다. 평양 시민들은 유선전화나 휴대전화로 186번을 눌러 택시를 부릅니다. 자동차가 있다면 주유소가 당연히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발빠른 중국 기업이 주유소 사업에 진출하려는 것입니다. 중국의 민간 기업 2개사와 국영기업 2개사가 지난해 말 북·중 합작회사인 ‘중투신융국제투자관리유한공사’(이하 중투신융)와 MOU를 체결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중투신융은 2003년에 설립한 국제투자 전문회사로 북·중 교류, 해외투자, 금융, 지하자원 개발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죠.

평양에서 운행 중인 택시.
 평양에는 주유소가 20여 개 있다고 합니다. 중국 기업 4개사는 1차로 평양에 주유소 14개를 더 세우고 2차로 전국에 220개를 세울 계획입니다. 이윤은 북한과 중국 기업 4개사가 50%씩 나누기로 약속했습니다. 석유는 중국산보다 러시아산을 공급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지난해 북·중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중국으로부터 석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지난해 러시아의 대북 수출량 가운데는 석유가 55%를 차지했습니다. 2013년보다 12%포인트 더 늘었지요. 둘째는 러시아산 석유가 중국산보다 저렴해 북한 주민들이 선호한다고 합니다. 러시아 회사도 중국처럼 북한에 주유소 체인망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열린 북·러 통상경제·과학기술협력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러시아 회사인 ‘타이프’가 북한 내각의 원유공업성과 합의했지요.

 북한의 주유소는 주로 정부가 운영하지만 신흥 부유층이 생기면서 이들이 직접 운영하는 곳도 생겼습니다. 주유는 기름딱지(일종의 주유 쿠폰)를 주유소에서 구입해 주유원에게 주면 됩니다. 기름딱지는 유로화로 판매됩니다. 달러보다 유로화가 통용되고 있어서죠. 기름딱지는 1장에 적게는 10유로, 많게는 300유로까지 합니다. 장거리를 갈 경우 300유로짜리 기름딱지를 구입해 자동차에 석유를 가득 채운 뒤 나머지는 석유통에 따로 담아가곤 합니다. 지방에는 주유소가 많지 않아 석유가 떨어지면 바로 채워 넣기 위해서죠. 평양에서 주유소를 운영했던 평화자동차 관계자는 “주유원은 똑똑한 사람들로 엄선해 채용하는데, 석유가 북한에서 귀한 원료라 장난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전합니다. 지난해 1월 조선중앙TV에 방송한 ‘생물 디젤유’라는 프로그램에는 근무복을 입은 여성 주유원이 등장하기도 했지요.

 주유소가 드문드문 있는 북한에서 운전 도중에 석유가 떨어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한국의 교통경찰관에 해당하는 교통보안원이 해결사 역할을 합니다. 교통보안원은 국방위원회 산하 인민보안부(한국의 경찰청) 소속입니다. 그래서 교통보안원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항상 석유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교통 위반으로 적발된 차량으로부터 벌칙 대신에 석유를 빼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교통보안원들이 석유가 부족한 차량에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석유를 공급받은 운전자는 답례로 돈을 주거나 물건을 줍니다. 물건은 차에 보관 중인 고급 술·담배 등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주유소 사업에 뛰어들면 한국이 미래의 시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장단 회의에서 “통일 이후 북한의 SOC건설과 자원개발 계획을 세심하게 세우라”고 지시했습니다. 통일 이후도 중요하지만 통일 이전의 계획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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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