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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증세 없는 복지 논란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2월 4일 34면>
‘증세 없는 복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손질하자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면서 ‘증세 없는 복지’의 재검토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어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이제 ‘증세 없는 복지’의 환상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무분별한 복지는 줄이고, 질서 있는 증세 논의의 물꼬를 트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처럼 방만한 복지 지출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세수 부족은 지속 불가능한 구조다. 선거 때 쏟아진 복지 공약들이 ‘예산 절벽’을 맞아 곳곳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무상보육에 따른 어린이집 파동이나 무상급식으로 인해 학교 냉난방이나 화장실·돌봄교실 예산이 끊긴 것도 마찬가지다. 예산철마다 복지 부담을 떠넘기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정부와 교육청 간의 갈등이 반복되는 것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이제 ‘증세 없는 복지’의 근본적 손질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솔직한 사과가 우선이다. ‘증세 없는 복지’가 신기루였음을 용기 있게 고백해야 한다. 그 다음은 방만해진 복지 지출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무상급식·무상보육·반값 등록금 등의 보편적 복지를 ‘맞춤형’ 선별적 복지로만 바꾸어도 해마다 10조원 이상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 새누리당 수뇌부가 그 민감한 뇌관을 건드린 만큼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설득을 통해 복지 구조조정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야당도 뒷다리를 잡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복지 팽창의 원죄는 야당에도 있음을 국민은 알고 있다.

 이와 동시에 증세 논의도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경기침체 시기에 증세는 무리일 수 있다.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높아진 복지수요가 확인된 이상 ‘저부담-저복지’ 시대로 돌아가긴 어렵다. 여기에다 지하경제 양성화나 비과세·감면 축소로는 복지재원 충당에 어림도 없음이 드러났다. 증세 논의를 병행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그래야 납세자들의 압력이 높아지고 복지 수술에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꼼수 증세’가 먹혀들기 어려운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주민세·연말정산 파동이나 건강보험 개혁 중단, 담뱃값 인상에서 보듯 국민적 피로감만 높아질 뿐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은 증세 논의가 또 다른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념이나 진영 논리에 따라 증세에 접근하는 것부터 경계해야 한다. 계층 간 증오심을 부추기며 무턱대고 ‘부자 증세’를 외치는 것도 금물이다. 세제 개편의 3대 금과옥조는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 ‘형평성’ ‘효율성’이다. 이 원칙에 충실하면서 단계적이고 질서 있는 증세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거듭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증세에 앞서 과감한 복지지출 구조조정이 우선이란 점이다. 그것이 순조로운 증세의 지름길이고 납세자에 대한 예의다.


한겨레<2015년 2월 4일치 31면>
여당의 증세론에 청와대가 답할 차례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에 이어 김무성 대표도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당 지도부가 한목소리로 반기를 든 양상이다. 증세 논의의 불씨를 집권 여당이 댕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무성 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재원 확보 방안 없이 복지 지출만 늘리다가는 나라 살림이 거덜 난다는 논리다. 또 “국민 권리로서 복지 혜택을 누리려면 국민 의무인 납세라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옳은 지적이다.

 김 대표의 주장은 사실 새삼스러울 게 없다. 증세 없는 복지가 허구라는 것은, 재정 또는 복지 전문가들 사이엔 오래전부터 상식이었다.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135조원 규모의 ‘공약가계부’가 나올 때부터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부와 여당만 헛된 기대와 근거 없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세수 부족이 올해 예상치까지 4년째 지속되고, 재정적자는 만성화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제는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은커녕 재정지출 수요의 자연증가분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증세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공약가계부의 파산 선고이자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에 대한 반성문이나 다름없다. 뒤늦은 반성일지라도 환영할 일이다. 다만 증세에 대한 여당 내 논의 기류가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게 문제다. 김무성 대표는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을 시행해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며 “증세는 이 결과를 토대로 더 나은 대안이 없을 때 국민 뜻을 물어보고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증세보다 복지 축소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법인세 인상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유승민 새 원내대표와는 사뭇 다른 인식이다.

 김 대표처럼 증세를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면, 복지 없는 증세의 파기가 ‘증세 포기-복지 축소’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최악의 선택이다.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복지 과잉이 아니라 복지 결핍이다. 어쨌든 증세 없는 복지가 한계에 이른 데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에 있다. 여당에서는 현실을 직시한, 솔직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박 대통령이 응답할 차례다.


논리 vs 논리

“복지지출 구조조정이 우선” … “‘복지 결핍’ 문제 해결해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런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지난해 세수 결손은 10조9000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때의 8조6000억원보다 많은 수치다. 게다가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 등 3년 연속 걷혀야 할 세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어려운 경제 상황 탓에 올해도 세수 결손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세 없는 복지’를 앞세웠던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는 심각한 위기에 부딪혔다.

 이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한목소리로 증세의 필요성을 외친다. 한겨레는 “국민 권리로서 복지 혜택을 누리려면 국민 의무인 납세라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겠다”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말에 지지를 보낸다. 중앙 또한 정부에 대해 “‘증세 없는 복지’가 신기루였음을 용기 있게 고백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증세와 복지 가운데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두 사설의 입장이 완전히 갈린다. 한겨레는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을 시행해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고 증세는 이 결과를 토대로 더 나은 대안이 없을 때 국민 뜻을 물어보고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한 김무성 대표의 발언을 눈여겨본다. 한겨레는 이를 복지 축소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복지 과잉이 아니라 복지 결핍”이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150만 세대가 경제적인 이유로 건강보험료를 못 내 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인 빈곤율, 자살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공공사회 복지 지출은 2011년 기준으로 국민총생산 대비 9.1%에 지나지 않았다. OECD 국가 평균인 21.7%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이런 현실에서 복지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복지는 사회분배 기능이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를 줄여 사회 갈등을 누그러뜨린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한겨레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반면 중앙은 복지정책의 현실적 측면을 짚어준다. “방만한 복지 지출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세수 부족은 지속 불가능한 구조”라고 강조한다. 중앙은 “(불합리한) 복지 팽창의 원죄는 야당에도 있음을 국민은 알고 있다”는 말로 대부분의 복지 공약이 선거 때 쏟아져 나왔음을 상기시킨다. 지난 대선 때 여야는 너나 할 것 없이 ‘보편적 복지’를 외쳐댔다. 그 결과 무상보육에 따른 어린이집 파동, 무상급식으로 인해 학교 냉난방이나 화장실·돌봄교실 예산이 끊기는 등 ‘예산 절벽’에 부딪히고 말았다는 게 중앙의 해석이다.

 중앙은 “무상급식·무상보육·반값 등록금 등의 보편적 복지를 ‘맞춤형’ 선별적 복지로만 바꾸어도 해마다 10조원 이상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입을 늘리기 어렵다면 지출 구조를 합리적으로 다잡아야 하는 게 순리다. 이 점에서 중앙의 주장은 상식에 가깝다.

 복지재원 충당 방안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여당, 야당의 입장이 뚜렷하게 자리 잡은 모양새다. 청와대는 ‘증세 없는 복지’를 고수한다. 반면 여당은 ‘선(先) 복지예산 구조조정 후(後) 증세’를, 야당은 ‘법인세 정상화 및 부자 감세 철회’를 앞세운다. 언뜻 보기에 중앙과 한겨레의 입장은 각각 야당과 여당 진영의 논리와 비슷해 보인다. 한겨레는 “법인세 인상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말을 인상 깊게 소개한다. 법인세 축소는 이명박 정부 시절 ‘부자감세’ 논란을 불렀던 대표적인 정책이다. ‘증세 포기-복지 축소’를 최악의 선택으로 꼽는 한겨레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법인세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까지 이를 듯싶다.

 중앙은 “거듭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증세에 앞서 과감한 복지지출 구조조정이 우선이라는 점”이라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 나아가 “계층 간 증오심을 부추기며 무턱대고 ‘부자 증세’를 외치는 것도 금물”이라는 충고도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두 사설의 입장 중 어느 쪽이 맞는 소리일까?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보편주의 원리 위에 선별주의가 결합된 복지 방식이 사회적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 사람에게 더 많은 자원을 나눠준다는 점에서 더 공평한 분배 원리다.” 영국의 사회정책학자 티트머스의 말이다. 복지정책에 정답은 없다. 두 신문의 사설은 복지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쟁을 잘 보여준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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