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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이 별의 일

이 별의 일 - 심보선(1970~ )


너와의 이별은 도무지 이 별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멸망을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에 이별하자.

어디쯤 왔는가, 멸망이여.


‘이 별’은 지구, ‘이별’은 지구에서 무시로 일어나는 사태. 이별도 흔해져서 심드렁한 일에 속하지만, 어떤 이별은 도무지 믿기지 않아 실감이 오지 않는다. 이때 이별은 마음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사건이고, 황당무계해서 착란을 일으킬 만큼 심각한 일이다.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으니 경미한 뇌진탕이나 작은 뇌사(腦死) 징후를 보인다. 느닷없이 이별 선고를 받은 자는 아찔한 현기증 속에서 인생이 예측 불가능의 울퉁불퉁한 샛길로 빠진다. 이 위기 국면에서 잘 빠져나오기도 하지만 더러는 허우적거리다가 인생을 다 허비하고 만다. 이 별에서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이별을 당하면 격한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 세상 멸망한 뒤 그 다음에 이별하자는 마음이 그 절망의 깊이를 드러낸다. 어디쯤 왔는가, 멸망이여!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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