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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 사들인 김홍국 "한국판 카길 꿈"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세계 2위의 곡물 메이저’를 꿈꾼다. 그는 “곡물 사업은 모든 산업의 기본”이라며 “곡물 사업에서 이윤은 해상운송에서 나오기에 팬오션이 꼭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사진 하림그룹]

“‘한국판 카길’을 꿈꾸면서 팬오션을 인수했습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회사고, 부실한 거래선도 다 정리했습니다. 팬오션을 발판으로 세계 제2의 곡물 메이저가 되려고 합니다.”

 김홍국(58) 하림그룹 회장은 16일 본지 인터뷰에서 ‘세계 2위의 곡물 메이저’라는 비전을 얘기했다. 국내에서 돼지고기·닭고기·사료 분야 1위인 하림그룹은 앞으로 팬오션의 물류망을 통해 남미·미국 등에서 곡물을 수입해 동북아에 공급할 계획이다. 하림의 가능성을 보고 벌써 경쟁 업체들까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 회장은 “세계 곡물 1위 업체인 카길이 동북아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휴를 건의해 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요즘 바쁠 것 같다.

 “12일 팬오션 인수를 위한 본 계약 이후 회생계획안 변경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 인수자금이 1조원이 넘는데 조달 계획은.

 “정확히 1조80억원이다. 1580억원은 팬오션이 회사채를 부담해서 자체 조달한다. 재무적투자자(JKL파트너스)가 1700억원을 부담한다. 하림그룹의 부담은 6800억원이다. 우리측 부담은 지주회사 제일홀딩스의 자체 자금 2900억원과 인수금융 3900억원을 빌려서 한다.“

 - 인수 금융을 사용하는 이유는 뭔가.

 “사실 하림그룹 전체로 보면 현금성 자산이 8000억원 정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돈을 쓸 수 없다. 그래서 인수금융을 쓰는 것이다. 돈이 없는 게 아니다. 하림그룹의 부채비율은 100%이고, 팬오션을 인수한 뒤에도 비슷하다.”

 -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곡물 산업을 강조해왔는데.

 “한국의 곡물 자급률이 23%다. 나머지 77%는 수입한다. 일본은 자급률이 28%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일본에는 곡물 메이저 업체가 5곳 있는데, 일본 곡물 수입의 96%를 맡는다. 국내에는 곡물 메이저도 없고, 일본이나 미국 업체에서 사다 쓰는 실정이다. 만약에 식량 파동이 나서 곡물을 못 구하면 그야말로 큰일이 난다.”

 - 왜 곡물인가. 10여년간 곡물 메이저를 꿈꿔왔는데.

 “ 하림그룹에서 생산·판매하는 닭고기나 돼지고기, 사료 등은 1차 산업인 농축산물을 2차 산업인 식품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곡물은 이보다 한 단계 발전시킨 ‘기초 소재’ 산업이다. 곡물을 그대로 소비할 수도 있고, 에너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앞으로 곡물은 석탄·석유 같은 화석 에너지와 같아질 것이다.”

 - 곡물 메이저가 되는데 해운업이 필수인가.

 “그렇다. 곡물의 부가가치는 해상 운송에서 나온다. 곡물 1㎏ 가격이 100원이라면, 20원 정도는 운임으로 붙는다. 곡물 수급이 불안정할 때에는 이 운임이 곡물 가격의 50%까지 치솟는다. 그래서 해외의 주요 곡물 메이저 회사들은 다들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카길만 하더라도 선박이 600척이나 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팬오션 내에 곡물 사업부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수입에 나설 생각이다.”

 - 해운사업은 처음인데. 팬오션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은 기존의 팬오션 사업을 꾸준히 하면서, 하림의 곡물 운송부터 맡기려고 한다. 옥수수·밀·대두박 등 연간 200만t을 북미·브라질 등에서 수입해 온다. 이를 점차 확대해 곡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동북아 시장 전체를 공략하려고 한다. 그리고 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산업은 하림그룹과 사풍이 비슷하다. 보수적인 가운데서도 혁신을 추구하는 DNA가 있다.”

 - ‘한국판 카길’을 천명했는데. 카길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나.

 “인수 본계약 체결 다음날인 13일에 카길 한국법인에서 연락이 왔다. 아시아태평양 총괄이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 동북아 시장이 광활하고 가능성이 있으니 협업을 하자는 이야기였다.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우선은 세부적인 협력 방안을 카길에서 들어볼 참이다.”

 - 나폴레옹 모자를 26억에 낙찰받은 적이 있다. 당신에게 나폴레옹은 어떤 존재인가.

 “요즘 사회가 너무 부정적이다.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을 배우고 싶다. 1%의 가능성만이라도 있으면 100%로 만드는 사람 아닌가. 내가 이번 팬오션 인수에 뛰어든 것도 ‘나폴레옹 정신’과 무관하지 않다. 해운업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런(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좋아한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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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