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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York Times] 성장 모델이 벽에 부딪혔을 때

다니엘 코엔
프랑스 경제학자
경제 성장은 현대사회의 종교다. 갈등의 고통을 줄여주는 영약이자 무한 성장의 보증 수표다. 그렇지만 적어도 서구에서 성장 모델은 찰나의 존재가 돼 버렸다.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안정되고 열린 성장의 이상적 꿈은 사라졌다. 미국에선 지난 30년간 인구 80%의 구매력이 조금도 늘지 않았다. 프랑스는 1970년대 3%였던 연간 1인당 구매력 성장률이 계속 하락해 2013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는 정치인들을 당혹시켰고, 이들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다양한 종류의 포퓰리즘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서구는 중요한 질문을 회피했다. 끝없는 경제 성장 추구가 결국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적절한 대체 시스템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절망과 폭력의 늪에 빠질 것인가.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30년대 경제 위기가 시작될 때 상황 오판을 경고했다.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란 에세이에서 그는 예외적 번영의 시대가 임박했으며, 세계의 ‘경제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술 혁신으로 높은 경제 성장과 식품 안전을 확보한 이전 세기의 발전을 이어간다는 것이었다. 경제 성장에서 최대의 혜택을 뽑아내려면 전 세계는 탐욕과 두려움, 과거 고통스러운 시대의 특징을 접어야 한다고 했다. 대신 즐기는 법을 더 배워야 하며, 무엇보다 내일에 대한 걱정과 절제 없이 소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인스는 미래에는 하루 3시간만 일하고 자유로워진 사람들이 예술과 문화, 종교 등 정말로 중요한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믿었다.

 안타깝게도 그런 형이상학적 가치는 아직 인류의 우선순위가 되지 못했다. 우리는 여전히 가난과 불평등, 실업의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서구 경제는 30년대보다 여섯 배는 부유해졌지만 아직도 우리는 물질적 부를 가장 바라고 있다. 케인스가 잘못 예측을 한 게 분명하다. 엄청난 부의 축적은 물질주의 사회의 갈증을 충족시키지도, 누그러뜨리지도 못했다. 케인스의 실수는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부와 행복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월급 인상은 더 바랄 나위 없지만 일단 목표치까지 올라가면 충분치 않게 된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부 자체보다 경제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러 준다.

 그렇다면 경제 성장은 다시 시작될 것인가. 전문가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이 이끄는 비관론자들은 성장 잠재력이 지난 세기보다 크게 약화됐다고 믿는다. 제2의 산업혁명으로 스마트폰이 탄생했을지 몰라도 전기·자동차·비행기·영화·TV·항생제가 발명됐던 20세기와는 비교도 안 된다고 고든은 생각한다. 반면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는 공동 저서 『제2의 기계시대』에서 무어의 법칙(마이크로칩 용량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 “모든 사물의 디지털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구글은 무인자동차를 실험 중이고 일본에서는 로봇이 노인을 간병한다. 또 다른 폭발적 성장이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인다.

 비관론자들은 소비자에게 집중하는 반면 낙관론자들은 기계 쪽에 시선을 두고 있다. 컴퓨터가 인간을 대신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은 ‘기계가 대체한 노동자는 어떻게 되느냐’다. 지금 상황을 20세기와 비교하는 것도 유용하다. 1900년 미국 노동력의 38%를 차지하던 농부들은 도시로 이주해 새로운 산업에 종사하며 생산성을 높였다. 덕분에 경제성장률은 두 배로 증가했다. 지난 30년간 미 중산층의 구매력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던 것은 실직 근로자들이 새로운 일자리에서 보여준 생산성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제 성장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경제 성장이 결여된 산업혁명을 목도하고 있다. 강력한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작업을 대신해 주지만, 그렇게 해서 대체된 인간은 다른 생산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

 경제 성장이 없는 세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생활이 나아진다는 희망을 충족시킬 수 없을 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와 앤드루 오스왈드는 지난 수년간 직장인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계속 악화되기만 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행복하지 않은 근로자는 덜 생산적이었다. 반면 만족을 느끼는 근로자들은 좀 더 협력적이고 창조적이었다. 요컨대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동기 부여 체계를 제시해야 한다. 더 이상 임금 인상을 약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근로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작업을 조정·보상해야 한다.

 서구 사회의 모든 병폐가 개인의 구매력 침체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그러나 문제를 무시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처럼 성장이 돌아온다고 하는 것은 경기 침체가 사회를 우울하게 만드는 원인에 대해 눈을 감는 격이다. 삶과 일에 대한 행복·만족이 더 많은 돈을 벌려는 헛된 노력을 대신하는 세상을 꿈꿔야 한다.

다니엘 코엔 프랑스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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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