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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엽 기자의 어쨌거나 살아남기] 재난(3) 공포가 시력을 앗아가다











안전하다고 느낀 순간 ‘공포’가 찾아옵니다.



9.11테러 당시 무역센터를 무사히 빠져나온 세데뇨는 1층 로비에 도착함과 동시에 안도와 행복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와 함께 주위가 이상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소방대원들을 비롯해 주변 모든 사람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런 착시를 극한의 왜곡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공포가 신체의 모든 기능을 마비시키는 겁니다.



로비 밖으로 나오자 그녀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극심한 눈부심도 겪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꼼짝 달싹할 수 없는, 몸이 얼어붙는 반응'입니다. 오랜 세월 수천수만 명이 빨리 도망쳐야하는 순간에 도망치지 못하고 꼼짝하지 못한채 목숨을 잃게 만들었던 그 반응입니다. 숨이 막힌 세데뇨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그런 그녀를 낯선 여자가 팔짱을 끼고 “우리 뛰어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세데뇨는 그 여성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저 그녀가 빨간색 소매의 셔츠를 입었고 여성이었다는 것만 기억합니다. 세데뇨가 눈부심과 동시에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때 아주 가까운 곳에서 '우르릉' 소리가 들렸고 다른 건물 하나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볼 수는 없었지만 “다른 건물이 또 무너지고 있다”고 소리를 들은 세데뇨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기적처럼 세데뇨의 시력이 돌아옵니다. 그녀는 분진 속을 뚫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먼지가 가라앉고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보이면서 그녀의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세데뇨 같은 순간적인 시력 상실을 9.11 테러 당시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의 4분의 1이 겪었다고 합니다. 인간은 극한의 공포에 사로 잡힐 때 신체의 일부를 둔감하게 만들어 공포감을 덜어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건물이 또 무너진다는 걸 알고 나선 다시 가장 필요한 기관인 시력을 회복시킨 겁니다. 이는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는 극명한 방증이기도 합니다.



순간적 시력 상실까지는 아니어도 1970년대 비행기 조종사들은 조종실의 터널 시야가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하고 공포를 크게 느낄수록 터널 시야가 발생합니다. 터널 시야는 시야가 매우 좁아지는 현상으로 공포감을 해결해야만 본래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우리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 뇌를 대대적으로 개조하지 않는 한 우리 뇌는 재난 상황에서 '얼음, 땡'을 반복하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다음 번에는 본격적인 뇌 훈련법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김소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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