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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 처음 본 아버지의 눈물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강성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지난 4일,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소득분위가 산정됐으니 확인하라는 내용이었다. 아버지의 월 소득이 일원 단위까지 다 드러나 있었다. 일곱 자리의 숫자를 보고 있노라니 몇 주 전 아버지께서 흘린 눈물이 화면 위로 오버랩됐다.

 얼마 전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저녁식사를 했을 때의 일이다. 평소 부족했던 부자간 대화의 물꼬도 틀 겸 나는 ‘노후대비’ 카드를 골랐다. 중앙일보 ‘반퇴시대’ 특집 기사를 본 터라 계기는 충분했다.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생각이니 물려받겠다는 생각은 꿈에서도 하지 말라’던 아버지의 장난스러운 으름장보다 기억에 남는 말은 “안 그래도 요즘 불안했는데, 고맙다 아들아”였다.

 며칠 후, 아버지가 우셨다. 술에 취해 밤늦게 귀가하신 아버지는 “큰아들이 엄마 아빠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훔치셨다. 얼마 전 식사 때 나눈 대화를 두고 하신 말씀이다. 처음 본 아버지의 눈물에 놀랐다. 그리고 죄송했다. 아버지의 노후계획이 궁금했던 이유가 부모님에 대한 걱정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 아버지에게 ‘자식으로서 은퇴 후의 부모님께 잘해드릴 자신이 없어서 그랬다’고 말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공적·사적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5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치인 70~80%에 크게 못 미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는 한 달 평균 노후 비용인 153만원의 35%밖에 충당하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다. 노후 부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곤 하지만 비정규직 600만 시대를 살아가는 자식의 입장에서 나머지 65%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아버지는 63년생이다. 흔히들 말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 돈 많이 벌어 집 지어드리고 스포츠카도 사드리겠다는 약속을 하곤 했다. 그 약속을 지켜야 할 시간이 왔다. 이렇게나 빨리. 취직은 요원한데 아버지의 은퇴는 코앞이다.

 사실 취직을 한다 해도 잘해드릴 자신이 없다. 아버지가 할머니께 그러듯, 매달 부모님께 용돈을 부쳐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형제가 나와 동생 둘뿐이라 적적하지 않게 해드릴 자신도 없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낚시도 함께 가드리기 힘들겠다는 기우도 하는 요즘이다.

 아버지는 30년 가까이 일곱 자리 숫자의 책임감을 짊어져 왔다. 이제는 그만 내려놓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슬하의 미생들 때문이다. 미생은 그 짐을 덜어드리고 싶다. 그러나 방법도 모르거니와 자신도 없다. 지칠 대로 지친 아버지의 어깨가 조금 더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베이비부머의 미래는 미생의 미래가 되고 있다.

강성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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