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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매출 회사 관두고 산나물 밥집 재창업 … ‘성수동 밸리’ 16인 청춘

1층 디웰살롱에선 ‘디웰’에 입주한 청년 창업가와 사회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체인지 메이커’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여는 토크쇼가 월 2회 열린다. 사진=김상선 기자




기업가 정신 전파소 ‘디웰’의 실험
다시 기업가 정신 <하> 한강의 기적 3.0

서울 성수1가 2동은 비만 왔다 하면 물난리가 나는 상습 침수지역이다. 그랬던 동네가 최근 달라지기 시작했다. 불과 6개월 만에 15개의 소셜벤처가 생겨났다. ‘성수동밸리’의 태동이다.



 변화의 시작점을 찾아 11일 성수동을 찾아갔다. 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성수역 사이에 걸쳐 있는 이곳은 서울의 유일한 준공업지역이다. 인쇄소와 자동차 공업사, 피혁공장 사이를 돌아가다 보면 ‘디웰’이란 하얀색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3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개조한 이곳엔 16명의 청년기업가들이 산다. 이들이 한곳에 모여 먹고 자는 이유는 하나다. 부(富)가 아닌 기업가 정신을 공유하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다. 기업가 정신의 합숙소이자 전파소인 셈이다. 이곳의 막내 임종규(25)씨는 “디웰에 빚진 게 많다”고 했다.





3층 다세대주택 개조 … 월세 내고 합숙



그는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회사인 ‘어썸스쿨’을 지인과 공동으로 차렸다. 지난 3년간 40여 개 중·고등학생 500여 명이 어썸스쿨을 거쳐갔다. 그사이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교와 학생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다 보니 ‘주식회사’ 형태의 회사 구조로는 영업이 어려웠다. 비영리 법인으로 회사를 바꿔야겠단 생각을 하다 얼마 전 디웰의 동거인들과 치맥을 하다 구체적 해법을 찾았다. 임씨는 “어디를 가서 이런 전문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겠느냐”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미국 뱁슨대를 다니다 휴학한 상태다.



 디웰은 초심을 일깨우기도 한다. 김가영(29) 생생농업유통 대표는 “100억원 매출, 프랜차이즈 100호점이란 숫자에 취해 있던 스스로를 깨워준 존재가 디웰”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국대떡볶이’에 합류했다. 큰돈이 따라왔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소비하는 삶에 빠져버릴 것 같아” 지난해 디웰을 찾았다. 경북 청송에서 사는 할머니들이 캔 나물, 직접 지은 콩으로 내는 산나물 밥집 ‘소녀방앗간’을 디웰 인근에 차렸다. 벤츠를 타고 6000원짜리 밥을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음달엔 건국대 앞에 2호점을 낸다.



디자이너인 김진원(34·오로라플래닛)씨는 “함께 사는 청년 창업가들의 에너지를 곁불 쬐듯 하며 아이디어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기업이야말로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도구”라고 했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를 다니다 사람들과 변호사를 엮어주는 ‘로앤컴퍼니’를 차린 정재성씨, 아프리카 작가들의 작품을 들여와 판매·전시를 하고 수익금을 돌려보내는 사회적 기업 ‘쏘울 오브 아프리카’의 장영 공동 설립자. 이들의 실험과 도전도 확장 중이다.



성수동 ‘디웰’에서 꿈을 일궈가는 청년 기업가들. 왼쪽부터 임종규·김진원·김가영·김하늬씨.


곁불 쬐듯 창업 에너지 서로 나눠



 디웰을 세운 사람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손자 정경선(29) 루트임팩트 대표다. 그는 지난해 4월 사회적 부동산·커뮤니티 개발회사인 HGI를 세웠다. 1세대 기업가 정신의 상징의 후손이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북돋는 일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월 28만~48만원의 월세를 내는 이곳의 입주자 선발 방식도 독특하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당신이 왜 세상을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인가에 대한 답을 써내야 한다. 면접에선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를 묻고 또 묻는다. 김민수 HGI 팀장은 “성수동을 기업가 정신의 교육부터 네트워킹, 투자 유치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허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거점이 생기면서 성수동 일대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저소득층 중·고생을 가르치는 공신닷컴, 사회적 이슈를 예술로 풀어내는 위누 등이 활동 중이다. 또 주택가 곳곳에는 소규모의 디자인 그룹, 건축가 그룹이 입주한 공방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40년 동안 정미소 창고로 사용되던 ‘대림 창고’는 요즘 수입차 신차 발표회, 패션쇼 장소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HGI는 이들과 함께 성수동을 하나의 클러스터로 만드는 ‘서울 숲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다음달에는 동네 상가 건물을 임대·개조해 24시간 문을 여는 공동 작업장인 벤처하우스도 열 예정이다. 김민수 팀장은 “초기 창업기업이 한곳에 뭉쳐 있을 때 더 큰 시너지가 난다”며 “‘성수동이 뜬다’는 얘기에 투기 자본이 몰려 부동산 값을 올려놓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동네 정미소가 패션쇼장으로 탈바꿈



 성수동밸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인근에는 한양대·건국대가 있다. 한양대는 국내 최초로 동문 기부금을 기반으로 2009년부터 글로벌기업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도 발벗고 나섰다. 성수1가 2동 주민센터는 지난해 10월부터 주민센터에 지역 장터를 열고 있다. 안상규 주임은 “인기가 좋아 다음달부터는 주민센터 옆 성동구 체육센터 공터를 활용해 시장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영훈·함종선·손해용·김현예·박수련 기자 filich@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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