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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공인 한발 다가서

『직지(直指)』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문화재청이 6년째 진위 논란이 일고 있는 ‘증도가자’(證道歌字)에 대해 12일 국가문화재 지정을 위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 정부가 직접 조사해 진품이라는 판단이 서면 국보나 보물로 지정하겠다는 얘기다. 문화재청은 이날 문화재심의위원회(동산 분과)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조사단 구성과 조사 시기 등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국가문화재 지정 절차 착수 의미
존재 알려진 후 6년간 진위 논란
진품 땐 『직지』보다 100여 년 앞서
첫 발표 남권희 교수 "4월 학술회의"
"당사자가 검증 전례 없다"지적도



 ‘증도가자’는 2010년 9월에 처음 존재가 알려졌다. 고미술상 김종춘(다보성고미술관 관장)씨가 소장하고 있던 활자들을 경북대 남권희(문헌정보학) 교수가 분석해 1377년에 제작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보다 적어도 138년 이상 앞서 만들어진 활자라고 주장했다. 사실로 공인될 경우 세계 인쇄사를 다시 써야 할, 파장 큰 주장이었다. 본지는 남 교수 등의 주장을 2013년 7월 17일자 1면에 보도하는 등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증도가자’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라는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보물 제758호 『증도가』(『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말미에 원래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을 1239년 목판으로 번각(飜刻)해 찍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증도가』의 글자와 금속활자를 비교한 결과 서체와 크기가 일치한다는 점이 발견됐다. 남 교수는 “‘明(명)’자를 포함해 12개의 활자가 『증도가』 글자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김종춘씨의 금속활자가 최소한 1239년 이전에 만들어졌고, 『증도가』 제작에 사용된 ‘증도가자’라는 것이다.



 두 번째 근거는 활자에 묻은 먹에 대한 탄소연대 측정 결과다. 2011년 측정 결과 13세기 초의 것으로 나왔고, 2013년 서울대에서 다시 분석한 결과도 1150~1300년으로 측정됐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경북대 산학협력단에 ‘증도가자’의 진위 여부 조사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이 조사에서도 ‘증도가자’의 탄소연대 측정결과는 1033~1155년으로 나왔다.



 12일 문화재심의위원회는 경북대 산학협력단의 용역 결과를 받아들여 문화재 지정에 필요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 물론 지정 절차를 밟는다고 해서 반드시 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은 아니다. ‘증도가자’가 진품이라는 주장의 근거를 의심하는 전문가들도 있어 최종적으로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증도가자’를 진품으로 인정할 경우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라는 목표에 한 발 다가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남은 것은 국제적 공인이다.



 ◆풀어야 할 숙제는=‘증도가자’는 남 교수 측의 설득력 있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입수경위와 출처가 불분명해 논란을 빚어왔다. 경북대 산학협력단의 조사 일정도 빠듯해 조사 범위가 축소됐다는 지적도 있다. 경북대 산학협력단의 연구책임자 역할을 남권희 교수가 맡은 것도 문제다.



 남 교수는 12일 전화 통화에서 “나는 한국서지학회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조사를 맡아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국립문화재연구소 측이 조사할 시간이 6개월밖에 안 된다고 했다. 100개가 넘는 활자에 대한 조사를 그 기간 안에 마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할 수 없이 연구책임자를 맡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조달청을 통해 연구기관을 선정하는 정부사업이라 당해 연도(2014년) 안에 조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A교수(전 문화재위원)는 “주장의 당사자가 자기 주장의 진위 여부를 검증(조사)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이 구성한 조사단이 남 교수는 물론 경북대 산학협력단의 조사 결과를 재검증하는 데 필요한 활자가 남아 있지 않는 점도 문제다. 경북대는 모두 109개의 ‘증도가자’를 조사했다. 그중 탄소연대 측정이 가능한 먹이 묻은 활자는 15개였다. 문제는 측정을 위해 활자에 묻은 먹을 긁어 태워 없앴기 때문에 추가로 탄소연대 측정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문화재 지정까지 얼마나 걸리나=문화재청 윤순호 유형문화재과장은 “‘증도가자’ 진위 여부에 대한 학계의 논란은 일단 문화재 지정 절차를 시작해 놓고 조사해 정리하자는 게 문화재청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가문화재 지정을 위한 조사를 시작했어도 곧바로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지정절차 시작 시점부터 실제 지정까지 통상 6개월 가량 걸린다. 논란이 일 경우 더 걸릴 수도 있다.



 남권희 교수는 “문화재청의 직접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오는 4월께 학술회의를 열어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발표해 공론화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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