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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왜 유권자만 괴롭히나

김진국 대기자
정치는 꿈을 파는 장사다. 유권자는 미래의 꿈에 투자하는 것이다. 오늘 비록 힘들어도 희망이 힘이 된다. 그런데 우리 정치에서는 언제부턴가 꿈이 사라졌다. 비난과 부정과 국가에 대한 자학(自虐)이 난무한다. 저출산으로 인구 구조가 왜곡되고, 이로 인해 연금과 건강보험체계가 흔들리고,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당장의 고단함보다 더 큰 고난이 덮쳐오고 있다. 그럴수록 희망을 보여주며 힘을 끌어 모아 극복해나가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8일 전당대회는 최악이었다. 여야 대결에서조차 피해야 할 바닥을 보여줬다. 정책이고 노선이고 꿈을 이야기할 구석은 없었다. 그저 표를 모으기 위한 계산과 꼼수뿐. 나라는 물론 당의 미래조차 지워버렸다. 오직 내년 총선에서 누가 공천권을 갖느냐에 매달렸다. 이렇게 사생결단한 이유가 뭔가. 결국 공천권을 휘두르겠다는 의지 아닌가.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20%로 하건, 25%로 하건 정당이 알아서 할 일이다. ‘지지 후보 없음’을 반영하건 말건 옳고 그름을 가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경선 직전 후보들이 유불리를 따져 공방하는 모습은 참담했다. 이 과정에 권리당원 25만3000명 중 호남 지역이 14만6000명이나 되고, 대구는 484명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주소인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11일 당직 인사에서 소위 ‘친노’계는 배제하는 탕평을 했다. 사무총장·정책위의장 모두 ‘비노(非盧)’로 임명했다. 그 정도로 당이 분열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조치가 얼마나 갈지, 내년 총선까지도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당권 장악을 위한 꼼수 논란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전당대회에서도 권역별 경선에서 김한길 후보가 이겼지만 이해찬 후보가 모바일 투표로 뒤집었다. 김 후보는 이때도 “지역에서만 이기면 뭐 하느냐. 서울에서 규칙을 계속 바꾸고 있는데…”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누구 말이 옳고 그르고를 따질 일은 아니다. 당원의 편중을 바로잡을 필요도 있다. 하지만 투표보다 처리 방식에 승패를 거는 꼴이 유권자에겐 맥이 빠지는 일이다.



 선거 꼼수라면 경기동부연합이 먼저 떠오른다. 2012년 총선에서 온갖 부정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당선시켰다. 대리투표도 하고, 서버도 열어봤다. 이들이 민노당을 장악하는 과정도 그랬다. 특정 지구당을 목표로 삼아 조직적으로 이전하고, 뒤집는 방식으로 지구당을 접수해갔다. 현재 정의당 계열이 만들었던 당을 ‘뻐꾸기 작전’으로 안방을 차지한 것이다. 유권자는 주권자가 아닌 한낱 도구로 취급된다.



 마음이 안 맞으면 따로 당을 만들면 된다. 각자 나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그런데 왜 유권자를 괴롭히나. 표를 조작해 특정 후보를 내세우고, 연대란 이름으로 담합하고, 유권자는 이렇게 세팅된 후보에게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다. 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고, 지역 편향 투표를 한다는 죄책감을 느껴야 하나. 그게 유권자의 잘못인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구조적 문제는 소선거구제에 있다. 한 지역구에서 한 사람만 뽑는 결과다. 이런 틀 속에서는 제1당과 제2당을 제외한 다른 후보가 설 땅이 없다.



 1, 2당에서는 본선보다 당내 경선이 더 어렵다. 그러니 중도표를 공략하기보다 당내 강경파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를 하게 된다. 대화와 타협보다 상대당에 적개심을 드러내 조롱하고 욕설을 쏟아낼수록 당선 확률이 높아진다. 비례대표는 당초 취지와 달리 당권을 보호하는 방탄막으로 이용된다.



 ‘알박기 정당’도 등장한다. 19대 총선에서 1000표 이하의 차이로 당선된 곳이 11곳이다. 1001~2000표 차이는 10곳이다. 그러니 몇 천 표만 빼가도 당락이 뒤집힐 곳이 많다. 이걸 인질로 의석 할당을 요구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종북 숙주정당이란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통진당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소선거구제를 바꾸는 방법은 중대선거구제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다. 석패율제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앙당의 입김이 너무 강한 정당명부식이나 이중의 기회를 주는 석패율제보다는 대선거구제가 더 나아 보인다. 어느 방식이든 군소정당에 당당한 기회를 줄 수 있다. 표의 등가성(等價性)도 높일 수 있다. 유권자와 상관없는 정치거래로 의석이 좌우되는 일도 피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통합의 정치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변수는 지역 갈등이다. 3당 합당과 소선거구제 전환 이후 호남 고립이 심화됐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어차피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 고질병이 된 정치문화를 바꿀 기회다.



김진국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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