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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익 1조 클럽도 버겁다, 뒤로 가는 은행 실적

2006년 2월 8일 KB국민은행은 기업 설명회를 열어 전해 실적을 발표했다. 순이익은 1년 전보다 다섯 배 넘게 늘어난 2조2522억원. 그해 현대차 순익(2조3146억원)과 맞먹었다. 산업은행 순익은 2조4217억원으로 국민은행은 물론 현대차도 가볍게 눌렀다. 외환은행 역시 1조9293억원 순익을 올리며 700여억원 차로 순익 ‘2조원 클럽’ 문 바로 앞에 섰다.



3년째 ‘2조 클럽’ 가입 없어
기업 부실 여부가 실적 좌우
담보대출·예대마진에 집중
저금리 계속되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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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실적 잔치는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현대차는 분기(3개월)마다 2조원 순익을 내는 회사로 성장했지만 국내 은행산업은 거꾸로 갔다. 지난 4일부터 국내 은행은 차례로 실적 발표에 나섰다. 2조 클럽에 명단을 올린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2012년 이후 3년째 제로다. 신한은행·우리은행·IBK기업은행·국민은행 네 곳이 순익 1조 클럽에 들며 체면치레를 했다. 신한은행만 순익 1조원을 넘겼던 2013년보다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실적 발표일 이후 11일까지 대부분 은행주가 미끄러졌다. 신한금융 -8.3%, 하나금융 -8.3%, 우리은행 -3.6%, KB금융 -3.0% 각각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해 순익 1조원 선을 회복한 기업은행 주가만 0.4% 올랐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악화, 저금리 기조 확산에 따른 예대 마진(예금·대출 이자 차이로 벌어들이는 수익) 축소, 핀테크(FinTech·금융+정보기술) 대두로 인한 기존 은행업 경쟁력 약화 등이 증시에서 은행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적 발표 전에도 은행이 2조원 순익을 올리는 시대로 돌아가리란 기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2005~2007년 신한은행·국민은행 비롯해 연간 순이익 2조원을 달성하는 은행이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은행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11년 신한·국민이 순익 2조원 문턱을 다시 넘긴 했지만 1년 천하로 끝났다. 담보대출과 예대 마진 위주의 안전 영업에 몰두한 탓에 저금리 충격을 고스란히 맞았다. 1조원 문턱 지키기에도 아슬아슬하거나(국민) 2000년대 달성했던 2조원 순익은커녕 1조원도 못 넘기는 은행(산업·외환)이 대부분이다.



 발목을 잡은 건 ‘천수답’ 수익 구조다. 은행 자체 경쟁력보다는 기업부실 여부에 따라 수익이 판가름 난다. 2007년 은행들은 LG카드 지분을 팔아 막대한 일회성 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다음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실적이 하염없이 추락했다. 2009년 금호그룹 워크아웃, 중소 조선사 연쇄 부도로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그러다 2011~2012년 현대건설·하이닉스가 팔리며 생긴 지분매각 차익으로 이익이 반짝 늘었다. 2013년엔 STX그룹, 동양그룹, 경남기업 구조조정 사태로 다시 위기를 맞았다.



 그사이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여겨지던 가계대출 여건도 나빠졌다. 낮은 금리가 자리를 잡으면서 예대 마진이 크게 축소됐다. 덩치가 커졌지만 체질은 약화됐다. 지점 수, 자산 같은 은행의 외형은 커졌지만 지난해 수익은 전성기였던 2005~2007년 연평균 수익의 절반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지난해 국내 전체 은행의 순익은 6조2000억원으로 2013년과 비교해 60.4% 늘었지만 착시 효과에 가깝다. 최성일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동양·STX 사태로 은행권 순익이 2013년 반토막 났고 지난해 들어 상대적으로 실적이 개선돼 보일 뿐”이라고 했다. 지난해 국내 은행 전체 순익은 2007년 국민·신한·산업은행 세 곳이 거둔 순익과 비슷한 수준이다. 단순히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가계·기업의 대출 위험도도 높아지고 있다. 예금·대출 중심의 영업 구조에서 탈피하는 은행 경영 모델의 근본적 변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일본만 해도 부동산·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과 예대 마진 영업에 집중했다가 연 0~1%대 초저금리 시대 맞아 1986년부터 97년까지 10개 은행이 도산했다.



조현숙 기자





◆일회성 이익=경영을 꾸준히 잘해 얻은 수익이 아니라 2007년 LG카드 매각처럼 단발성으로 거둔 이익. 2003년 신용카드 부실 대란으로 LG카드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고 채권은행이었던 산업은행이 지분을 넘겨받았다.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LG카드는 2007년 신한금융지주에 팔렸고 산은은 8000억원대 매각 차익을 거둬들였다. 2011~2012년 현대건설·하이닉스 매각으로 외환·우리·국민·신한은행 등이 수조원대의 차익을 나눠 가진 것도 비슷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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