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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 얼어도 요놈 타고 쌩~ 이번 설엔 한시름 덜었슈





[커버스토리] 대청호 섬마을 막지리·오대리의 설맞이

























충북 옥천군 막지리 주민들은 공기 부양정 덕분에 걱정을 덜게 됐다. 이번 설에는 외지에 나간 자식들이 편리하게 고향을 방문할 수 있다.


충청북도에는 바다가 없다. 그래서 섬도 없다. 그러나 섬마을은 있다. 배를 타고 물을 건너야 겨우 닿을 수 있는, 육지 속의 섬마을 두 곳이 있다.



마을 이름은 충북 옥천군의 막지리와 오대리다. 금강 물길이 대청호에 몸을 풀기 직전 산 모퉁이에 두 마을이 띄엄띄엄 놓여 있다. 마을 앞은 강물이 막고, 마을 뒤는 산맥이 에워싸 강을 건너지 않고서는 두 마을을 출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금강 물길로 보면 오대리에서 물굽이를 한 번 더 돌면 막지리가 나온다.



시방 막지리엔 12가구 15명이 살고, 오대리엔 8가구 12명이 산다. 20가구 중 13가구가 1인 가구다. 막지리의 평균 연령은 75.7세이고, 오지리는 65.5세다. 막지리 막내가 손용화·이대석(66)씨고, 오대리 막내가 윤선하(55)씨다. 두 마을의 최고령자는 구순의 윤순복 할머니와 여든다섯 살의 황인호 할머니다. ‘젊은 놈은 다 떠나고 노인네만 남은’ 두메산골이다.



마을은 문자 그대로 고립됐다. 두 마을 모두 우체부가 들어오지 못한다. 강 건너 선착장에 편지를 놓고 가면, 주민들이 강을 건너 편지를 받아온다. 그래서 마을에는 옥수수·고추 따위를 심은 텃밭 몇 뙈기와 지붕 낮은 집 몇 채밖에 없다. 식당은커녕 구멍가게도 없다.



오대리는 마을로 들어오는 길이 아예 없다. 폭 600m쯤 되는 강을 건너야 한다. 강이 얼면 얼음 위를 걷고, 얼음이 녹으면 낡은 나룻배를 띄운다. 막지리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마을 뒤로 산길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산길 20㎞를 돌아나가는 수고도 수고지만, 눈만 오면 길이 끊긴다. 하는 수 없이 얼음을 깨 뱃길을 낸다. 막지리 막내 손용화씨의 몫이다.



“언젠가 설을 앞두고 강이 언 적이 있었어. 가장자리는 꽁꽁 얼었는데 가운데는 얼음이 얇았어. 배로 얼음을 깨고 나갔는데, 점심때까지 반밖에 못 갔어. 해 떨어질 때 겨우 물길을 내고 어르신들을 날랐어.”



오대리 마을 전경. 강물과 산으로 둘러싸인 육지 속의 섬이다.


지난달 12일 두 마을에 새 교통수단이 들어왔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준 이름도 거창한 공기부양정이다. 이제 두 마을은 더 이상 오지마을이 아니다. 공기부양정을 타고 2분이면, 안전하고 신나게 강을 건널 수 있다. 오대리 윤정희(57) 이장이 “올 설에는 자식들에게 반찬이며 채소를 잔뜩 챙겨서 보낼 수 있겠다”며 활짝 웃었다.



“명절 때 자식들이 오면 뭐라도 챙겨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잖아요. 작년 설만 해도 비료포대로 썰매를 만들어 짐을 끌고 언 강을 건넜어요.”



사실 막지리·오대리 주민에게 마을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아니다. 그들의 고향은 꽝꽝 언 저 강 아래에 있다. 1980년 대청댐이 생기면서 고향마을은 물에 잠겼다. 그리고 35년이 흘렀다. 올 설에는 두 마을이 오랜만에 시끌벅적할 것 같다.



글=이석희·백종현 기자 seri1997@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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