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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예술가의 상상력 … 하청 봉제공장 골목을 ‘메이드 인 창신동’으로

홍성재(32·오른쪽)·신윤예(30) ‘000간’ 공동대표가 창신동 봉제사들과 함께 만든 각종 의류 앞에서 웃고 있다. 명문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이들은 “창신동 골목의 봉제 노하우에 상상력·아이디어를 얹은 것일 뿐”이라며 “골목을 바꿔 나가는 진짜 주인공은 봉제사분들”이라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2012년 봄, 서울 창신동 봉제공장 골목에 젊은 남녀 예술가 두 명이 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공장을 찾아다니며 “버려지는 옷감이 없는 옷을 함께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자투리 옷감을 줄이는 데 신경을 쓰면 옷 만들기가 힘들어진다. ‘문전박대’ 당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진정 어린 호소에 수십 년 경력의 봉제사들이 마음을 열고 이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그해 8월 첫 작품이 나왔다. ‘제로 웨이스트 셔츠’. 30% 정도 나오던 자투리 천을 5% 이하로 줄인 친환경 의류다. 수십 년간 동대문 의류시장의 단순 하청에 머물렀던 봉제공장 골목이 ‘메이드 인 창신동’이라는 브랜드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메뚜기 쿠키를 세계 구호식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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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를 만든 주인공은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인 홍성재(32)·신윤예(30) ‘000간’ 공동대표. 이들이 창신동에 둥지를 튼 때는 2011년이다. 처음에는 회사 대표가 아닌 지역아동센터의 미술 교사 자격이었다. 그러다 골목에 널브러져 있던 자투리 천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천을 잘게 잘라 투명한 폴리우레탄 소재의 껍데기에 넣어 방석으로 만들어 팔았다. 판매 수익은 봉제사들과 나눴다. 쓰레기는 줄이면서 부가가치를 올린 셈이다.

 201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봉제사들과 함께 만든 셔츠·앞치마·에코백 등을 ‘메이드 인 창신동’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팔았다. 이후 봉제사들은 자기 브랜드를 내걸고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 대표 등은 상표 디자인과 홍보물을 만들어주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를 도왔다.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운영하는 ‘뭐든지’ 도서관. 동네 아이들은 책을 보거나 취미 활동을 하고 부모들이 모임을 갖기도 한다.

해외 직판 역발상, 명함 수출 500만 달러

홍씨 등이 제작한 창신동 마을투어 프로그램. 지도를 보고 걸으면서 MP3 플레이어로 창신동 곳곳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생활형 기업가 정신이 세상을 바꿔 나가고 있다.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는 이웃들이 바로 주인공이다. 여기서 기업가 정신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임채운 이사장은 “기업가 정신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라며 “열정과 도전 정신을 실천하는 누구나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가 정신의 목적은 단지 돈을 좇는 게 아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전북대에 다니는 김재학(27)씨는 세계 구호식품 시장을 거머쥐는 꿈을 꾸고 있다. 그의 아이템은 다름 아닌 메뚜기. 지난해 말 사업자 등록을 마쳤고 메뚜기 쿠키 시제품도 선보였다. 그는 재해 현장에서 봉사를 하면서 피해 주민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찾다가 메뚜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메뚜기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 구호식품으로 가치가 크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허무맹랑한 꿈이라며 시큰둥했다. 그러나 지금은 종교단체·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관심을 갖는다. 김씨는 “소외된 사람을 위해 시작한 일인 만큼 세계 구호식품 시장으로 수출길을 열겠다”고 다짐했다.

창신동 봉제공장을 알리는 홍보물. 온·오프라인 판매도 대행한다.
 창의적 사고로 기존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하는 일도 기업가 정신이다. 경기도 하남시 신장시장 ‘시루본떡’의 이종익(36) 대표는 백설기 위에 빨간 하트 모양 무늬를 얹은 ‘하트 백설기’ 등을 선보이며 평범한 떡을 히트 상품으로 바꿨다. 아이들한테 인기 있는 캐릭터로 장식한 떡 케이크도 개발했다. 이후 주변 떡 가게들이 이 대표의 가게를 벤치마킹하면서 신장시장 떡집 전체 매출이 올라가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경기도가 선정한 차세대 리더 청년상인에 뽑혔다.

고정관념 뒤집는 아이디어가 기업가 정신


봉제사들과 함께 만든 ‘앞치망토’. 앞치마와 망토로 활용할 수 있다. 창신동 어린이들이 직접 상품을 알리는 모델로 참여했다.
 약간만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그림이 그려진다. 생활소품·액세서리 제작업체 ‘고봉화제작소’의 제품 제작은 모두 김포의 아파트 단지에서 이뤄진다. 고봉화(37) 대표가 같은 동네에 사는 30~40대 전업주부를 직원으로 고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과 가정을 둘 다 지킬 수 있는 일자리는 없을까’ 고민하다 창업을 했다. 고 대표와 직원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낸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만 일한다. 그는 “집 근처에서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게 하니, 손재주가 뛰어난 여성 인력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고정관념을 뒤집는 것도 기업가 정신이다. ‘여수룬’ 김종박(55) 대표는 해외 직판용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명함·현수막·스티커 등을 팔아 지난해 5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그는 “레드오션 분야도 해외로 시야를 넓히면 얼마든지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뉴욕·런던=이상렬·고정애 특파원, 김영훈·함종선·손해용·김현예·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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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