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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한국인 피살률 14.7명 … 현지인 8.8명보다 많아

지난 9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케손시티의 한 카페에서 한국인 박모(45·여)씨가 강도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날 박씨는 커피를 사기 위해 휴대전화와 약간의 현금만 들고 카페를 찾았다. 박씨가 들어간 카페에는 오전 10시30분 강도가 든 상태였다. 강도는 종업원과 손님들을 화장실에 가둔 채 카페에 머물러 있었다. 박씨가 카페에 들어오자 강도는 총으로 위협하며 박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박씨는 빼앗긴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강도와 실랑이를 했고, 강도는 박씨에게 총을 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필리핀에 온 지 얼마 안 돼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박씨로선 강도가 실제 총을 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저항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리핀 내 한국인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만 4명이다. 2013년 13명, 2014년 10명 등 매년 10여 명의 한국인이 피살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필리핀의 한국인 대상 살인범죄 발생률(1년간 인구 10만 명당 살인사건 수)은 무려 14.72건이었다. 당시 필리핀에 체류하던 한국인 수(8만8000명)를 바탕으로 구한 수치다. 필리핀의 내국인 살인범죄 발생률(8.8건)보다 높다. 특히 중국(0.19건)·미국(0.095건) 등지에서 발생하는 한국인 살인사건 발생률의 100배가 넘거나 100배에 가깝다. 필리핀과 체류 한국인 수가 비슷한 베트남(8만6000명)에서는 2012~2013년 한국인 피살사건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동안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살인사건은 대부분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벌어졌다. 2010년 이후 관광을 목적으로 단기간 필리핀을 찾았다가 피살된 경우는 지난해 2월 숨진 허모(65)씨가 유일하다. 장준오 IOM이민정책연구원장은 “필리핀 내에선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필리핀 현지 동업자나 한국인 동업자 간 분쟁이 생겨 청부살인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대규모 청부살인 조직이 있어 200만원만 주면 사람을 죽이는 게 가능한 나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품을 노린 단순 강도, 납치에 연루돼 피살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14년 4월 납치된 지 한 달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여대생 이모(23)씨 등이 그 예다. 필리핀에서 치안영사를 지낸 박외병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필리핀인들은 한류 바람 등으로 한국인이 부유하다고 알고 있다”며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로 일하던 필리핀인들이 나쁜 기억을 안고 귀국해 한국인에 대한 현지 인식이 좋지 않은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와 경찰청은 필리핀 내에서 한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코리안 데스크(Korean Desk·한국과)’를 늘리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불법 총기 100만 정에 마약까지 쉽게 유통되고 있어 현지 치안조건이 좋지 않다”며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필리핀에서 범죄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조심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기 ▶혼자 택시 타지 않기 ▶강도를 당했을 때 저항하지 않기 등이 대표적이다. 외교부는 필리핀에 코리안 데스크를 한 명 더 파견하고 필리핀 경찰의 수사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적개발원조(ODA)를 늘리기로 했다. 

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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