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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11t트럭 6대 처리 … 대전 ‘택배 심장’ 매일 밤샘

지난 10일 밤 CJ대한통운 대전 허브터미널에는 180만여 개의 택배물량이 들어와 전국 곳곳으로 옮겨졌다. 택배 박스들이 축구장 10개 크기의 터미널에 쌓여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명절은 택배 업체엔 전쟁이나 다름없다. 설 연휴를 앞두고 수백만 개의 선물 꾸러미가 국토를 종단·횡단하며 배달된다. 그 많은 택배 박스가 어떻게 한 치의 오차 없이 현관문까지 배달되는 것일까. 본지 취재진이 CJ대한통운의 협조를 얻어 택배 배달 과정을 1박2일간 동행 취재했다.
 # 대전 고객센터

 10일 오전 대전시 읍내동 고객센터. 전국의 택배 신청이 이곳으로 모인다. 서울에도 고객센터가 있지만 대전으로 접수되는 물량이 더 많다. 24시간 만에 전국 구석구석으로 배달되는 택배의 여정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대전 고객센터에는 직원 165명이 일한다. 설을 앞둔 요즘 직원들은 하루 1만7000여 통의 전화를 받는다. 1인당 100통 이상이다.

 고객센터에 들어서니 곳곳에서 같은 말이 반복적으로 들린다. 마치 기계음을 틀어놓은 듯…. “죄송합니다. 고객님….” 배송 지연을 항의하는 고객에게 응대하는 목소리다. 경력 7년 차인 오현진(29) 민원실장이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욕먹는 건 기본이죠. 물건 받을 때까지 퇴근하지 말고 전화로 보고하라는 분도 있고, 집에 찾아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는 분도 있었죠. 심지어 ‘빨리 배달하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한 분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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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 허브터미널

허브터미널을 취재한 본지 윤정민 기자가 박스를 옮기며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고객센터에 접수된 택배는 대전 문평동 허브터미널로 모인다. 허브터미널은 택배물류의 심장부다. 넓이 6만9251㎡(축구장 약 10개 규모)에 1000여 명의 직원이 매일 밤을 새운다. 허브터미널엔 길이가 10m에 달하는 11t 트럭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었다. 물건 하차 담당 직원들이 먼저 도착한 트럭 안으로 들어간다. 기다란 트럭 적재함 속은 탄광처럼 어둡고 조용하다. 직원들은 LED 전등에 의지해 트럭을 가득 채운 박스들을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 놓는다. 1초에 1개씩, 트럭은 쉴 틈 없이 박스를 토해낸다.

 “하룻밤에 두 명이 트럭 10~12대 분량을 내려요. 한 대당 2000~3000개 정도가 실려있죠. 정말 쉴 틈이 없어요.” 6년 차 직원 김모(31)씨의 말이다. 내려진 택배 물건들은 1분에 60m를 이동하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지역별로 분류된다.

 우우우우웅, 철컥-. 벨트를 따라 이동한 박스들이 아래쪽 벨트로 미끄러지는 소리가 터미널을 채운다. 시·도별 대분류는 바코드를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중·소분류는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분류 담당 직원들은 벨트 주변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박스만 노려본다. 분류코드를 일일이 확인해 물건을 나눠야 한다.

 올해는 저렴한 선물세트들이 주로 눈에 띈다. 쇠고기나 과일처럼 보자기로 포장된 고가의 선물들은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허브터미널 직원들은 택배물량을 통해 ‘체감 경기’를 가늠한다. 경기가 어려울 땐 물량 자체가 확 줄어든다.

 분류를 마친 택배물건들은 210여 곳의 지역 서브터미널로 이동한다. 이날 밤 CJ대한통운의 5개 허브터미널에는 모두 400만여 개에 달하는 택배 물량이 모였고 그중 180만여 개가 대전 허브터미널을 거쳐 갔다.

 # 서울 고척동 배달 현장

 왈왈, 그르르르-. 지난 9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의 한 주택. 현관문이 열리며 어른 몸통만 한 개가 문틈 사이로 뛰쳐나와 달려들었다. 고척2동을 담당하는 박종광(45) 택배기사는 배송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개에 물려 하루를 날릴 뻔했다. 가까스로 몸을 피한 박 기사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배달하다 보면 자주 있는 일이에요. 기사들, 개에 물린 기억 한 번씩은 다 있을 겁니다.”

 박 기사는 오전 7시부터 구로 서브터미널에 도착한 물건들을 1t 트럭에 옮겨 싣고 배달에 나섰다. 차에서 내리면 곧장 달리기 시작한다. 계단은 무조건 2~3칸씩 오른다. 배달을 시작하고 10분 만에 8개를 전달했다. 아무리 서둘러도 시간은 부족하다. 오후 2시쯤엔 함박눈까지 쏟아졌다. “내일은 죽는 거죠. 눈이 쌓이면 트럭이 언덕으로 못 올라가거든요. 일일이 걸어서 배송해야 돼요.” 박 기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끄러운 길을 위태롭게 뛰어가며 배송은 계속됐다. “그래도 김장철보다는 낫죠. 한 번은 김치 4박스, 고구마 4박스, 생수 3통을 한 번에 나르다 다리가 풀려서….”

윤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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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