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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직의 바둑 산책] 김지석 vs 박정환 … 누가 이겨도 한국 바둑 웃는다

김지석 9단(오른쪽)이 11일 열린 제19회 LG배 기왕전 결승 2국에서 박정환 9단과 대국 후 복기하고 있다. 우승을 가리는 3국은 12일 열린다. [사진 한국기원]

김지석(26) 9단이 달라졌다. 탄탄한 뒷심이 붙었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일이다. 한국 바둑 랭킹 2위 김지석이 랭킹 1위 박정환(22) 9단과 두 번째 세계대회 우승을 놓고 다투고 있다.

 제19회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 1, 2국이 지난 9, 11일 강원도 강릉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에서 열렸다. 김 9단은 1국을 박 9단에게 내줬지만 2국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최종 우승자는 오늘 가려진다.

 전문가들은 김 9단의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다. 역대 전적에서 김 9단은 박 9단에게 5승16패로 크게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한 김 9단은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1국도 아쉬웠지만 2국은 판을 크게 흔들어 국면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예전 같으면 넘기 힘든 상황이었다. 김 9단은 그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승부욕 부족을 말끔히 씻어냈다.

 세계대회 결승에서 한국기사끼리 맞붙은 것은 2009년 7월 이창호(40) 9단과 강동윤(26) 9단의 제22회 후지쓰배 결승 이후 5년4개월 만이다. 누가 LG배를 가져가도 세계대회 2회 우승은 한국의 몫이다. 지난 3~4년 어느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기록이다. 그만큼 세계 정상급 기사의 실력이 평준화됐다는 의미다.

 ◆한국기사의 약진=중국은 2013년 제5기 응씨배 우승자 판팅위(範廷鈺·19) 9단 등 세계대회 우승자가 7명이나 되지만 지난 3~4년 모두 1회 우승에 그쳤다. 프로바둑에서는 뒷심이 중요하다. 1회 우승으론 정상을 다질 수 없다. 조로하는 경향도 보인다. 중국 바둑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대목이다.

 양재호(52·9단)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박 9단과 김 9단, 누가 우승해도 한국 바둑계의 활기를 북돋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지난해 김지석의 삼성화재배 우승과 이번 LG배 우승의 가치를 높이 보고 있다.

 최근 세계대회는 한·중 바둑의 최종 대결장이다. 매년 4~5개의 세계대회가 열린다. 삼성화재배와 LG배·농심신라면배가 매년 열리고, 춘란배·백합배·백령배는 격년제로 진행된다. 다소 규모가 작은 국제대회로 TV바둑아시아·한중천원전·봉황고성배·주강배 등 10개 정도 있다. 물론 중심은 상금이 큰 세계대회다. 최고수들이 힘을 다한다. 실력과 기세의 바로미터다.

 한국 바둑은 2013년 여섯 차례 세계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하향세가 뚜렷했다. 하지만 판세가 뒤집어졌다. 기사층도 두터워졌다. 최규병(52) 9단은 “25세에 세계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김지석과 지난해 구리(32) 9단과의 10번기에서 승리한 이세돌(32) 9단은 바둑이 10대들의 잔치가 아니라는 것을 선언했다”고 평했다.

 반면 중국 바둑은 판팅위가 응씨배를, 미위팅(<7F8B>昱廷·19)이 몽백합배를, 커제(柯<6D01>·18)가 백령배를, 양딩신(楊鼎新·17)이 리광배를 우승한 데서 알 수 있듯이 10대가 이끌고 있다. 랭킹 1위 스웨(時越·24)는 지난해 세계대회 활약이 미약했고 자국 기전에서도 성적을 얻지 못했다. 압도할 만한 기사가 없는 상황이라 내부혁신이 미흡한 상태다.

 한국 의 전망은 밝다. 지난해 한국 랭킹 1~5위가 중국 기사에게 거둔 통합 승률은 71.4%(95승38패)다. 박정환은 76.3%(29승9패), 김지석은 72.7%(24승9패), 랭킹 3위 이세돌은 66.6%(20승10패), 랭킹 4위 강동윤은 69.5%(16승7패), 랭킹 5위 박영훈(30)은 75%(9승3패)를 기록했다.

 ◆국가대표도 개편=바둑계는 지난해의 상승 기조를 이어나갈 태세다. 한국기원은 이달 국가대표팀을 정비했다. 목진석(35) 9단이 전력분석관을 새로 맡았으며, 대표선수도 일부 교체했다. 한국바둑리그에서도 매 라운드 다섯 국 중에서 장고바둑의 비중을 세 대국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장고바둑은 속기에 비해 실력 향상에 바람직하다.

 한편 제19회 LG배는 본선과 결승전의 점심시간을 없앴다. 공정한 경기를 위해 제한시간 내에서 간식을 먹도록 했다. 상금 총규모는 13억원.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은 1억원이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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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