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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끼’ 가득한 우리 민족 … 댄스스포츠로 세계 홀려요


한 시간 남짓의 인터뷰 시간은 마치 경쾌한 스텝을 밟는 듯했다.

 - 어떻게 해야 그렇게 춤을 잘 춰요?

 “연습을 무지 많이 하면 돼요.”

 - 댄스스포츠가 왜 좋아요?

 “본인 생각은 어때요?”

 - 춤 추는 모습이 멋지고, 살도 빠지고…

 “그 모든 게 좋은 이유예요.”

기자와 취재원 간 우문현답의 스텝이 이어졌다. “이미 엄마 뱃속에서부터 춤을 추기 시작했다”는 허풍에도 상대방을 수긍하게 만드는 ‘모태 춤꾼’. 댄스스포츠 전 국가대표 선수인 박지우(35)씨 얘기다. 선수 시절 동양인 최초로 댄스스포츠 랭킹 6위 자리까지 올랐던 박씨는 3년 전 은퇴한 이후 국내에 댄스스포츠를 알리는데 전념하고 있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 ‘댄싱9’, ‘댄싱 위드 더 스타’ 등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치른 그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오는 1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리는 ‘2015 코리아 오픈 국제 댄스스포츠 선수권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대회 하루 전인 14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2년간 사귄 연인과 백년가약을 맺는다.

박지우씨가 현역 시절이던 2004년 세계 대회에서 파소도블레를 추고 있다. [사진 박지우 댄스 스튜디오]
 - 국제 선수권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건가.

 “2013년부터 3년째 내가 총대를 멨다. 세계댄스평의회(WDC)에서 직접 세계대회 승인권을 따와 진행해 왔다. 올해는 1500커플의 댄스스포츠 팀들이 참석한다. 80%는 영국·독일·러시아 등에서 오는 외국 선수들이다. 전세계 선수들이 펼치는 별들의 전쟁이랄까. 댄스스포츠 종주국인 영국에 가지 않는 이상 절대 볼 수 없는 대회다. 10월에는 이 대회에서 경쟁을 펼친 커플 1~6위를 불러 갈라쇼도 한다. ”

 - 결혼 준비할 시간은 있나.

 “정말 정신없긴 한데 결혼이란 게 결국 신랑 입장하고, 신부 입장하면 끝 아닌가.(웃음) 다음 날 열릴 대회 장소에 카펫 하나 깔아놨다. ”

 ‘무엇이 계기가 돼 춤을 추게 되었느냐’는 질문은 할 수 없었다. 그의 부모인 박효 전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감독과 김숙희 서울시 댄스스포츠 경기연맹 회장은 국내 댄스스포츠 1세대다. 누나 박지은 씨도 댄스스포츠 선수 출신이다. 어렸을 적부터 댄스스포츠는 박씨의 일상이었다. 단 1초도 다른 일을 하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 방송을 통해 ‘댄스스포츠 알리기’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도회장에서 이성 꼬시는 춤’이라는 음흉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제 운동의 한 종목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탱고·차차차·룸바·왈츠 등 종류도 많이들 아신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댄스스포츠의 뿌리는 서양에서부터 시작됐지만, 한국의 색깔을 입힌 댄스스포츠 콘텐트를 재창조하는 것이 내 목표다.”

 - 그게 가능한가.

 “한민족은 춤을 굉장히 잘 추는 민족이다. 한국 무용만 봐도 ‘겉’에 치중하기보다 ‘안’으로 춤을 춘다. 심장으로 춤을 춘다고 해야 하나.”

 - 무슨 말인가.

 “나만 해도 춤을 출 때 돌아버린다. 그 순간에 온전히 홀린 채 춤을 춘다. ‘스텝이 꼬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은 날려 버린다. 그러면 보는 사람도 홀린다.”

 춤 하나 때문에 영국에서 17년간 홀로 생활했다. 무시당하지 않으려 더 악을 쓰고 연습했다. 외로웠다. 3년 전 은퇴를 결심했을 때도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워서였다. “세계 랭킹 6위면 할 만큼 했죠 뭐. 사실 엄청 대단한 건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웃음)” 그때보다 댄스스포츠가 대중화된 것이 내심 뿌듯하지만 이를 이어갈 역량 있는 후배는 아직 찾지 못했다. “아직도, 아직까지도 내가 지금까지 이뤄놓은 걸 물려줄 만큼 믿음직한 후배가 없어요.” 냉정한 댄스 마스터의 진단이다. 그가 밟을 스텝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글=홍상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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