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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고 부드럽게 꽃사슴이 살아났다

황연주가 부활했다. 서브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훈련 기구 사이에 선 황연주는 “배구는 할수록 모르겠다.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용인=신인섭 기자]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라이트 황연주(29·1m77㎝)는 다 가진 선수였다. 우승컵을 네 번이나 들어올렸고, 2011년엔 정규리그·올스타전·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상도 휩쓸었다. 대표팀 선발도 1순위였다. ‘꽃사슴’이라고 불릴 만큼 외모도 뛰어나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2007년 무릎 수술을 받은 데다, 2012년 손가락 부상까지 당한 이후 위력이 뚝 떨어졌다. 에이스 황연주가 흔들리면서 포스트시즌 단골이었던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6개팀 중 5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동료들이 금메달을 따는 장면도 TV를 통해 지켜봐야 했다.

 지난 10일 경기도 용인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만난 황연주는 “이렇게 배구인생이 끝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암담한 처지에 몰리다보니 반드시 재기하겠다는 절실한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내실있는 플레이로 돌아왔다. 공격 순위는 10위 밖에 있지만 외국인 선수 폴리(25·1m97㎝)가 힘이 떨어진 시즌 후반 잠재된 공격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지난 1월 V리그 여자부 최초로 4000득점을 기록했다.

 - 오랜 정체기를 끝내고 다시 살아났다.

 “내가 잘했던 후위공격은 점프를 더 높이 하고 멀리 날아가면서 공을 쳐야 해 부상 위험이 늘 있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부진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번 시즌은 참 절실했다. 양철호 감독님이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셨다. 또 무조건 공격적으로 가지 않고 강약을 적절히 섞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 우리 나이로 서른인데도 미모가 여전하다.

 “예전과 많이 다르다. 피부가 푸석푸석해졌다. 다른 선수들은 경기 때 립스틱도 바르는데 나는 워낙 외모 가꾸는 것에 신경을 안 써서 선크림도 안 바른다. 평소엔 치마도 잘 안 입는다. 머리 스타일도 신경 안 쓴다. 머리칼이 날리면 공이 안 보이고 플레이에 지장을 줄 수 있어서 단발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 건어물녀(능력은 있지만 퇴근 후 맥주와 오징어 등을 먹으면서 연애에 관심없는 여성) 같다.

 “오로지 배구만 생각한다. 휴가 땐 그냥 집에 가서 쉰다. 특별한 취미도 없다. TV를 자주 틀어놓는데 주로 스포츠 채널이다. 여름엔 야구를 틀고, 겨울엔 배구나 농구를 본다. 배구 외에 다른 스포츠는 해본 적은 없지만 경기 규칙은 제법 안다. 숙소에 노래방이 있는데 나는 주로 듣는 쪽이다. 후배들이 워낙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서 마이크 잡을 새가 없기도 하다.”

 - 결혼 생각도 아직 없나.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결혼해서 출산하고 뛰는 선배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나는 거침없는 동작을 많이 하는 라이트라서 출산 후 뛰기는 어려울 것 같다. 포지션 변경을 해서 선수 생활을 연장하는 건 더 어렵다. 왼손잡이라서 다른 자리에서 공격하는 게 쉽지 않다. 은퇴 후에 지도자를 많이 하는데 난 남을 가르치는데 소질이 없다.”

 - 많이 초연해진 모습이다. 목표는 무엇인가.

 “어릴 때는 욕심이 많았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다.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현재 닥친 것만 생각한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리그 우승이다. 다시 대표팀 선발 이야기도 나오는데 난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다. 뽑아주면 당연히 열심히 하고, 안되면 팀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용인=박소영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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