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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뉴스 인 뉴스 <262> 대한민국 부장으로 산다는 건

신입사원 눈에 ‘부장님’은 한없이 높고, 힘센 사람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미디어에선 그들을 때론 악당처럼, 또는 수퍼맨처럼 그리지요. 하지만 그들 역시 누군가의 아들이고 남편이며 아버지이자 친구입니다. 대·중견·중소기업 부장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189명의 부장이 답을 했고요. ‘부장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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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에 등장하는 마 부장은 여자 신입사원을 성희롱하고, 후임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다. 성과를 내기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사내 라인’에 집착하는 ‘최악의 상사’로 그려진다.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렛잇비’라는 코너에 나오는 이 부장 역시 야근과 회식을 강요하고, 후임들 위에 군림하는 캐릭터다.

 우리 시대 ‘진짜 부장의 모습’은 어떨까.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대·중견·중소기업과 공기업 부장들을 설문조사했다. 조사는 1월 26~30일 닷새간 대·중견·중소·공기업 부장급 300여 명을 상대로 e메일을 보내고 회수하는 방식으로 했다. 설문지는 기초조사(4개 문항), 회사생활(14개 문항), 라이프스타일(8개 문항), 경제생활(10개 문항), 사회 인식 및 정치관(11개 문항)으로 구성했다. 마감 시한까지 189명이 응답했다.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만 44.8세. 남성이 87.8%(166명), 여성이 12.2%(23명)였다. 대기업 소속은 119명(63%), 중견·중소기업은 59명(31.2%), 공기업은 11명(5.8%)였다. 부장 경력은 평균 3.8년이었다.

 우리 시대 부장들은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기업의 심장’ ‘전쟁터의 장수’ ‘부서의 가장’ ‘플레잉 코치’로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동네북’ ‘위아래로 낀 샌드위치’ ‘샌드백’으로 여겼다. 부장을 ‘벼랑에 선 외로운 사람’ ‘방전 직전의 배터리’ ‘액받이 무녀’ ‘완전체이길 요구받는 불완전체’라고 정의한 응답자들도 있었다.

 ‘실무를 하는 마지막 월급쟁이’인 부장들은 동기들을 꺾고 그 자리에 올랐고, 더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임원을 바라볼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간한 ‘2014년 승진·승급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부장으로 승진하는 데 평균 17.9년이 걸린다. 신입 1000명 중 24명만이 부장을 달 수 있다. 부장이 임원이 되려면 대기업은 4.7년, 중소기업은 4년이 걸린다. 부장 10명 중 7명은 임원 승진 경쟁에서 탈락한다.

‘저녁이 있는 삶’은 남의 얘기

 ‘저녁이 있는 삶’, 대다수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는 사치스러운 소리다. 야근을 당연시하는 문화와 살인적인 업무 강도, 치열한 경쟁 탓에 저녁 시간은 고스란히 업무에 헌납해야 하는 실정이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85명(45%)은 ‘주 2~3회’ 야근한다고 답했다. ‘주 4~5회’라고 응답한 사람도 36명(19.1%)이나 됐다. 응답자의 82.5%가 주 1~4회 저녁 술자리를 갖는다고 답한 점을 감안하면, 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부장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회사 생활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야근·주말출근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릴 때’(11.64%)였다.

 부장들은 직장 내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 생활이 ‘가끔 외롭다’고 답한 응답자는 86명(45.50%)이었고, ‘보통이다’ 67명(35.45%), ‘자주 외롭다’ 21명(11.11%), ‘매우 외롭다’ 2명(1.06%) 등 부장 대다수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을 느낀 적이 없다’는 응답은 13명(6.88%)에 불과했다.

 부장들이 느끼는 고독감은 극심한 경쟁과 중간관리자로서의 소통 문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임원 승진을 위한 경쟁, 구조조정 등에 따른 불안감, 가정에서의 좁아진 입지, 고령화 시대에 따른 막막한 감정이 외로움의 원인”이라며 “특히 사내에서 어른(임원)과 젊은이(부하직원)들 사이에서 소통의 책임을 지는 역할을 하다 보니 고통이 배가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회사 생활 중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때로 ‘임원(상사)에서 질책을 받을 때’(38명, 20.11%), ‘부하 직원이나 상사에게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27명, 14.29%) 등 인간 관계와 더불어, ‘스스로 업무 능력에 한계를 느낄 때’(64명, 33.86%) 등 승진과 관련한 내용의 응답이 많았다.

"후배에겐 입 닫고 상사에겐 주말 헌납"

 부서원들과 회식은 ‘월 1회 이하’ 93명(49.21%), ‘월 2~3회’ 78명(41.27%) 등으로 90% 이상이 월 3회 이하에 그쳤다. 부하 직원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한다는 의견이 앞섰으나, 불만도 적지 않았다. ‘부서원들에 대한 업무 만족’에 대해 ‘대체로 만족’ 149명(78.84%), ‘매우 만족’ 13명(6.88%) 등 긍정적인 답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부서원들 중 (자신에게 권한이 있다면) 자르고 싶은 사람이 있나?’ 질문에서는 ‘있다’고 답한 사람이 66명(34.92%)이나 됐다. 한 응답자는 “부장이 되면 후배들에게는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하고, 상급자에게는 전화와 주말을 헌납해야 한다”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간관계로 생기는 스트레스는 결국 사람으로 풀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곽금주 교수는 “외롭고 힘들 때 대화를 닫기 시작하면 자신만 더욱 다칠 수 있으니 뒷담화라도, 남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취미나 공부 등 인생의 큰 지도를 그리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장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봤다. ‘자신이 임원이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10~50%’라고 응답한 부장이 93명(49.21%)로 다수였고, ‘가능성 없다’고 답한 이도 19명(10.05%)이나 됐다. 임원 승진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점친 사람은 67명(35.45%), ‘100%’라고 답한 경우는 10명(5.29%)에 불과했다. ‘임원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에 대해선 ‘업무성과’가 79명(41.80%)으로 가장 많았고, ‘리더십’ 57명(30.16%), ‘사내인맥’ 26명(13.76%), ‘운’ 13명(6.88%), ‘친화력’ 9명(4.76%) 순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오너와의 관계’, ‘사내 평판’, ‘대내외 네트워크’ 등이 눈에 띄었다.

 팍팍한 회사생활에도 부장들은 현재의 직분에는 대부분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무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대체로 만족’이 143명(75.66%)로 가장 많았고, ‘매우 만족’은 22명(11.64%)이었다. ‘대체로 불만족’ 23명(12.17%), ‘매우 불만족’ 1명(0.53%) 등 부정적인 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주일 평균 음주 횟수는 ‘3~4일’

 부장들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주로 어떻게 푸느냐’는 질문에 운동(54명), 가족과의 시간(54명), 술·담배(52명) 등이라 답했다. ‘부장이 된 후 탈모나 체중 변화, 건강 악화를 경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113명(59.79%)이 ‘그렇다’고 답했다. 건강관리를 위해 주로 하는 운동을 묻는 질문에 74명(39.15%)이 ‘걷기’라고 답했다. ‘피트니스(39명)’, ‘골프(30명)’가 뒤를 이었다. 일주일 간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1~2시간’이 68명(35.98%), ‘3~4시간’ 65명(34.39%) 순으로 답했다. 일주일 간 평균 음주 횟수를 묻는 질문에 ‘3~4일’이 85명(44.97%)으로 가장 많았고, ‘1~2회’가 71명(37.57%)로 뒤를 이었다.

 부장급 중간 관리자들의 평균 연봉을 어느 정도일까. 응답자 대부분(69.3%)은 본인이 받는 연봉을 포함해 사내 부장급 중간관리자의 평균 연봉이 대략 7000만~1억원 선이라 답했다. 여기서 연봉은 실수령액이 아니라 회사가 개인에게 제시하는 세전 모든 비용의 총합이다. 연봉이 1억원 이상인 억대 연봉자(16.4%)도 예상보다 많았다.

 자가를 보유한 이들이 많았다. 본인 명의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78%나 됐다. 직장과의 거리나 자녀 교육 등 기타 사유로 전세 혹은 월세를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타지에 자기 명의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22.3%)을 포함한 수치다. 굳이 본인 명의가 아니더라도 배우자 등 가족 명의의 집을 보유한 응답자(4.7%)의 수까지 더하면 10명 중 8명 이상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내 집 마련에 성공했더라도 응답자의 절반 정도는 주택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주택담보대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 53.4%가 대출을 받았다고 답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 중 절반 정도는 대출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부담을 크게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이 24.8%, ‘다소 부담을 느낀다’는 이는 36.6%다.

 부장들은 돈을 어디에 많이 쓸까. 수입의 4분의 1이라는 막대한 금액(24%)을 지출하는 곳은 자녀 교육비였다. 정작 본인에게 투자하는 돈은 적었다. 문화생활비(9.7%)·자기계발비(4.7%) 등 본인에게 투자한다는 금액의 비율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미래보다는 자녀의 미래를 준비하는 대한민국 부장들은 노후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들은 노후 대비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어 ‘비록 충분하지는 않지만 노후 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다수(65.6%)였다. 하지만 ‘노후 대비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30.7%로 꽤 많은 편이었다. 은퇴 후에는 자영업을 하겠다는 응답자가 27.5%로 가장 많았고, 재취업(23.8%)이나 귀농(11.1%)·학업(4.2%) 등 고민도 다양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수행능력에 낙제점

 부장들 중 절반 이상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중도’라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수행 능력에 대해선 낙제점을 줬다. 부장들이 평가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수행 평균 점수는 ‘D’다. 간신히 낙제는 면했지만, 다섯 명 중 한 명은 최하 점수인 ‘F’로 평가했다. ‘B’ 이상의 점수를 준 부장은 전체의 7%에 불과하다.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에는 57.1%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했다.

 팍팍한 생활에 이민을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58.2%가 ‘이민을 고려한 적 있다’고 답했다. 부장들 대부분(80%)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별로 공정하지 않다고 답한 이가 65.1%, ‘전혀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 사람은 14.8%다.

대한민국 부장도 ‘미생’입니다

 부장들은 스스로를 어떤 단어로 표현할까? 부장들에게 ‘대한민국에서 부장은 ( )다’란 문장의 빈칸을 채워달라 부탁했다. 각양각색의 답이 나왔다. 위로는 임원의, 아래로는 부하 직원의 눈치를 보며 하루를 살아가는 부장들의 모습이 투영됐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조직까지 이끌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도 묻어났다. 이와 달리 일부는 권한 없이 책임에만 내몰리는 ‘계륵’이라는 단어로 부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응답자 8명이 ‘부장은 미생(未生)이다’고 답했다. 임원이 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삶을 준비해야 하는 부장의 삶을 미생으로 표현한 것이다.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는 이도 적지 않다. ‘작은 사장’ ‘부서의 CEO’라 답했다.


이코노미스트 김태윤·김유경·문희철·장원석·박성민·함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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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