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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2포기 훔치며 폭행 징역3년6월 … ‘장발장법’ 62년 방치

학교보건법 제7조는 학교장이 학부모 동의 없이 학생 정신건강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2년 2월 당시 새누리당 박보환 의원 등이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서 개정안을 발의한 지 3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이 조항에 대해 “미성년자인 자녀들의 정신병 검사를 학부모 동의 없이 강제로 한다는 것은 해당 학생과 학부모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특수교육법이 학생의 장애가 의심될 경우 학부모의 사전 동의를 받아 교육감에 진단을 의뢰하게 한 것과도 정면으로 어긋난다. 국회가 법안 발의단계부터 위헌성 등을 졸속 심사한 대표적 사례다.



벌금형 없이 실형만 … 과도한 처벌
부모 동의 없이 학생 정신병 검사
기본권 침해 법안 3주 만에 통과
의원입법 절차 간단해 졸속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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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령이나 관계부처 고시 등 하위 법규로 떠넘긴 ‘위임 입법’이 많다는 것도 졸속 입법의 문제점이다. 올해 1월 시행하는 소상공인지원법은 2조원대 기금을 지원받는 대상인 소상공인 자격 확인절차를 시행령도 아닌 중소기업청장 고시로 위임했다. ‘중소기업청장이 지정하는 업종은 벤처기업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는 벤처기업육성법 역시 포괄위임입법을 금지한다는 원칙에 위반된다.



 법제연구원이 2012~2014년 ‘법령의 헌법합치성 정비방안 연구’ 결과 발견된 위헌적 조항(447건) 가운데 헌법이 반드시 법률에서 규정하도록 한 원칙(법률유보의 원칙)을 어긴 조항은 138개(30.9%)에 달했다. 법률에서 위임할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아 ‘포괄위임입법 금지’ 원칙을 위반한 조항도 88건(19.7%)이었다. 결국 위헌 조항 절반이 입법자(국회)의 책임 방기 속에 만들어진 것이다.



 형법 조항들은 60여 년 전 가난한 농경사회였던 시절 제정된 뒤 한 번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 그 결과 ‘억울한 장발장’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형법 제331조(특수절도), 337조(강도상해)다. 지난해 7월 최모씨는 경기도 화성에서 가게 출입문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현금 1만원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기소돼 올해 초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법 331조의 특수절도는 벌금형이 없어 징역형만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만원을 훔친 범죄에 비해 형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모씨는 2010년 전남 보성군의 한 배추밭에서 배추 2포기를 뽑다 마을주민에게 들켰다. 이후 도망치는 과정에서 주변에 나뭇가지로 자신을 붙잡고 있는 마을주민을 수회 때린 혐의(강도상해)로 기소돼 징역 3년6월에 처해졌다. 죄질이 무겁지는 않지만 강도상해죄의 법정형이 7년 이상의 징역이라 법관이 감경을 해도 절반 이하로 낮출수가 없기 때문이다. 징역 3년 6월이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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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제연구원은 또 “형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 같은 범죄를 형량만 다르게 규정함에 따라 자의적인 기소로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형법의 상습절도죄는 ‘벌금 1500만원 이하 또는 징역 9년 이하’지만 특가법의 상습절도죄는 ‘3년 이상 무기형’으로 형량이 훨씬 높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1953년 제정 이래 정비가 제대로 안 된 형법 체계를 시대 변화에 맞게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분야별로 기업·세제·복지·교육 등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법률들에서 위헌적 조항이 260여 건이나 발견됐다. 대부분 국회의 부실한 심의가 원인이었다. 전문가들은 부실 심의의 근본적 원인으로 의원입법 남발을 꼽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14대 국회(92~96년) 4년 동안 통과된 법률 중 의원입법은 119건(18%)에 불과했지만 19대 국회 3년 동안 통과된 법률 중 84.8%(1463건)가 의원입법이었다. 14배로 늘어난 것이다.



 올해 ‘세금폭탄’ 사태를 빚은 연말정산 관련 소득세법 개정의 경우 위헌성 시비와는 관련이 없으나 대표적인 부실 심의로 꼽히고 있다. 2014년 1월 국회 통과에 앞서 기획재정위 전문위원이 “연금저축·퇴직연금 가입자는 최대 104만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고 지적했지만 심의 과정에서 무시됐다. 2013년 12월 24일 국회 기재위 법안소위에선 소득계층별 세부담 증가를 시뮬레이션한 표 한 장 없이 심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법인 세종의 변희찬 변호사는 “국민 부담과 직결된 세법 심사의 경우 국회가 정확한 시뮬레이션 자료를 갖고 충분히 검토를 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정부 부처에서 관계부처·법제처 심의, 입법예고 등 사전 절차를 생략하기 위해 의원 이름을 빌리는 ‘차명입법’도 대폭 늘었다.



 이익단체의 불법 로비도 늘어나는 추세다. 2009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청원경찰법 개정 로비에 여야 의원 6명이 연루돼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SAC) 입법로비 사건의 경우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재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김백기·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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