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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호남선 KTX, 반길 수만 없는 이유

[일러스트=신재민 기자


윤석만
사회부문 기자
지난 5일 오후 11시 국토교통부는 호남고속철도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호남선 KTX는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는다’였다. 이튿날 ‘호남선 사수’를 외쳐온 호남 지역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들의 주장대로 ‘서대전역 경유 반대’가 실현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며칠도 안 돼 호남 지역 여론에선 냉기가 돈다. 호남선 KTX를 이용할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무엇이 나아졌는지 차분히 따져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당초 코레일은 기존 호남선(주말 기준 62편)을 82편으로 늘리고 4월 개통 예정인 신선(新線·오송~공주~익산)으로 64편, 서대전역 경유 기존 선으로 18편을 운영하겠다는 초안을 내놨다. 국토부가 한밤중 발표한 최종안은 신선 68편과 서대전역 경유 18편으로 편성돼 있어 코레일의 초안과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서대전역 경유 노선은 익산까지만 운행키로 해 대전~호남 이용 승객들은 익산에서 환승하거나 일반 열차를 이용하는 불편이 생겼다. 광주광역시민 입장에서도 지역 정치권이 ‘서대전역 경유’ 반대에만 치중하다 보니 놓친 게 더 많다. KTX가 ‘광주역’으로 지나가게 해달라는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광주역에서 차로 30분 거리 떨어진 광주송정역을 통과할 뿐이다. 결국 표면적으론 호남의 주장이 관철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시민 입장에선 실익은 없고 편의가 개선되지도 않았다. 결국 호남 지역 입장에서 얻은 건 ‘호남선 KTX는 서대전역을 지나가지 않는다’는 명분뿐이며, 잃은 건 시민들의 편의다.



 현재처럼 오송에서 서대전을 거쳐 익산으로 달리는 기존 호남선 KTX도 어이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서울 용산에서 출발해 서대전역까지는 고속철도 전용선으로 오다가 이후 익산까지 일반 철도로 가는 KTX는 앞으로 뭐라고 명명될지 궁금하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존 호남선을 더 이상 호남선이라 부르지 못하니 익산행 열차나 구호남선 등으로 명칭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충남·대전과 호남 사이에 끼어 둘을 아우를 수 있는 묘안을 짜느라 매우 고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을인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예산 편성과 법률 제정 권한 등을 쥐고 있는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국토부의 심경은 물론 이해한다.



 하지만 호남선의 정의를 살짝 바꿔 호남엔 이득을 준 것처럼 포장한 국토부의 방안은 ‘조삼모사(朝三暮四)’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이번 방안을 두고 두 지역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를 아우른 기막힌 묘책이라고 자평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민과 승객은 이번 일로 조삼모사 당했다.



윤석만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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