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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1조1000억 달러가 중국서 빠져나갈 수 있다

강남규
국제경제팀 차장
중국이 돈의 물꼬를 더 열었다. 지난주 중국인민은행(PBOC)이 전격적으로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렸다. PBOC가 신용(부채) 거품을 우려해 망설이던 조치다. 제조업 경기 흐름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양적 완화(QE)에 대응할 필요도 있었던 듯하다.



 이유가 무엇이든 중국이 빚을 통한 성장 엔진을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아주 익숙한 전략이다. 중국은 2007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국내총생산(GDP)을 7조 달러(약 7700조원) 정도늘렸다. 그 사이 공공·민간의 빚은 21조 달러 불어났다. 얼추 GDP 1달러를 증가시키기 위해 빚 3달러를 키운 꼴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이 언젠가는 빚 때문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해온 까닭이다.



 여태껏 중국은 FT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굳건하게 견뎠다. 중국 최대 시중은행인 공상은행(ICBC)의 신용평가 담당 간부가 최근 기자와 통화하면서 “FT가 마치 양치기 소년 같다”고 꼬집을 정도였다. 그는 “중국 빚은 거의 국내 빚”이라며 “외채라고 해봐야 지난해 말 기준 9000억 달러 정도”라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3조8877억 달러의 2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ICBC 간부가 모르는 빚이 있다는 게 최근 드러났다.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서방 투자은행의 분석을 근거로 “중국엔 숨겨진 외채 1조1000억 달러(약 1200조원)가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2%에 이르고 외환보유액의 28% 남짓 되는 거액이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빚일까. 미국 양적완화(QE)가 낳은 돌연변이다. 달러 캐리(Dollar Carry)의 일부다. 그렇다고 외국 헤지펀드 등이 중국으로 들고 들어간 자금이 아니다. 중국 수출 기업들이 끌어들인 돈이다. 그들은 수출 신용장을 홍콩 금융시장에서 할인하는 방식으로 값싼 달러 자금을 빌렸다. 그들은 위안화로 바꿔 상하이 그림자금융 시장에서 돈놀이를 했다. 자금의 유입과 대출 과정이 모두 중국 정부의 통제 밖이었다.



 중국의 숨겨진 외채는 전형적인 핫머니(Hot Money)다. 미국과 중국의 금리 차이와 위안화 가치 상승을 노린 돈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역류할 수밖에 없다. 국제금융 전문가인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캐리 자금은 상대 국가가 대처할 틈을 주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여차하면 1조1000억 달러가 중국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신호탄일 수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의 하락도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중국 외환보유액이 많아 환란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제 위기엔 외환위기만 있는 게 아니다. 달러 캐리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중국 내에서 신용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부채 위기의 시작이다. 중국인들이 콧방귀 뀌는 ‘FT 저주’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강남규 국제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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