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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시시각각] ‘TK 검찰’은 불온하다

권석천
사회2부장
퇴직 검사들로부터 들은 얘깁니다. 5공 시절 거창지청엔 능력 인정받고 의전에도 강한 엘리트 검사들이 배치됐다고 합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생가·선영이 있는 합천을 관할했기 때문인데요. 검사들에겐 ‘특수 임무’가 있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내려오는 대통령 형님 모시는 일이었지요. 겨울밤 적적해하는 대통령 형님과 화투를 쳐드린 분도 있고…. 주목할 부분은 당시 거창지청에 사투리가 엇비슷한 경상도 출신이 많았다는 겁니다. 정홍원 총리,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법무부 장관 두 분(김경한·권재진)도 거창지청을 거쳤지요.



 30여 년 전 검찰의 기억을 떠올린 건 지난주 금요일 인사 발표를 접하고서였습니다. TK(대구·경북) 출신 박성재 대구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령이 났고요. 역시 TK 출신인 김수남 현 지검장은 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지요. 이런 라인업에 대해 한 검사는 “포스트 김기춘 시대를 겨냥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지금까지는 청와대에 검찰 대선배(김기춘 비서실장)가 있어서 검찰 수사가 컨트롤됐잖아. 김 실장 물러나면 TK인 우병우 민정수석으로선 연배 높고 연수원도 다섯 기수 위인 김진태 총장이 버거운 상대지. 그래서 중앙지검장 같은 핵심 포스트에 TK를….”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중수부가 폐지된 이후 ‘실질적 힘은 총장보다 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중요 수사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 자리를 박근혜 정부 들어 세 번 연속, 이명박 정부까지 치면 네 번 연속 ‘TK 지검장’이 맡게 된 겁니다. 차기 총장 후보군이라 할 수 있는 고검장급도 9명 중 5명이 영남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9명 중 2~3명)보다 오히려 영남 비중이 높아진 것이지요.



 여론의 비판까지 무릅쓰면서 TK를 전진 배치시킨 이유가 단지 ‘김 총장 견제’뿐일까요. 동료 검사들은 대통령 지지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기강을 잡고 정책 추진력을 높일 수단은 사정(司正)밖에 없다는 거죠. 더욱이 지금처럼 여당이 대통령을 압박하는 상황에선. 그렇다고 꼭 수사의 칼을 꺼내 들 필요는 없습니다. 액션 하나, 말 한마디 통해서도 위축 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그 점에서 라인업 자체가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준선 정렬 끝났으니 주의하라’는 신호죠.



 하지만 최대의 피해자는 정치권이 아닙니다. 검찰입니다. ‘같은 지역 출신이 아니면 일을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얘기냐’는 물음이 TK도, 영남 출신도 아닌 검사들 가슴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인격을 무시당한 듯한 모욕감에 휘청거립니다. 한 전직 검사장의 말이 생각납니다. PK(부산·경남) 출신에 명문대를 나와 나름 잘나간다는 소리를 들었던 그가 뜻밖에 자신을 ‘마이너(minor)’라고 표현하더군요.



 “나도 마이너야. TK 선배들이 TK 후배 바라보는 눈길을 보면 불쌍한 자식 대하는 어머니의 애처로운 마음이 느껴지곤 해. 인사가 있을 때마다 한 단계씩 올려주잖아. 보이지 않게. 그러나 확실하게.”



 검찰이 ‘영남 메이저리그’와 ‘비(非)영남 마이너리그’로 나뉘고, 다시 ‘TK 메이저리그’와 ‘PK 마이너리그’로 나뉘는 것이지요. 그렇게 소수(TK)가 다수를 ‘소수자’로 만드는 게 정상일까요. 소수자 아닌 소수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연줄을 잡으러 다니고 로열티를 증명하기 위해 윗선 입맛에 맞춰 수사 방향을 정하는 건 또 어떤가요.



 수사는 심리라고 합니다. 조사받는 자의 심리도 중요하지만 조사하는 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검사들 사기가 꺾이면 그 후과(後果)는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는 고소인이든,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의자든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김진태 총장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승부처란 각오로 검찰 인사 부터 올곧게 바꿔주십시오. ‘TK의, TK에 의한, TK를 위한 인사’는 모두를 위험하게, 불온하게 할 뿐입니다.(※취재결과를 검사의 독백으로 재구성했음)



권석천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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