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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뉴스 인 뉴스<261> 중남미 경제 지렛대 ‘미주개발은행(IDB)’

김민상 기자
중남미 나라들의 경제·사회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주개발은행(IDB)의 연차총회가 3월 부산에서 열립니다. 2005년 일본 총회 이후 10년 만에 미주가 아닌 국가에서 열리는 겁니다. 48개 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국제기구 대표와 기업인 등 3000여 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릴 예정입니다. 부산 총회를 앞두고 IDB의 역사와 중요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한국, 47번째 IDB 회원국 … 중남미에 교두보, 교역 2배 넘게 껑충
내달 부산서 연차총회
48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 참석
3000명 규모 역대 최대



한국과 가장 거리가 먼 대륙 중남미. 인구 6억 명에 국내총생산(GDP)이 6조 달러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이런 중남미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미주개발은행(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IDB)은 48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는 세계 5대 국제금융기구 중 하나다. IDB는 1890년 미국 의회의 요청으로 소집된 미주특별회의에서 처음으로 필요성이 제기됐다. 유럽 열강으로부터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당시 신설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유럽과 아시아의 경제 재건에만 집중하자 미주 경제 발전을 위한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53년 쿠바 혁명이 일어나자 IDB 창설 움직임은 급물살을 탔다. 미국은 소련과 대치중인 상황에서 중남미 국가들의 이탈을 막으려했다. 58년 주셀리누 쿠비체크 브라질 대통령이 “경제 사회 개발을 위해 중남미 국가간 협력하자”고 제안했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도 즉시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59년 미주기구 특별위원회 협의를 통해 IDB 설립 협정문 초안이 작성됐고 IDB 설립이 결실을 맺었다.



 IDB회원국은 역내 28개국, 역외 20개국 등 총 48개국이다. 지역별로는 ▶중남미 카리브지역 26개국 ▶북미 2개국 ▶유럽 17개국 ▶아시아 3개국이다.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이 처음으로 76년, 한국은 2005년 두 번째로, 이어 중국이 2008년 세 번째로 가입했다. 다른 지역개발금융기구와는 달리 IDB는 설립 초기부터 다른 지역 국가인 역외국 가입을 제한했다. 74년에야 설립 협정문을 수정해 역외국 가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역외국 총 출자지분은 8%만 허용하는 제한을 뒀다. 94년 증자를 할 때 역외국 출자지분 한도를 확대했지만 늘어난 지분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유사한 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은 45%,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33%까지 허용하고 있다.



IDB는 2010년 대지진이 발생해 30만 명이 숨진 미주대륙 최빈국 아이티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마을 공동 시설을 만들어 주고 있다. [사진 IDB]


중남미의 두 성장 축, 멕시코와 브라질



 한때 경제 불안의 대명사였던 중남미 국가들이 몇 년 전부터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가 지나간 2009년을 제외하면 2004년부터 지금까지 중남미지역은 연평균 5%대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중남미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은·구리·주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대두·커피·사탕수수 등 농산물의 보고다. IDB 가입으로 한국은 미개척지나 다름없었던 중남미 시장 진출에 든든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중남미는 크게 ‘북중미 경제권’과 ‘남미 경제권’으로 양분할 수 있다. 미국 의존도가 심하고 우파성향 정권이 우세하며 제조품 수출 위주로 돌아가는 곳이 북중미 경제권이다. 멕시코가 대표적이다. 남미 경제권은 좌파 정권이 우세해 미국에 반감을 갖고 있다. 1차 상품 수출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브라질이 대표적 국가다.



 70년대 중남미에선 멕시코와 브라질이 핵심 성장 엔진이었다. 80년대부터 두 국가 경제 상황이 시소처럼 엇갈리는 경우가 늘어났다. 멕시코 경제가 좋아지면 브라질이 나빠지는 식이다. 최근 중남미 경제 축이 브라질에서 멕시코로 넘어가고 있다. 중국과 인건비 격차가 좁혀지면서 제조업 경기가 멕시코에서 살아나기 때문이다. 권기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주팀장은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생산기지로 멕시코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 쿠바도 변수다. 향후 성장 잠재력이 기대되는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남은 미개척 시장이다. 이미 일본은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 이전부터 수출 판로를 뚫어 놓고 있다.



교육을 통해 빈곤층을 없애는 것도 IDB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IDB는 콜롬비아·아이티·과테말라 등 특히 빈곤층이 많은 지역에 교육 사업을 집중해 빈곤층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IDB]


한국에 26년 만에 문 열어준 IDB



 한국은 IDB가 역외국에 문호를 개방한 79년부터 가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상당수 중남미국들은 “한국이 가입하려는 것은 경제적 이득만 취하기 위한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87년 IDB 총회에서 의결권이나 발의권이 없는 옵서버 자격만 얻어 총회 참석만 해왔다. 중남미 시장을 독점해 온 미국도 “산업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진출하면 중남미 건설 시장 등에서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90년대 들어 정부는 “경제구조상 한국 기업의 경쟁상대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기 때문에 시장에 참여하더라도 중남미 기업의 피해는 적을 것”이라며 “오히려 낙찰 가격을 하락시켜 이득이 될 것”이라는 논리로 중남미 회원국들을 설득해 나갔다. 그 결과 97년 10월 아시아·중남미 통상장관회의에서 한국의 IDB 가입에 대한 모든 중남미 국가의 지지를 얻어냈다. 98년 3월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제39차 IDB 연차총회 때 미국을 제외한 중남미·일본·캐나다·유럽의 모든 회원국으로부터 가입 지지를 확인했다. 2004년 11월 16일 IDB는 한국을 47번째 회원국으로 승인했다. 문을 두드린 지 26년 만이다. 당시 IDB 회원국이었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경제난 때문에 지분(504주)를 포기했고 그 틈을 파고 들었다.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여타 회원국으로부터 지분 인수 허락을 얻어 IDB에 가입했다.



 IDB 가입을 위해서는 6~10년에 걸쳐 모두 2억 달러의 특별 기여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2억 달러 기부금은 빈곤퇴치(5500만 달러), 기술혁신지원(5000만 달러), 중남미 소기업 기술지원(6000만 달러), 중소기업협력지금(4000만 달러)에 쓰였다. IDB에 가입한 이후 한국과 중남미 교역 규모는 2005년 220억 달러에서 2013년 547억 달러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남미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는 5억6000만 달러에서 22억5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4월 국내 대기업 60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5%가 2년 내 자사의 주력시장으로 중남미를 꼽았다. 자원도 없고 수출 의존도가 높아 대외여건에 쉽게 휘둘리곤 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생각할 때, 중남미가 신흥시장으로 다시 떠오른 셈이다. 중남미지역과의 무역흑자 규모는 이미 우리나라 전체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중남미 시장에서 뿌리를 내렸다고 보기는 이르다. 아직도 대기업 위주로 편중된 시장 진출만이 있을 뿐이다. 일단 중남미와는 물리적 거리가 아시아보다는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는 심리적 부담감이 항상 작용한다. 중소기업이 느끼는 이런 거리감을 줄여 어떻게 중남미 시장을 뛰어들게 하느냐가 과제로 남아 있다.



중남미 지분 확보 경쟁 나선 중국과 일본



2014년 3월 브라질 코스타 두 사우이페에서 열린 55차 IDB 총회 모습. 한국도 부스를 마련해 올해 3월 부산에서 개최될 56차 총회를 홍보했다. 올해 총회는 아시아에서 10년 만에 열린다. [사진 IDB]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7월 중남미를 방문해 라틴아메리카·카리브공동체(CELAC)에 350억 달러를 지원하고, 아르헨티나에 75억 달러의 차관 제공을 약속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비슷한 시기 중남미를 방문해 카리브공동체(CARICOM) 정상들과 협력을 다짐하고, 브라질에는 7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은 중남미 이민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2008년엔 브라질 이주 100주년을 맞이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인의 해외 이주는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 현재 중남미에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약 160만 명의 일본계가 거주하고 있다.



 중국은 원자재 값이 요동친 2000년대부터 중남미와 친분을 쌓으려고 공을 들였다. 선진국들의 손길이 아직 덜 미치고, 원자재 생산을 확 늘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15년간 IDB 가입을 시도해왔으나 중남미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미국의 견제로 좌절되었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중남미 국가들이 자금난에 봉착하고 나서야 IDB가 중국 가입을 허가해 줬다. 지금은 중국이 브라질을 중심으로 엄청난 자금과 물량을 쏟아 부어 일본을 제치는 모양새다.



녹색산업에 적합한 중남미



 콜롬비아 출신인 루이스 모레노(62) IDB 총재는 2009년 한국을 찾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제자문관 남미대표로 선임됐다. 모레노 총재는 당시 한국과 중남미 간 경제협력은 ‘녹색 성장’ 분야가 주도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정부도 중남미에서 조림사업을 하기 위해 현지 땅을 사려는 우리 기업에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산림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권 사업을 하기에도 최적지라고 판단한 것이다.



 중남미 일부 국가는 산림 조성용 땅을 외국인이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권 사업을 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우루과이의 국토 면적은 17만6000㎢로 한반도의 4분의 3 규모다. 열대 산림자원은 없지만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원 지대가 조림지로 바뀔 수 있는 곳이다. 파라과이는 조림 투자자에게 세제혜택까지 주는 법안을 만들 정도로 조림 투자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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