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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표 되든 '4·29 공천' 상대방에 양보해야

박지원·이인영·문재인 후보(왼쪽부터)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박수 치고 있다.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가 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눈앞에 닥친 4·29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치르고 후년 대선 승리의 밑거름을 뿌리는 과제를 안게 될 당 지도부가 등장한다. 지난 한 달 반 동안의 당 대표·최고위원 경선 과정은 감동도, 비전도, 흥행도 없는 ‘3무(無) 전대’라 비판받아왔다. 이를 지켜본 전문가들이 새정치연합 새 지도부에 전하는 고언(苦言)을 들어봤다.

대부분이 지적하는 내용은 공천 개혁이었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더욱 불거진 계파 갈등의 원인이 다름 아닌 공천을 둘러싼 전초전이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어떤 (대표) 당선자든 자기 계파를 스스로 해체하는 용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며 “가령 (친노계인)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4·29 보선에서 비노 인사로만 공천하고 주요 당직도 비노 측에 양보하는 상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김민전(정치학) 교수는 여야 합의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했다. “당내 차원에서만 오픈 프라이머리를 시행한다면 당권을 쥔 쪽에서 전화 여론조사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룰을 만들 수 있다”며 “여야가 규칙을 법제화해 중앙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대행하면 당 지도부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지대 신율(정치학) 교수는 높은 수준의 공천 계량화를 제안했다. “비례대표 공천에선 특정 분야에서 몇 년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지역구 공천에서도 지역 활동 경력의 양과 질, 전과 기록 등을 세분화해서 증빙 가능한 것들을 점수화하고 면접 점수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국대 가상준(정치학) 교수는 “대표로 선출된 이가 2등 후보와 내년 총선 공천 방식에 대해 완전한 합의를 이뤄야 깊어진 계파 갈등의 골을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공당으로서 기본적 룰부터 확립해야

집권을 위한 길도 제시했다. 김형준 교수는 세계적으로 오랜 기간 야당으로만 머물던 정당이 집권에 성공할 땐 공통점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1992년 클린턴의 미국 민주당, 97년 블레어의 영국 노동당, 98년 슈뢰더의 독일 사민당, 2006년 스웨덴 보수당은 모두 중도 노선을 표방하며 경제 이니셔티브를 선점해 집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박원호(정치학) 교수는 “세월호 침몰사건의 타격은 사실 집권세력보다 야당이 더 컸다. 이 사건으로 가장 정치에 실망한 이들이 20~30대 도시민들로 나타났는데 이들 대다수가 야권에 기대를 걸고 있는 층이어서 야당 지지율이 더 크게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새 야당 지도부가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지율 또한 큰 폭으로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일종의 극약처방도 제안했다. “새누리당이란 거대 여당의 존재 때문에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세력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한 지붕 아래 있는 것도 문제”라며 “당을 따로 꾸린 채 선거 때마다 연합 공천을 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최근 경선 룰 논란과 관련, “국고 지원을 받는 공당에서 기본적인 준칙조차 확립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정당 운영의 ABC부터 제대로 확립한 뒤 새 대표가 강력한 집행력으로 구세대에 대한 물갈이를 단행해야 한다”고 했다.

당 대표 문·박 각축 속 각자 동상이몽

대표 경선은 ‘문재인 대세론’에서 출발했지만 현재 박지원 후보와의 격차가 상당히 좁혀져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측은 국민·일반당원에선 월등 우세, 권리당원(6개월 전 입당, 전 해 3개월 분 이상 당비 납부) 열세, 대의원 박빙 우세로 본다. 문 캠프 한정우 공보팀장은 “우리가 선거 운동을 늦게 시작했고 호남의 권리당원 비율이 60%에 육박해 처음엔 권리당원·대의원에서 열세였지만 상당히 따라잡았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캠프 측 황인철 전대준비위원은 “열세에서 시작했지만 현재 골든 크로스를 지났다. 시간이 갈수록 대의원·권리당원 층의 박 후보 지지가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인영 후보 측 박동철 총괄상황실장은 “문·박 후보 간 네거티브 공세가 극에 달하면서 ‘이대로 가다간 정말 당이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원들 사이에 팽배해지고 있다”며 이 후보 쪽으로 막판 쏠림 현상이 있다고 자평했다. “한 명은 제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2일 여론조사 룰 확정 결과가 승부의 추를 문 후보 쪽으로 기울게 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국민·일반당원의 지지를 받던 문 후보는 지지 후보를 묻는 문항에서 ‘지지후보 없음’ 응답을 결과 산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 후보 측은 ‘선거 기간 중 룰 변경’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전대준비위원회는 표결을 통해 문 후보 측 주장을 수용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도 주목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후보감을 묻는 리얼미터의 질문에서 문 후보는 2월 첫째 주 19.4%를 기록, 전 주(17.5%) 보다 2%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5주 연속 1위였는데 공교롭게도 경선 기간과 겹친다. “권력 의지가 없어 보였던 문재인이 뭔가 욕심을 내는 모습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은 8명이 각축을 벌여왔다. 전병헌·주승용·정청래 의원이 선두권이고, 유승희·이목희 의원과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 문병호·오영식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앞선다는 분석이 많다. 당초 6위권으로 예상됐던 정 의원은 “난 대표가 아닌 대포가 되겠다”고 대여 공격수를 자청하며 약진했다. 유일한 기초단체장인 박 구청장도 연설회장마다 “우섭아 웃어봐” 구호로 인기를 모았다.

극심한 네거티브 선거전 후폭풍 우려

이번 전대는 역대 야당 전당대회 사상 가장 극심했던 ‘네거티브’ 대회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웃과의 개 소송전까지 까발렸던 2010년 안상수-홍준표 간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버금간다고 비유될 정도다. 박 후보는 “친노 패권주의가 당을 망치고 있다” “꿩(당권)도 먹고 알(대권)도 먹으려 한다”며 문 후보를 공격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는 제왕적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맞섰다. 2일 경선 룰 다툼과 JTBC 토론회 이후엔 박 후보가 분당(分黨)을 거론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극심한 네거티브 선거전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총선을 앞두고 상대 계파에 대한 불신을 지적했다. 내가 당권을 못 잡는 게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이 잡았을 때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란 것이다.

최근 여권 지지율 하락 여파로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지난달 말 27.5%(리얼미터)까지 반등했다가 비난전이 극심해진 후 24%(6일·한국갤럽)로 주춤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엄청난 호재를 맞은 대한항공 주가가 ‘땅콩 회항’ 때문에 좀처럼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처럼 될까 걱정이다”며 씁쓸해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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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