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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땅콩 회항 사건 원인은 불신 … 오너, 인간중심 경영을

최정동 기자
인간은 지구상에서 최고의 자원이자 마지막 자원입니다. 사회의 발전은 교육을 통해 어떤 인재를 육성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인간개발연구원(HDI) 장만기(78·사진) 회장의 지론이다. 1975년 2월 5일 연구원을 창립한 이후 그는 ‘HDI 경영자 연구회’를 매주 목요일에 열고 있다. 이는 국내 최장수 조찬 모임이다. ‘최고경영자(CEO) 지혜산책’ 등 다른 월례모임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그가 주최한 포럼 횟수는 1858회에 달한다. 이 때문에 그는 ‘조찬 모임의 대부’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런 장 회장을 지난 4일 서울 대치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40년간 조찬 포럼을 이끌었는데.
 “우리 연구원은 조찬 모임을 통해 격변하는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적지 않은 부작용으로 신음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문제, 소득의 양극화 등이 그 예다. 따라서 현장에서 역할과 책임을 맡고 있는 리더들도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우리 포럼이 지난 40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을 할 수 있었던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유명 인사가 강사로 초빙됐는데.
 “정확히 몇 명이 강연했는지를 집계하진 않았지만 국내 유명 인사는 거의 강사로 초빙됐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비롯해 많은 명사가 강연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많은 재계 인사도 강연자로 나섰다.”

‘서울의 봄’ 때 JP 강연 … 테이프 사라져
-역사가 긴 만큼 에피소드도 적지 않을 텐데.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88년 강연이 기억에 남는다. 서울 올림픽을 앞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당시 국내 정치상황은 그의 강연 개최를 미리 공개할 형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강연 하루 전에 이를 발표했는데 정부 기관으로부터 행사를 취소하라는 압력이 들어왔다. 난감했다. 하지만 압력 기관 측에 ‘88 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강연 행사가 서울에서 제대로 열리지 못한다면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설득했다.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예정대로 ‘대중 경제론’을 강연할 수 있었다. 보통 150명이 참석하는 행사였는데 그날은 500명 이상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또 80년 ‘서울의 봄’ 당시 강연자로 나섰던 김종필 전 총재의 강연 녹음 테이프가 사라진 일이 있었다. 끝내 찾지 못했는데 우리는 테이프를 정보기관이 가져갔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모시고 싶었던 분 중 한 명이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강연 부탁을 드렸는데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조찬 모임이라 오전 7시쯤 시작하는데 추기경께서 연로하시고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몇 년 후 돌아가셔서 결국 영영 모실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정주영 전 회장의 경우 우리 포럼 강연자로 초청을 받은 후 많은 준비를 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첫 강연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데뷔 무대인 셈이었다. 하지만 부담스러웠는지 결국 정 전 회장의 강연은 한 언론인과의 대화형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후 정 전 회장은 단독 강연을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세계 경영으로 유명한 김우중 전 회장에게는 진솔한 해외시장 개척 경험을 들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준비한 원고만을 읽고 강연을 마쳤다.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포럼을 통해 주로 무엇을 교육하나.
 “모임 초창기에는 산학협동의 성격이 강했다. 대학교수들과 기업인들이 만나 경영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당시에는 ‘무식한 기업인’ ‘탁상공론만 하는 학자’라며 서로 충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강연 주제도 다양해졌다. 우리 경제가 수출 위주로 성장하면서 산업구조도 변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업 경영에서 벗어나 언론과 기업 관계, 외교, 과학기술 등 폭넓은 주제가 논의됐다. 따라서 우리 연구원의 프로그램도 정치·경제·사회를 비롯해 과학·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서로 융합시킨 것이 많다. 결국 인간 중심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경영이 중요하다는 것이 요지다. 기업인들에게 기업이야말로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곳이고 좋은 인재가 많아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기업의 부는 사회 희생이 바탕된 것
-최근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했는데.
 “세월호 사건 이후 등장한 가장 큰 이슈다. 기업 오너가 자아도취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발생한 사건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오너가 전문 경영인이나 직원 대신에 가족만을 신뢰하고 그들을 경영에 참여시켜 막대한 권한을 준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줬다. 한국의 모든 대기업의 2, 3세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오너와 그 가족들만이 기업을 대표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부(富)를 축적한 경우 이를 자신만의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 우리 사회와 종업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얻어진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땅콩 회항’ 사건에서 보듯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는 대기업이 오너 사유재산이라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대기업들에 조언을 한다면.
 “대기업은 우리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뼈대다. 대기업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다. 중국의 추격과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의 경제환경을 스스로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가 약화되면 이와 함께 국방과 외교적 역량도 떨어지게 된다.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대우를 받고 책임감을 갖도록 기업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인간 중심의 경영이며 궁극적으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0주년 맞아 ‘미래성장발전위’ 출범
-연구원이 비영리단체인데 어떻게 꾸려가나.
 “창립 때부터 우리 연구원은 ‘3비(非)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비정치·비종교·비영리다. 흔들리지 않고 이를 지켜왔기에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정부나 대기업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단지 1500여 명의 회원이 각자 내는 회비만으로 운영된다.”

 -향후 계획은.
 “기존 모임 외에도 우리 연구원은 창립 40주년을 맞아 그동안 함께해온 기업과 기업인,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미래성장발전위원회’를 최근 발족했다. 이 위원회는 중소기업, 퇴직자, 취업난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장만기 1968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 미국 UCLA 국제경영자과정 수료. 미 지구환경대학원 명예환경학 박사. 명지대 교수, 코리아마케팅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현재 한·러 친선협회 이사장, 전문경영자학회 고문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인간경영학』 『대한민국 파워엘리트 101인이 들려주는 성공비결 101가지』 등 다수가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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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